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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ㆍ미 FTA 1주년...빛과 그림자
[헤럴드경제=윤정식 기자]나무 소재 건축자재를 생산하던 ㈜인목. 건설사가 짓는 아파트에 제품을 납품해오던 이 회사는 부동산ㆍ건설 경기가 바닥을 치면서 매출이 급감했다. 평균 100억원대였던 연매출은 70억원대로 떨어졌다. 이대로 가면 파산이었다. 신성장동력으로 찾은 분야는 나무 소재 휴대폰케이스. 나무를 플라스틱과 5대 5로 섞어 강도와 유연성을 갖춘 목재 휴대폰케이스를 개발해 세계 특허까지냈다.

하지만 문제는 가격이었다. 중국에서 후발업체들이 질 떨어지는 모방 제품을 반값에 내놨기 때문. 그래도 희망은 있었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서 자유무역협정(FTA) 덕에 20%에 달하는 관세가 면제돼 품질 경쟁이 가능했다.

▶한ㆍ미 FTA가 회사 살려=망해가던 회사가 휴대폰케이스로 주종 품목을 전환하면서 살아나고 있다. 올해부터는 세빗(Cebit), MWC(Mobile World Congress) 등 내로라 하는 세계 최대 전자기기 박람회에도 진출했다. 올해 ㈜인목의 매출 목표는 120억원. 지난해 72억원의 약 두배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을 휴대폰 케이스 미국 수출로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오는 15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이 1주년을 맞는다. 전세계 경제상황이 녹록지 않은 상황. 특히 수출로 먹고사는 회사들은 창사이래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다.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은 여전히 심각한 경제위기에 처해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호(號)는 오히려 지난해 2년 연속 무역규모 1조달러를 넘기며 이탈리아를 제치고 세계 8대 무역강국으로 부상했다. 미국,EU 등 세계 주요 경제권과의 FTA 덕이라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한국은 아시아ㆍ유럽ㆍ아메리카 등 3개 대륙 45개국과 FTA를 발효했다. 명실공히 ‘FTA 허브(Hub)국가’다. 세계경제의 56.5%가 우리의 경제영토로 편입됐고 전세계 인구 39.9%를 소비자로 확보했다.

우리나라 교역의 34.8%를 FTA 발효국과 교역하고 있고 외국인투자의 절반이 넘는 50.4%를 FTA 발효국에서 유치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통상에서 FTA가 빠지면 한마디로 앙꼬빠진 찐빵이 되는 셈이다. 석정기 ㈜인목 사장은 “국내 수출 중소기업들은 중국과의 원가경쟁력 때문에라도 FTA 체결국가들 위주로 진출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인목 역시 미국 시장의 선전을 바탕으로 유럽 등 FTA체결국들만 공략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한미FTA의 비중은 막대하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 2011년 FTA 발효국과의 교역비중이 24.7%인데 반해 미국이 포함된 2012년에는 34.8%로 급증했다. 지난해 투자액 및 비중을 살펴봐도 미국이 36억7000만 달러로 전체의 22.6%로 1위를 기록했다.

한미FTA의 발효가 시작된 지난해 3월15일부터 지난 연말까지 미국으로의 수출은 FTA 발효이후 약 9개월 동안 1.2% 증가했다.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수출이 전년동기대비 2.7% 감소한 가운데 올린 성과다. 특히 FTA 혜택 품목군의 수출은 8.1% 증가한 반면, FTA 비혜택품목군은 2.8% 감소했다.

▶FTA역풍 준비…나라곳간 잘 챙겨야= 우려가 컸던 농업 분야 중 특히 우려했던 축산물 분야는 미국 광우병 등 여파로 직격탄을 피할 수 있었다. 운까지 따른 셈이다. 관세청 등에 따르면, 지난해 3월 15일부터 연말까지 미국산 농산물 수입액은 48억4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59억4000만 달러)보다 18.5% 감소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품목의 수입이 급증했다. 과일이다. 지난해 3월 15일부터 연말까지 미국산 오렌지 수입은 1억48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33.4%, 체리는 같은 기간 8000만 달러로 무려 78%나 급증했다.

하지만 진짜 큰 우려는 무(無) 관세 수입국과의 교역이 많아질수록 나라 곳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체결국과의 무역량이 많아지고 관세혜택 수준이 높아질수록 수입물가가 내려가겠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관세와 부가가치세 등 수입 때 붙는 세금이 줄 수밖에 없다.

재정부는 지난해 관세 수입이 9조8157억원으로 전년(10조9천901억원) 대비 10.7%(1조1744억원) 줄었다고 밝힌 바 있다. 2005년 이래 7년 만의 첫 감소다. 예산상 세수보다는 15.5%나 줄어든 수치다.

이런 관세 수입 감소율은 0.9%에 그친 수입액 감소율(2011년 5244억달러→2012년 5196억달러)의 12배에 달한다. 수입이 제자리 걸음이고 관세 수입을 좌우하는 또 다른 요인인 환율, 국제유가, 할당관세는 오히려 세수 증가 요인이 됐줬음에도 지난해 관세가 급감한 것이다. FTA의 영향이라는 분석 외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안그래도 복지 재원 마련에 고민 많은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는 FTA를 줄일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고민이 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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