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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김승배 피데스개발 대표] 슈틸리케호와 수도권 전세시장
일전 슈틸리케호의 해외 원정 축구경기를 보고 그동안 묵혀있던 답답함이 확 뚫렸다는 사람들이 많다. 축구장을 횡으로 종으로 넓히며 밀집 수비를 끌어내고 전방 킬패스로 상대방의 허를 찌르는 모습을 통해서다.

수도권 전세시장이 꽉 막힌 체증현상을 보이고 있다. 마치 슈틸리케호 이전에 볼 수 있었던 ‘빗장 수비에 꽉 막힌 한국 축구’ 형국이다. 전세 실수요자들이 원하는 도심 소형주택이 아닌 외곽에 큰 집을 공급하는 것은 골대 위로 슛을 날리는 뻥 축구와 닮았다. 주민들의 반대로 절반 이상이 추진하기 어려워진 행복주택사업은 밀집수비를 향한 중앙 돌파만 고집하는 과거 한국축구의 모습과 비슷하다. 어떻게 하면 현재의 한국축구처럼 전세시장의 숨통을 트게 할 수 있을까.

전세시장은 투자가 아닌 실수요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 전세대란은 오롯이 공급 부족 때문이다. 주택 공급물량이 많다고 하지만 수도권에 국한해 보면 심각한 공급부족 현상을 알 수 있다. 지난 6년간 수도권 내 아파트 공급량은 연간 평균 10만호 수준이었다. 적정 소요량인 15만호 대비 연간 5만호가 부족했다. 이대로 가면 2017년까지 누적해서 대략 30만호 정도가 부족할 것으로 추산된다. 1인 가구 증가, 외국인 유입 증가 추세를 감안하면 수도권 주거 수요는 더욱 더 늘어난다.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세난에 대처할 것인가. 우선 시급한 발등의 불부터 꺼야 한다.

가장 먼저 취약계층을 돌봐야 한다. 기숙사, 고시원, 노인복지주택, 오피스텔 등 학생, 노인, 도시 1인 가구 등 사회적 취약계층의 주거시설을 최우선적으로 늘려야 한다.

급속히 늘고 있는 외국인의 국내 주거 수요 증가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행정자치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주 외국인은 올 1월 기준 174만여명으로 전체 인구 대비 3.4%에 이른다. 10년 만에 3배 이상 늘었고 1년 만에 11% 증가했다. 가히 전세 시장에 쓰나미를 몰고 오는 핵폭탄이 될 수도 있다.

본질적인 공급을 늘리기 위한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공공청사가 지방으로 이전된 곳의 용도를 전환해 주거시설을 복합화해 활용하는 것을 검토해 볼 수 있다. 노후 소형 오피스 건물을 바꿔서 주거가 가능하도록 하여 물꼬를 트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사문화 되거나 현실성이 떨어지는 제도는 대폭 손보고 오래된 정책 중에서 지금 시장에 맞는 것은 다시 활용해야 한다.

재건축ㆍ재개발 시 정해진 주택 수 이상 지을 수 있도록 하거나, 재건축시 점포 겸용 단독 주택지를 공급하는 것도 방법이다. 도시개발사업 등에서 소형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서는 구역 내 주택 수를 제한하는 호수밀도도 높일 필요가 있으며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고밀도 지구 지정도 검토해야 한다. 전세 만기일 불일치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단기 전세금 대출지원 제도를 만들어 전세시장의 유동성을 늘려주는 방법도 고려해야한다.

슈틸리케호의 한국축구처럼 횡으로 종으로 이어지는 패스를 통해 도심 주거시설 공급을 늘려 얽혀있는 전세시장 밀집 수비를 뚫고 발목을 잡는 제도를 개선하는 킬패스로 전세시장의 막힌 숨통이 트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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