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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리포트> 순대는 소금에…떡볶이는 빨개야 맛?
순대
몽골 기병 전투식량에서 유래
경상도선 막장·쌈장에 찍어먹어

떡볶이
가래떡·쇠고기 볶은 궁중음식 원조
노란색 카레나 춘장으로 맛내기도

호떡
다양한 견과류 넣은 씨앗호떡 인기
빈속에 설탕이나 녹차가루 넣기도



“아줌마 순대주세요”, “자 여기”, “그런데 막장은 안줘요?”, “막장이 뭔데?”

찬바람이 싸늘하게 부는 계절이 돌아오면서 거리마다 길거리 음식을 내놓고 파는 푸드 트럭, 혹은 푸드 리어카들이 하나 둘씩 나오고 있다. 추위로 몸이 더 많은 열량을 필요로 하는 이때 싼 값으로 배와 온기를 든든하게 채울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 눈길을 끄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이 길거리 음식들의 풍경도 지역별로 차이가 난다는데, 사투리 보다도 더 다양한 지역 길거리 음식들의 특색을 알아봤다. 

행락객들이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입소문이 난 길거리 음식 츄러스를 먹으려고 길게 줄을 서고 있다.

▶순대, 어디까지 찍어먹어봤니?=길거리 음식 중에서도 지역별로 가장 크게 달라지는 것을 꼽으라면 순대일 것이다. 돼지 창자에 숙주, 우거지, 찰밥 등과 돼지 선지를 섞어서 된장으로 간한 것을 채워 만든 순대는 중국 원나라 시대, 몽골 기병들이 돼지 창자에 쌀과 야채의 혼합물을 채워 만든 전투식량에서 유래된 유서깊은 음식이다. 이 몽골 전투식량은 유럽에도 전해져 독일 소세지의 기원이 됐으니 순대와 소세지는 알고보면 사촌뻘 되는 셈이다.

한국에는 함경도의 아바이순대를 시작으로 전해 내려온 순대는 지역을 거치면서 찹쌀 대신 고기를 갈아넣은 개성순대, 선지 외에는 고기를 넣지 않고 야채로 채운 병천순대, 많은 육류와 야채가 사용되는 경기도순대, 보리ㆍ메밀ㆍ부추를 넣어 만든 제주순대 등으로 분화됐다.

막장에 찍어먹는 순대

그 뿐 아니다. 돼지창자 대신 생태의 내장을 제거해 말려서 소를 채운 명태순대, 오징어 몸통에 소를 채운 오징어 순대, 그리고 찹쌀과 당면을 위주로 만든 당면순대까지 재료를 가리지 않고 분화됐다.

만드는 방법이 다양한 만큼 먹는 방법도 다양하다. 서울ㆍ경기ㆍ충청도지역에서는 고춧가루를 섞은 소금에 찍어 먹는 것이 기본이다. 하지만 강원도와 경상북도는 새우젓이나 후추가 섞인 소금에 순대를 찍어먹는다. 전라도 지역은 고춧가루 없는 하얀 소금에 찍어 먹거나 초장에 찍어 먹으며 경상남도 지역은 된장ㆍ고추장ㆍ 마늘 ㆍ사이다 등을 섞어 만든 ‘막장’이나 쌈장에 찍어 먹는다. 논이 부족해 밀이나 보리로 뻑뻑한 순대를 만들어 먹던 제주도의 경우 소금이 아닌 간장에 순대를 찍어먹게 됐다. 물론 최근의 유행은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쪽이다.

카레 떡볶이

▶떡볶이, 꼭 ‘빨개야’ 하나요?=남녀노소가 즐겨먹는 길거리 음식 떡볶이. 매운맛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공략한 떡볶이는 떡 자체 뿐 아니라 특유의 매운 소스에도 중독된 사람들이 많다. 오죽하면 튀김이나 순대를 먹을 때도 떡볶이 소스에 찍어 먹을까. 계속해서 다른 분식들에 ‘옷’을 뺏기는 떡볶이가 불쌍할 지경이다.

현대 한국에서 즐겨먹는 고추장 떡볶이는 한국전쟁 직후에 개발된 음식이다. 1953년 마복림 할머니가 신당동 공터에서 팔던 것에서 비롯됐다니 환갑이 갓 지난 셈이다. 하지만, 정작 ‘원조’ 떡볶이는 고추장 소스를 쓰지 않았다.

원래 떡볶이는 조선시대 궁중에서 먹던 것이다. 이 궁중 떡볶이는 가래떡을 간장 양념에 재어둔 쇠고기와 볶아서 만든 것으로, 요즘은 ‘간장떡볶이’, ‘궁중떡볶이’ 등으로 불린다. ‘시의전서’에는 “다른 찜과 같은 방법으로 조리한다. 흰떡을 탕무처럼 썰어 잠깐 볶는다. 다른 찜과 같은 재료가 모두 들어가지만 가루즙은 넣지 않는다”고 나와 있으며, ‘주식시의’에는 ‘떡을 잘라 기름을 많이 두르고 쇠고기를 가늘게 썬 것과 함께 넣어 볶는다’고 나와있다.

최근에도 고추장 소스를 온몸으로 거부하는 떡볶이들이 여러 형태로 나오고 있다. 효자동 통인시장에서 시작된 ‘기름떡볶이’는 고추가루와 고추기름, 굴소스(간장) 등을 섞어 만든 양념에 가래떡을 볶아서 나온다. 고추장 떡볶이와 달리 양념은 떡에 배여든 정도만 나올뿐 국물이 생기지 않는다.

그 외에도 짜장소스에 가래떡을 볶은 ‘짜장떡볶이’, 고추장과 춘장을 섞어 만든 소스로 맛을 내는 ‘춘장떡볶이’ 카레에 볶은 ‘카레떡볶이’, 굴소스로 맛을낸 ‘중국식 떡볶이’, 멸치육수와 케첩소스로 맛을 내 맵지 않은 ‘케찹 떡볶이’등 다양한 떡볶이들이 사람들의 입맛을 공략 중이다

씨앗 호떡

▶씨앗호떡, 상추튀김…다양하다 다양해=호떡 역시 다양한 모습을 자랑한다. 반죽속에 설탕을 넣고 눌러 만드는 한국식 호떡 외에도 공갈빵 마냥 속이 빈채로 내부에 설탕을 바른 ‘중국식 호떡(버블호떡)’, 녹차가루를 넣은 녹차호떡 등이 있으며 호떡속에 다양한 견과류를 넣은 씨앗호떡도 부산에서 시작돼 서울까지 상륙했다.

김말이, 오징어 등만 생각하기 쉬운 튀김계에도 지역특산품이 있으니 바로 광주의 ‘상추튀김’이다. 이름과 달리 상추를 튀겨 파는 것은 아니고 오징어나 야채튀김 등 갓 튀겨낸 바삭하고 고소한 튀김을 상추에 쌈을 싸 먹는 것이다. 이때 간장소스에 담아낸 청양초와 양파를 곁들이면 상추의 풋풋함과 청양초의 매콤함이 한데 어우러져 멋진 맛이 완성된다.

이 외에도 평범한 멸치 육수대신 고추장을 섞어 만든 제천의 빨간오뎅이나 쇠고기 힘줄을 넣어 만드는 스지어묵 등도 분식계의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김재현 기자/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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