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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여인홍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당조(糖調)고추와 수출농업의 미래
나폴레옹은 전장에서의 고초를 이겨낼 천연강장제로 끼니때마다 ‘굴’을 찾았다고 한다. 조선시대 궁중에서는 왕의 건강관리를 위해 약식동원(藥食同源)의 원칙에 따라 수라상에 오를 음식들을 신중히 선별하기도 했다. ‘약도 먹는 것도 그 근원은 하나’라 여겨 음식을 조절함으로써 일상의 병을 다스리고자 한 것이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건강한 몸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본이 음식이라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최근의 식품 소비 트렌드가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전 세계적으로 건강한 식생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혈당 조절, 단백질 강화, 글루텐 프리(Gluten Free) 등 자신의 몸에 필요한 식품을 골라 소비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카페에서는 아메리카노 못지않게 해독 주스, 비타민 주스와 같은 기능성 음료가 불티나게 팔리며 히트상품으로 떠올랐다. 사소한 먹거리 하나라도 내 몸을 더 건강히 할 수 있는 음식을 습관적으로 찾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 맛 좋고 먹기 좋은 음식만으로는 높아진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어렵다.

필자에게도 요즘 들어 새로 생긴 습관이 하나 있다. 매일 저녁 식사 후 오미자차를 마시는 것인데, 오미자의 유기산 성분이 피로회복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바쁜 업무 후 차 한잔의 여유로 하루의 피로를 씻어 보내기에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다.

건강식에 대한 관심은 우리 농업계에 생체 조절 기능을 가진 다양한 농산물 개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식후 혈당의 상승을 완화시키는데 효과가 있는 ‘당조고추’는 주목할 만하다. 기능성 채소로서 당조고추의 가치에 대해 먼저 알아본 곳은 바다 건너 일본이다. 이제 막 일본 수출의 포문을 연 단계에 불과하지만 시작부터 그 반응이 심상치 않다. 지난 달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일본 중부지역 유력 방송사를 통해 당초고추를 소개하는 TV특집방송을 방영하였는데, 이를 시청한 소비자들의 발길이 매장으로 줄을 이었다. 예상을 뛰어넘은 반응에 당초 계획한 물량이 부족할 정도로 뜨거운 인기를 누렸다.

앞선 9월, 당조고추 수출 토대를 다지기 위해 일본의 대형유통업체 유니(UNY)와 ‘수출입확대 협력 의향서’를 체결하고 TV와 유통매장을 결합한 통합마케팅에 적극적으로 나선 결과이기도 하다. aT가 미래 수출 품목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당초고추의 잠재력을 증명한 셈이다. 특히 한국에서 개발한 순수 국내산 고추 품종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맵지 않아 여러 연령대와 문화권에서 소비가 가능하고 아삭한 식감, 그리고 화사한 색감이 어우러져 다양한 요리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 해외 시장에서의 성공 가능성을 더한다.

전략적으로 수출 품목을 육성해 큰 성공을 거둔 선례로 파프리카가 있다. 1990년대에 네덜란드 등지로부터 도입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수출용으로 재배하여 가까운 일본을 중심으로 수출 시장을 개척하여 왔다. 지난 해 기준으로 일본에 2만9000t, 8500만달러가 팔린 대표적인 수출 효자 품목이다. 일본 내 연간 파프리카 수요 약 3만7000t 중 78%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산 파프리카의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새삼 실감할 만한 수치이다.

파프리카를 이을 차세대 우리 농산물로 당조고추에 거는 기대가 크다. ‘기능성 식품’이라는 개념이 등장한 것도 1980년대 일본이라는 점에서 고부가가치 기능성 식품에 대한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을 읽을 수 있다. aT는 앞으로 일본시장에 당조고추가 정착할 수 있도록 일본 내 기능성표시식품 등록을 추진하고, 대대적 판촉행사 등 현지화를 위해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우리 수출농업의 제2의 파프리카를 탄생시키기 위해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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