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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로회복·숙취·기침에 좋은 겨울 약용음식...줄기·열매·꽃·잎…버릴것 없는 ‘진흙속 보물’
범상찮은 생김새에 선뜻 손이 잘 가지 않았다. 연근을 먹기 시작한 것은 아마도 누가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나물을 찾아먹기 시작했을 무렵이었다. 씁쓸한 나물 만큼이나 ‘어른의 맛’일 줄로만 알았던 연근과에 대한 첫 기억은 다행히 나쁘지 않다. 물론 다시마와 간장의 감칠맛과 설탕의 달콤한 맛을 더한 아삭아삭한 연근조림이 어떻게 맛이 없을 수가 있었겠냐만은….
간장조림하든, 밥에 넣어 볶아 먹든, 튀겨 먹든 연근의 매력은 어떤 조리과정 속에서도 결코 잃지 않는 그 ‘전매특허’의 아삭함이다. 아삭아삭한 식감 덕에 평범한 밥상에 먹는 재미가 더해진다. 물론 식감만으로 연근의 진가를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동의보감이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독(毒)이 없다”고 기록하고 있는 연근은 예로부터 약재로도 많이 쓰일 만큼 각종 영양적 효능으로 가득차 있다. 뿌리채소로 드물게 비타민 C가 풍부해 피로회복에 좋고, 기침 등에 효과가 있어 감기에 걸리기 쉬운 겨울철 영양식으로도 이만한 것이 없다.

진흙에서 자란 ‘영양 줄기’
가을에 비대해진 연근은 초봄께 진흙을 빠져나와 모습을 드러낸다. 연근이 갖고 있는 영양적 효능 덕에 ‘진흙 속 보물’이라고도 불리는 연근은 뿌리채소로는 드물게 비타민 C가 풍부하다. 연근 100g에는 약 55mg 정도의 비타민C가 들어있다. 이는 레몬 1개와 맞먹는 양이다. 여기에 각종 단백질과 무기질 등도 풍부해 피부 건강과 피로회복, 체내 독소제거에도 효과가 있다. 식이섬유 함량도 높아 변비에 좋다. 비타민 E와 철분 함량이 높아 노화를 늦춰주는 천연 항산화제로, 불임을 예방하는 식품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연근을 자르면 끈적한 진액이 묻어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뮤신(mucin)’이라는 물질로 소화기관을 보호하고 위장질환을 완화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 동의보감에선 “(연근은)술독을 풀고 식후나 병후에 열나고 목마른 것을 멎게 한다”고 설명한다. 술자리 이후 속쓰림과 숙취에 힘들다면 연근을 섭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외에도 혈중 나쁜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연근에 들어있는 타닌도 주목할 만하다. 떫은 맛을 내게하는 타닌은 다양한 식물에 분포돼 있는 성분. 포도 껍질 등에 많이 함유돼 있어 와인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주로 언급되는 성분이기도 하다. 이 타닌은 독소를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해독작용 뿐 아니라 현대인의 만성질환인 위궤양이나 위염 등에도 효과가 있다. 지혈작용을 해 치질이나 궤양에 도움이 되고 코피가 나는 사람에게도 좋다.

버릴 것 하나 없는 ‘연(蓮)’
버릴 것이 하나 없어 더 좋은 것이 연이다. 줄기는 줄기대로, 열매는 열매대로, 꽃은 꽃대로, 잎은 잎대로 두루 활용돼 우리 식탁을 풍성하게 만든다.
그 중에서도 예로부터 한약재로 가장 많이 쓰였던 것이 연이 지고나면 생기는 열매인 연자육이다. 연자육은 기를 돕고 오장육부의 기를 보하며 심장을 튼튼하게 하고 설사를 없애준다. 불안하고 초조하거나 가슴두근거림이 있고 신경이 쇠약한 이들에게 마음에 안정을 주는 효능도 갖고 있다. 대게 차 형태로 많이 복용하며 물에 연자육을 넣고 달이면 연자육 차가 된다. 불안감 등으로 밤에 숙면을 이루지 못하는 이들에게 추천할 만하다.
단맛과 쓴맛이 함께 있는 연꽃은 혈액순환을 돕는다. 연자육과 마찬가지로 차로 많이 섭취하는데, 홍련에는 백련이 없는 독성이 있다해서 연꽃차에는 보통 백련을 사용한다. 어혈을 풀어주고 타박상으로 인한 울혈을 치료하며 상처에 붙이면 지혈효과도 있다. 중국에서는 연꽃을 오래전부터 약이 되는 식재로 여겼는데, 고대 중국의 식경에서는 ‘연꽃의 꽃술을 오래 복용하면 마음을 진정시켜주고 얼굴의 색을 좋아지게 하며 안색을 늙지 안헤 하고 몸을 가볍게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실제 말린 연꽃의 수술은 치질과 치루를 치료하고 체내 혈당치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
연잎은 혈압을 유지하는 효능이 있다. 연잎에 함유돼 있는 플라보노이드 성분이 높은 혈압을 떨어뜨리고 위장을 튼튼하게 한다. 비타민C와 식이섬유가 풍부해 다이어트에 좋고, 항산화물질인 퀄세틴이 풍부해 항산화 효과도 있다. 특유의 은은한 향 때문에 연잎밥으로 많이 먹는다. 특히 연잎에 싸서 밥을 찌면 쌀이나 곡류의 수분이 날아가지 않아 맛이 더욱 부드럽다. 차를 끓여마셔도 좋다.

너무 굵지 않고 구멍 크기가 일정해야
연근은 손질해 놓은 것보다는 되도록이면 흙연근을 사는 것이 싱싱한 연근을 고르는 방법이다. 손질한 연근을 구입할 경우에는 연근의 특유의 향 외에 표백제 등의 약품 냄새가 없는지 확인해야한다. 흙이 적당히 묻어있되 양쪽에 마디가 있어야하며 너무 굵거나 길지 않은 것이 좋다.
또 껍질에 흙이 많이 묻어 있으면 눌러서 썩거나 흠이 있지 등을 확인하는 것이 좋다. 연근의 잘라진 단면을 확인할 수 있을 경우에는 속이 희고 부드러우며 절편의 동그란 구멍과 크기가 일정한 것들이 좋다. 오래 보관하면 검은 반점이 생기거나 갈색으로 변하기 때문에 오랜 유통기간이나 저장으로 변색이 된 것은 피하는 것이 현명하다.
변색되기 쉬워서 연근은 자르고 난 후 식초를 몇방울 떨어뜨린 식초물에 담궈야 변색을 막을 수 있다. 쓴맛이 강해서 데친 후 찬물에 오랫동안 우려낸 다음 조리하는 것이 좋다. 껍질을 벗긴 연근은 식초물에 담궈 냉장보관하고, 껍질을 벗기지 않고 흙이 묻어있는 연근은 신문지에 싸서 야채칸에 넣으면 약 2주정도 신선도를 유지할 수 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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