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위크엔드] 15세이전 첫 음주…교회 행사때도 술 허용…레닌·고르바초프도 금주정책 성공 못시켜
러시아 국민, 별난 술문화
러시아인의 술사랑은 ‘음주가 곧 생활’이라고 할 만큼 각별하다. 러시아의 음주율은 세계 1위, 인당 술 소비량은 1995년 기준 유럽 내 1위였다. 러시아의 국민주 보드카는 러시아어로 물이란 뜻의 ‘보다(Voda)’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15세기 러시아에 소개됐다고 하는 보드카는 급속도로 러시아 사회에 뿌리내리면서 600여년간 러시아인과 동고동락해왔다. 어원대로 러시아인은 알코올 도수 40도의 독한 보드카를 물처럼 즐겨 마실 정도로 술이 세기로 유명하다.

러시아 학계에서 제시한 음주 표준형을 보면 러시아인은 대체로 15세 이전에 음주를 경험하게 된다. 보통 19세쯤이면 정기적인 음주를 하고, 25세쯤엔 알코올 의존 및 남용이 늘어난다고 한다. 러시아의 이런 음주 전통은 하루 아침에 생겨난 건 아니다. 계층에 상관없이 과음이 만연해 있다.

러시아 음주문화를 논할 때 성직자를 빼놓을 수 없다. 경전에서 적당한 음주는 허용했고, 와인이 각종 교회 행사에 사용됐다. 오래전부터 러시아의 수도원은 보드카를 생산ㆍ판매하는 특권을 가지고 있었다. 귀족, 황제가 만취했다는 기록도 많이 남아 있다.

이런 러시아의 음주문화엔 국민성 외에 정부의 정책도 한몫했다. 러시아 국민은 보드카 도입 전엔 집에서 양조한 꿀술, 맥주를 마셨는데 이때부터 러시아 정부는 유흥세 명목으로 주류에 과세를 했다. 러시아 지도자가 막대한 재원을 노리고 보드카 생산 장려책을 편 적도 있다.

이러다보니 블라디미르 레닌은 술이야말로 공산주의에 병적 존재라며 보드카를 사적으로 만들면 중벌에 처하는 법령을 발효하기도 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밀주의 생산ㆍ유통이 성행하는 역효과가 나타났다. 1990년대 개혁ㆍ개방 정책을 시행한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도 대대적인 금주 운동을 펼쳤지만 실패로 끝났다. 이후 러시아에선 술을 어디서나 살 수 있게 됐다. 러시아 정치인의 보드카 사랑도 잘 알려져 있다.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이 대표적이다. 해외 방문 당시에도 그는 별난 음주벽으로 잦은 구설수에 올라 ‘주정뱅이 대통령’으로까지 불렸다.

한편 술 소비가 늘면서 평균 수명 단축과 함께 아동학대, 가정해체 등 각종 사회문제도 대두하고 있다. 술 좋아하는 러시아 사회의 어두운 면이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