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CEO 칼럼-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필요조건들
최근 몇 년간 우리경제는 저성장 기조다. 자동차, 철강, 조선 등 기간산업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청년실업율 증가와 소득불균형 문제는 몇 년째 적신호다. 짧은 주기의 큰 경기변동이 이제 세계경제의 특징이다. 구조조정 논의는 필연적이다.

구조조정 처방에 앞서 우리 체질부터 살펴보자. 2015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고용안정성, 노동시간, 소득분배, 남녀 임금격차 등 각종 노동지표는 최하위권이며 노동시간은 1위다. 근속기간은 평균 5.6년으로 OECD국가 평균 9.5년에 비해 짧다. 임시직 근로자(21.9%), 1년 미만 근속자(31.9%) 지표는 안정성과 기술축적 기반이 매우 취약함을 보여준다. 

통계청 2014년 근로소득연말정산 신고현황을 보면 임금근로자 1668만명 중 약 60%가 1인당 GDP가 2만7000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이들의 소득합계는 전체 임금근로자 소득합계의 28% 수준에 불과하다. 이런 상태에서는 구조조정에 대한 저항이 클 수밖에 없다.

미래 기술강국의 원천인 과학연구에 대한 투자는 어떤가? 정부와 민간의 R&D 투자비중과 총량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2015년 기초연구육성 사업에 투자한 예산은 1조1000억원 규모다. 그런데 수학, 물리, 화학, 지구과학, 생명과학 등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예산은 이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2011년 자연과학 투자비중은 20%였으나 지난해는 16%로 감소했다.

미국은 스미소니언, 카네기, 카불리 등 대형 과학연구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재단에 대한 민간의 기부와 투자액도 크다. 과학투자의 결과물은 공학을 이용해 제품화, 상업화 한다.

반면 한국은 과학에 대한 투자없이 과실만 따먹는 일에 주력해 왔다. 개도국 시절에는 효과가 있었지만 G20 국가가 가야할 길은 아니다. 과학강국이 되지 않으면 기술강국은 요원하며, 현재의 경쟁력도 곧 밑천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진정한 경제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우선은 사회지도층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 스위스 IMD의 ‘2015 세계인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유능한 경영진’ 순위는 61개국 중 44위에 불과했다. 경영진은 희생만 강요할게 아니라 지도층으로서 책임의식부터 갖는 대오각성이 필요하다.

둘째, 재교육과 재취업을 강화해 구조조정으로 탈락한 기간 동안에도 삶의 질이 떨어지지 않도록 재교육·복지 같은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

셋째, 국가 R&D예산은 과학연구에 대한 투자로 전환해야 한다. 공학과 기술은 자본이 풍부한 민간에게 맡기면 된다. R&D예산을 통해 기초과학이 깊게 뿌리내리게 해야 흔들리지 않는 기술강국이 된다.

넷째, 장기성과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1년 단위 성과평가를 자제해야 한다. 또한 종사자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재직과 경력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난 2003년 스웨덴 말뫼조선소의 골리앗크레인을 단돈 1달러에 인수해 올 때 우리는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중후장대산업은 저임금과 토지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옮겨갈 수 있다는 사실을 미처 깨닫지 못했다. 성공적인 산업 구조조정을 위해선 근시안이 아닌 긴 안목과 통찰력이 절실하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