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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朴대통령의 자존감 수업
나라망신이 이만저만 아니다. 요즘 일본 민영방송들은 낮시간 내내 최순실 사건을 다룬다.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노출 빈도가 왕년의 한류스타 ‘욘사마(배용준)’을 능가하는 듯하다고 한다. 연예·정치계 가십으로 먹고사는 방송들이 신탁(神託)의 섭정, 호스트바 등이 등장하는 막장 드라마를 놓칠 리 있겠는가. “일본 총리라면 벌써 물러났을 것”이라며 이죽대고 있단다.

중국 미디어는 규밀간정(閨蜜干政)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은밀하면서 달콤한 동성의 여자 친구가 정치에 간여했다는 뜻이라는 데 누가 봐도 조롱섞인 말이다. 일본은 세월호사고 때 대통령의 7시간 공백을 거론한 일본기자를 법정에 세운 일로, 중국은 미국의 사드(高고도미사일) 한반도 배치 문제로 박대통령을 눈엣가시로 여겼는데 마구 씹어댈 안줏거리를 던져준 셈이다.

추락하는 국격에 국민들의 자존감이 옅어진 탓일까. 요즘 서점가에서는 ‘자존감 수업’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있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 대통령이 사이비 교주 (최태민)와 그의 딸(최순실)의 삿된 기운에 휘둘려 마리오네트 인형처럼 조종당하고 국민이 위임한 국가권력을 통째로 넘겨줬다는 것은 믿기지 않는다. 사람들이 수군대는 해괴한 이유보다 대통령의 실패를 설명할 정신분석학적 논거를 찾아보고픈 마음에 필자도 이 책을 펼쳤다.

박 대통령은 2차 사과문에서 가장 어려울때 힘이 돼 준 사람이 최순실이라 ‘경계의 담장’을 낮춘 것이 지금의 참담한 사태를 불러왔다고 했다. 최태민ㆍ최순실 부녀에게 40년간 의존하다보니 맹목적 신뢰를 하게됐다는 얘기로 들린다. 자존감 수업의 저자인 윤홍균 박사는 정신과 의사다. 그는 “의존성은 아기와 엄마의 관계처럼 본능적이고 사회적 생존과 직결되는 필수요소이지만 건강하지 못한 의존은 파국적 결말을 맞는다”고 했다.

윤 박사는 건강하지 못한 의존을 크게 세 경우로 봤다. 너무 많이 의존하는 것, 의존할 방향을 잘못잡는 것, 자신이 얼마나 의존하고 있는지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반면 건강한 의존은 누구에게나 공개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해야 한다. 사랑받고 싶다는 이유로 불륜에 빠져선 안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문제는 보상에 있다. 한 사람이 병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상대방은 나르시시스트, 즉 자기애성 인격장애에 빠지게 된다. 자신의 능력과 가치를 과대평가하게 되고 분수에 넘치는 보상을 바란다는 것이다. ‘강남 복부인’ 최씨가 청와대와 내각의 머리 위에 군림한 것도 결국은 박대통령의 책임인 것이다. “내가 지금껏 언니 곁을 지켰으니 이만큼 받는 거지”했다는 최씨의 말이 나르시시스트적 면모를 잘 드러낸다.

정신적 장애의 치유는 자신의 문제를 객관화하는 데서 출발한다. 박대통령이 “저 스스로를 용서할 수 없다”고 했을때 이제야 최씨의 주술에서 깨어나나 싶었다. 하지만 한 줌도 남지않은 권력을 놓지 않으려 여론의 눈치를 살피는 모습에서 국민들은 절망한다. 광화문 촛불이 횃불이 되고 들불로 번져 청와대를 삼키는 사태는 박대통령 개인에게도, 국가에도 불행하다. 대통령이 다 내려놓아야 일말의 자존감이라도 지킬 수 있다. 

mh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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