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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취재X파일] ‘푸트라자야’에 한국인 방문 ‘뚝’ 끊겼다는데
[헤럴드경제=박수진 기자] 행정복합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의 롤모델은 말레이시아에 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신행정도시를 목표로 1995년부터 2010년까지 약 15년에 걸쳐 80억 달러를 투자해 만든 푸트라자야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푸트라자야는 말레이시아 내부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성공한 행정도시’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세종시가 추진될 당시 푸트라자야의 사례를 많이 참고한 건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사실입니다. 유한식 세종시장은 지난 4월 푸트라자야 관리청과 ‘세종시의 명품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습니다.

지난 12일, 그 유명한 푸트라자야를 직접 방문했습니다.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푸트라자야까지는 차를 타고 약 30분 정도가 걸립니다. 이동하는 동안 현지 가이드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한 때는 정말 많은 한국 사람들이 푸트라자야를 방문했는데 요즘은 발 걸음이 뚝 끊겼습니다.”

가이드에 따르면 세종시가 추진되던 노무현 전 대통령 정권 당시에는 공무원은 물론이고 기업인, 지자체장 등 신분을 막론하고 푸트라자야를 찾았다고 합니다. 세종시를 ‘기회의 땅’으로 만들기 위한 공무원과 기업인들의 치열한 사전답사가 진행된 셈이죠. 그전까지만 해도 한국인 관광객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던 푸트라자야는 당시 그야말로 ‘불야성’이었다고 합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 정부는 푸트라자야 홍보를 위해 공무원들이 퇴근을 하고 난 이후에도 청사 조명을 끄지 않는다고 합니다. ‘언제든지 눈에 띌 수 있도록’ 하는 셈이죠.)

마치 ‘풀빵구리 쥐 드나들 듯’ 이어지던 한국인들의 발걸음이 끊기기 시작한 건 세종시의 운명이 촉각을 다투던 이명박 정부 시절부터라고 합니다. 이명박 정부는 사실상 전 정권의 세종시 건설 계획을 뒤집는 ‘세종시 수정안’을 제안했고 당시 한국 사회는 큰 혼란에 휩싸이기도 했죠.

우여곡절 끝에 세종시는 건설됐고 행정 부처들이 이동을 시작했지만 최근엔 푸트라자야를 찾는 공무원들의 크게 줄었고 기업 관계자들의 방문도 뜸해졌다는 게 현지인들의 이야기입니다. “푸트라자야를 보기 위해 말레이시아를 찾는 한국인은 거의 없다”는

푸트라자야와 세종시는 ‘행정도시’라는 외형을 비롯해 여러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가장 재미있는 건 공무원들이 겪는 ‘애로사항’마저도 비슷하단 사실입니다. 서울역에서 세종시 정부청사까지 거리는 136㎞, 차로 이동할 경우 약 2시간이 걸립니다.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 시내에서 푸트라자야까지 거리는 20㎞, 차로 이동하면 30~40분이 걸린다고 합니다. 세종시에 비하면 푸트라자야는 수도와 ‘굉장히’ 인접해있지만 말레이시아 공무원들도 푸트라자야에서 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라고 합니다.

집을 옮기고 자녀들 교육 장소를 옮기는 것에 대한 부담이 일단 크다고 합니다. 그래서 푸트라자야가 아닌 쿠알라룸푸르 시내 인근에 집을 얻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도심에서 출퇴근을 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말레이시아는 대중교통이 그리 발달한 나라가 아닙니다. 국민 대부분이 자가 운전을 하고 그 탓에 교통체증이 매우 심각합니다. 출퇴근 부담이 큰 셈이죠. 세종시 공무원들이 겪는 애로사항과 크게 다를 바가 없었습니다.

말레이시아 정부가 고급 아파트를 재직 기간 동안 무상으로 제공하고 일부 세금 할인도 해주는 등 나름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현실의 문제를 해결하기란 쉽지 않나 봅니다.

sjp10@heraldcorp.com



<사진설명> 사진 가운데 보이는 초록색 둥근 모양의 지붕 건물이 말레이시아 수상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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