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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한국 세번째 추기경 염수정… ‘탈정치 친서민’
내달 22일 서임식…“두렵고 떨리지만 소외받는 사람들과 함께할 것”
교황 다음의 권위와 명예를 상징하는 추기경의 옷(수단)과 모자(주게토)의 진홍색은 ‘순교자의 피’를 상징한다. 2011년 정진석(83) 추기경이 서울대교구장에서 은퇴한 후 2년 여만에 한국에서 세 번째로 추기경에 오른 염수정(71) 대주교는 추기경 임명 소식이 전해지자 일성으로 “몹시 마음이 무겁고 두렵고 떨린다”고 했다. 서울대교구는 “가난하고 소외받은 사람들과 더 함께하는 교회가 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536만명의 가톨릭 신자의 지도자로서 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대변자가 되어야 한다는 막중한 소명을 염 추기경과 한국 가톨릭계는 겸허히 받아들이는 듯하다. 염 추기경을 서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사상 최초의 남미 출신 교황이다. 유럽 중심이던 가톨릭 고위직이 비유럽권 성직자들에게도 폭넓게 개방될 것이라고 예측은 현실화됐다. 19명의 새 추기경 명단에는 아프리카의 코트디부아르, 부르키나파소를 비롯해 중남미의 아이티, 칠레 등 다양한 지역 출신 성직자들이 이름을 올렸다.

한국에서 진홍색 주게토는 종교적 의미를 넘어 고(故) 김수환 추기경 이래 현대사에서 소외되고 부당하게 탄압받는 사람들의 마지막 보루처럼 여겨 져 왔다. 그는 단순히 종교인으로서의 삶을 넘어 민주화, 인권 등 사회의 다양한 문제에 직접 몸으로 부딪치며 실천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이다. 김수환 추기경이 민청학련 사건, 6ㆍ10 민주항쟁 등 70~80년대 현대사의 중요한 순간마다 최전선에 서서 약자들을 위무하며 국민의 정신적 멘토로 존경받은 만큼, 그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던 염 추기경 역시 약자에게 햇살을 비추는 일에 진력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염 추기경은 정치적 중립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미사 강론에서 정의구현사제단의 시국 발언에 대해 “가톨릭교회 교리서는 사제들이 정치ㆍ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비판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염 추기경은 ‘탈정치 친서민’의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오는 2월 22일 로마 바티칸에서 염 추기경 등에 대한 서임식을 갖는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아시아에서 바티칸 재정분담금이 가장 많은 한국을 올 하반기 중 방문하는 방안도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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