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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김필수] 못믿을 운전기사
버스가 제 멋대로 움직인다. 승객들은 불안하다. 운전기사를 보니 운전대를 놓고 있다. 버스는 계속 갈지(之)자로 휘청이는데 운전기사는 괜찮다고 한다. 참다 못한 승객들이 확인하니 무면허다.

승객들은 “우리가 불안해서 안되겠으니, 운전석에서 내려오라”고 한다. 운전기사는 고민할 시간을 달라며 하세월이다. 이젠 버스가 어디로 가는 지도 모를 지경이다. 승객들은 당장 스스로 내려와 하차하지 않으면 강제로 끌어내겠다고 한다. 운전기사는 요지부동이다. 스스로 내려올 생각은 없는 듯하다. 끌어내릴 일만 남았다. 일부 승객이 반대한다. 운전기사부터 없애면 운전은 누가 하냐고.

오늘 한국의 얘기다. 버스는 한국이고, 운전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이다. 승객은 국민이다. 면허증(국정운영 능력)을 갖고 있는 줄 알고, 나라를 맡겼는데 본인은 면허증이 없고, 최순실씨라는 개인의 가짜면허증으로 운전을 했다. 국민의 퇴진 요구는 당연한 일 아닌가. 한국이라는 버스가 어디로 가는 지 모를 지경인데, 어떻게 운전기사를 그냥 두나. 스스로 운전석에서 내려오는 건 ‘하야’다. 시간단위를 축소해 좀더 비유해 보자. 스스로 내려오면 6분(하야시 새 대통령 선출은 60일 이내) 안에 새 운전기사를 뽑아야 한다. 새 운전기사가 면허증은 있는지, 운전실력은 있는지 등을 6분 안에 검토해야 한다. 아무래도 무리다.

억지로 끌어내리는 건 ‘탄핵’이다. 반대의견이 있으니, 협의도 해야 한다. 18분 가량 걸린다.(국회 탄핵안 발의 후 헌법재판소 결정까지 최장 180일 소요) 운전기사 없이 20분 가량을 가야 하는데 불안하다. 게다가 우여곡절 끝에 큰 문제가 없으니, 그냥 맡기자고 결론 나면, 다시 태워 앉혀야 한다. 목적지까지 내내 불안해하면서 말이다.

다른 대안을 빨리 찾아야 한다.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이다. 내리지는 말고 옆 좌석에 앉아 있으라는 것이다. 대신 임시기사의 운전에 참견은 하지 말고.(박 대통령은 운전대는 맡기되 거들려고 한다) 이렇게 가다가 중간에 떨구면 조기퇴진, 목적지까지 가면 임기보장이다. 그리고 새 운전기사를 빨리 뽑으면 조기대선, 예정대로 내년 말에 뽑으면 정기대선이다.

일부 승객들은 이런 얘기도 한다. “버스 운영과 관리에도 문제가 있어”. 개헌 논의다. 버스기사가 혼자 오래 끌게 할지(대통령제), 팀 또는 짝을 지어 함께 끌게 할지(내각제, 이원집정부제), 엔진 바퀴 백미러 와이퍼 문 유리창 등등은 괜찮은지(기본권, 영토조항 등) 등 논의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너무 복잡하니, 일단 버스기사만 어떻게 할 지를 먼저 정하자는 게 원포인트 개헌이다. 이걸 조기대선과 함께 해보자는 논의가 요즘 정치권에서 한창이다.

최근 SNS에 역대 대통령들의 통치방식을 운전에 비유한 게 떠돌아 화제다. 이승만 대통령부터 현 박 대통령까지 총 10명의 대통령 중 단 2명의 대통령만 ‘정상적인 운전’으로 평가됐다. 슬픈 일이다. 그리고 무서운 일이다. 가족과 함께 탄 버스의 운전기사가 정상적인 운전을 하지 않고 있다고 상상해 보라. 등골이 오싹하지 않나. 그런데 그런 일이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2016년 11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한국에서 말이다. 

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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