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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처음처럼’ 때문에 법정에 선 하이트로임원,왜?
[헤럴드경제=홍성원ㆍ김재현 기자]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건강에 무해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 소주가 위험하다는 내용을 담은 시사프로그램을 만든 인터넷방송 PD와 이 프로그램을 보고 일반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 홍보에 이용한 하이트진로 전무 등 임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지게 됐다. 소주업계의 과당경쟁이 부른 결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2부(부장 김석재)는 24일, ‘처음처럼’소주가 인체에 해가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마치 몸에 나쁜 것처럼 방송을 만들어 방송하고, 이를 조직적으로 퍼뜨려 자사 주류의 마케팅에 이용한 혐의(명예훼손, 업무방해등)로 황모 하이트진로 전무 등 임직원 4명을 포함해 총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번에 기소된 김모(64)씨는 당시 두산이 만들던 ‘처음처럼’ 소주가 전기분해 알칼리 환원수를 사용한다는 광고를 보고 “알칼리 환원수는 먹는 물로 적합하지 않다”는 주장을 언론과 인터넷 등에 기고해왔다. 2008년에는 두산을 상대로 해당 소주의 판매중지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내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식약청, 환경부 장관 등의 법령해석등을 통해 알칼리 환원수가 ‘먹는 물’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으며, 2009년 두산이 김 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이를 재확인해줬다.

2009년 일단락 된 것으로 보였던 처음처럼의 유해성 논란은 지난해 3월, 한 방송을 통해 다시 불거졌다. 김모(31) 인터넷방송 PD가 시사고발프로그램을 제작하면서 “알칼리 환원수는 건강에 해로울 수 있어 위장장해, 피부질환을 야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심장마비로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두산은 그 소주의 제조방법 승인도 불법적으로 받았다”는 내용을 담은 것이다. 김 PD는 이 방송 제작을 위해 김 씨를 찾아 인터뷰 하기도 했다. 검찰 조사에서 김 PD는 방송 제작전 식약청 홈페이지, 판결문 등을 확인해 ‘처음처럼’이 마시는 물에 적합하다는 판정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방송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하이트진로측이 이 방송을 이용해 마케팅에 나서면서 커졌다. 황 전무는 지난해 3월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 4차례에 걸쳐 회의하며 이 영상을 전국 영업지점 등에 보내 일반에 배포하도록 시켰다. 이를 위해 예산 6620만 원을 배정하는 한편 동영상이 담긴 CD를 제작하고 이를 배포하는 방식에 대한 지침서도 전달했다.

검찰은 “하이트진로 측은 이미 2010년, 같은 내용의 만화를 배포해 조사받다 롯데측이 고소를 취하해 처벌을 면한 적이 있어 위 주장이 허위라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이를 마케팅에 사용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경쟁이 치열한 영업 현장 직원들이 방송에서 나온 얘기면 사실이라고 믿고 영업에 활용한 것 같다”면서 “본사의 조직적 개입은 없었다는 점을 재판 과정에서 소명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mad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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