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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C〈Companionship·Creative·Copyright〉 입고 3B〈Business mind·Bureaucracy·Bad manner〉 벗어야…제2, 제3의 싸이 나온다
리-디자인 유어 라이프〈1〉소프트파워가 경쟁력이다
홍콩영화 한순간에 퇴조 반면교사
문화교류·창의성·저작권 중시해야
비싼티켓·무개념 공연일정 한류에 찬물
상업주의·관료주의·비매너 지양을



제2, 제3의 싸이는 나올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문화계 종사자는 흔히 “예측할 수 없다. 다만 계속해서 씨(투자)를 뿌릴 뿐”이라고 답한다.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전 세계에서 일으킨 신드롬은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앞서 동방신기와 소녀시대가 중남미ㆍ동유럽 등 세계 각지의 무대를 누비면서 벽안의 팬들을 몰고다니는 것 역시 예측불허의 영역이었다. 한류가 4.0, 5.0시대로 이어져 새로운 신드롬을 창출케 하는 정답은 묵묵히 씨를 뿌리는 일이다. 여기에 씨가 잘 뿌리내려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들어주는 일이다.

▶‘3C’를 입어라=한류 발전을 위한 풍토를 만들려면 취할 것과 삼가야 할 것이 있다. 상대국과 우의를 바탕으로 한 문화교류(Companionship), 창의성(Creative)과 저작권(Copyright)을 우선시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항한(抗韓)’ ‘혐한(嫌韓)’으로 표현되는 반(反)한류 정서는 한류 확산의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일본은 독도 사태 이후 K-팝, K-드라마에 대한 거부감이 커졌다. 지난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방송하는 후지TV 앞에서 한국 드라마 반대 집회가 열렸을 만큼 반한류 기류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가 됐다.

중국은 동북공정, 중국 어선의 불법조업 등 역사왜곡 문제와 외교적 사건을 둘러싸고 갈등이 커지며 한국과 한국인, 한국사회에 대한 저항심을 키우고 있다. 특히 한류 확산의 새 수단으로 떠오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반대편에선 반한류를 전파하는 도구로 쓰인다. ‘김치 드라마는 버선쪼가리처럼 냄새나고 길게 전개된다’(중국 포털), ‘한국 드라마 즐기는 40~50대 아줌마 공항 나가지 마라’ ‘한국 가수가 역사도 모르면서 일본에서 돈 버는 건 기만행위다’ ‘김태희가 일본인은 원숭이고 가장 천한 민족이고 독도는 한국 영토라고 발언했다’(일본 2ch) 등 인터넷상의 반한류 정서는 이성적이거나 논리적이지 않아 해결이 쉽지 않다.

윤재식 한국콘텐츠진흥원 수석연구원은 최근 “반한류 확산의 증거 절차를 확인하고, 왜 나타나는지 원인을 해결하지 않고선 한류 발전방안을 얘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크리에이티브’는 한류의 알파이자 오메가다. 그 중에서도 장르와 소재, 유통창구의 다양성이 요구된다. 홍콩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한때 인기있던 홍콩 영화는 반복되는 장르와 식상함으로 퇴조하고 말았다. K-팝은 단순한 후크송, 화려한 군무가 물릴 즈음에 싸이의 유머로 다양성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드라마 역시 출생의 비밀과 복수를 기본으로 한 ‘막장류’에서 수사물 등 장르물로 발전해야 한다.

고정민 홍익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문화할인율이 적은(수용되기 쉬운) 애니메이션도 ‘뽀로로’ 같은 유아물에서 청소년ㆍ성인물도 성공작이 나와줘야 한다. 웹툰, 뮤지컬, 인터넷소설 등 다양한 장르로 한류가 일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 보호의식이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낮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곡당 온라인 다운로드 비용의 경우 국내에선 평균 63원, 미국은 최저 791원, 영국은 1064원이다. 국내에선 아직 사용자 편의 위주다. 음원료 배분과 관련해선 창작자, 가수, 연주자 등 모두가 만족할 솔로몬의 해법이 필요할 때다.

한류 지역은 아시아 편식에서 벗어나 중남미ㆍ동유럽으로 뻗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한류 종합 쇼케이스 무대에서 중미의 젊은이가 K-팝 스타에게 열광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콘텐츠진흥원]

▶‘3B’를 벗어라=2000년대 초반 ‘겨울연가’ 열풍 이후 10여년간 한류가 걸어오면서 드러낸 문제점도 많다. 대표적으로 지나친 상업주의(Business mind), 관료주의(Bureaucracy), 비(非)매너(Bad manner)는 한류에 부정적인 이미지를 입힌 것으로 꼽힌다. 한류로 인한 제조상품 수출 확대, 관광수입 증가 등 경제적 효과를 부각시키거나 ‘돈벌이’에 급급한 공연 등은 지양해야 할 태도다.

박성현 한국문화산업교류재단 연구원은 “중국ㆍ베트남ㆍ대만ㆍ일본에서 한류에 대한 거부반응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선 지나치게 비싼 공연, 갑작스러운 취소 및 잦은 연기로 불만을 사고 있다”면서 “한류는 제품이 아닌 문화이기 때문에 보다 섬세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창기엔 정부가 앞장서서 한류를 진작시키려다 역효과를 부르는 일도 있었다. 정부가 콘텐츠 제작 지원 등 ‘그림자 후원(Shadow support)’ 역할에 머물러 달라는 게 민간의 바람이다.

이와 관련, 김경남 문화체육관광부 한류문화진흥단 사무관은 “경제적 열매에 집착하지 않고, 한국 문화를 세계인과 공감하는 방향으로 소통ㆍ발전시켜 나가자는 게 한류에 관한 정부 정책 기조”라고 말했다.

이런 노력은 정작 한류스타 개개인의 잘못된 행동으로 인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지난해 블락비는 태국에서 무례한 인터뷰로 한류에 찬물을 끼얹었다. 민간외교관이어야 할 스타의 그릇된 문화 우월감, 상대를 무시하는 태도 등은 전체 한국과 한국인, 한국문화에 대한 거부감을 키운다. 연예기획사의 매너교육을 포함한 스타양성시스템을 정비하고, 불량한 연예기획사를 거르는 대책이 필요하다. 

한지숙 기자/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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