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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인호의 전원별곡]‘힐링 하우스’신한옥<4>나무와 황토의 신묘한 결합…스스로 숨 쉬는 건강한 집
서민 신한옥은 순수 국산 나무와 황토를 이용해 자연미를 그대로 살리면서도 가격은 기존 전통(기와)한옥의 1/3로 낮춘 건강한 집이다. 나무와 황토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이 두 재료는 상호 이질적이어서 결합이 어렵다.

기존 통나무황토집의 가장 큰 문제는 바로 나무와 황토의 이 같은 이질감으로 인한 수축과 갈라짐이다. 당연히 단열과 유지 관리에서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서민 신한옥은 지난 20여 년간에 걸친 연구와 실제 시공 노하우를 통해 이 문제를 괄목하리만큼 해결했다.

현대인의 최대 관심거리 가운데 하나가 건강이다. 우리는 건강하게 오래 살기를 바란다. 먼저 나무와 흙이 왜 건강에 좋은 친환경적, 친자연적인 건축 재료라고 하는지를 살펴보자.

나무는 흔히 ‘이산화탄소의 통조림’, ‘탄소 지우개’로 불린다. 나무 잎이 갖고 있는 엽록소와 태양에너지의 작용으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대신 산소를 내뿜어 공기를 정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구 온난화 방지에도 매우 중요하다.

또한 나무는 재생가능한 자원이기에 이를 원목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목재 가공시 들어가는 에너지가 철, 시멘트 등에 비해 크게 적어 이산화탄소 방출량이 적고, 폐기할 때 발생하는 유해물질도 사실상 없다.

건축 재료로써 목재는 습도 조절 및 단열 효과가 빼어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주거공간이 가능하다. 나무의 무늬와 색상은 편안함과 친숙함을 준다. 서민 신한옥은 옹이와 나무의 굴곡까지도 그대로 살려내기 때문에 특히나 자연미가 뛰어나다. 아울러 목재에는 살균과 방취성분이 있기에 건강한 주거 생활을 영위하게 한다.

#나무는 탄소를 저장하고, 원적외선을 방사한다

목재에서는 신비의 빛이라고 불리는 원적외선이 다량으로 나온다. 모든 물질은 열을 받으면 원적외선을 방사하지만 대부분 그 효율이 낮아 실생활에 활용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산 목재의 경우 원적외선 방사율이 40도에서 평균 85%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로 매우 높다. 원적외선은 신체의 미세 혈관을 확장해 혈액순환을 촉진시켜 신진대사를 강화하고 조직 재생능력을 증가시켜준다.

수목에서 나오는 향기는 심신의 피로를 풀어준다. 이른바 삼림욕 효과다. 숲을 거닐다 보면 생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 활성효과를 느끼게 되는데, 이는 나무에서 발산되는 피톤치드 때문으로 살충과 항균, 항곰팡이 등의 작용도 한다. 또한 침엽수에서 많이 나오는 α-피넨이라는 물질은 쾌적함을 느끼게 하는 생리활성 작용을 한다.

건축 재료로써의 나무에 대한 중요한 물리적 성질이 있다. 나무의 강도는 15년 이하의 미성숙재 보다 15년 이상 된 성숙재가 훨씬 강하다. 또한 성숙재의 경우, 나무의 바깥쪽 부분(변재부)이 안쪽(심재부)보다 훨씬 단단하다. 대개 가공 목재는 강도가 훨씬 강한 바깥쪽 부분을 깎아버리고 상대적으로 강도가 약한 안쪽을 사용함으로써 내구성 등에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산림조합중앙회 목재유통센터에서 지난 2011년 2월 실험한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서민 신한옥은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국산 나무로 통나무벽돌을 만들어 황토와 함께 집의 벽체를 완성한다. 이 통나무벽돌은 일정한 규격으로 정밀하게 가공처리된 것으로 튼튼한 집, 살아 숨 쉬는 건강한 집의 핵심 재료가 된다.

또한 나무의 수분과 영양분 섭취는 나무의 위아래로 이동하기 때문에, 건축 벽체로 쓰이는 목재 역시 이런 원리에 맞게 통기성을 확보해야 한다. 즉, 벽체를 만들 때 통나무의 양쪽 절단 부위가 각각 실외와 실내로 향하게 해야 통기성이 좋아진다. 굴피집 처럼 통나무벽돌을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실례로 강원도 인제군 미산리에 지은 서민 신한옥은 이 같은 벽목(통나무벽돌)공법을 적용해 만든 통기성이 뛰어난 집이다.

#황토는 습도조절, 전자파차단, 공기정화 기능 탁월

목재와 함께 서민 신한옥의 주재료인 황토 또한 건축 재료로써 여러 장점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 황토는 전국에 걸쳐 골고루 분포되어 있으나, 주로 남해안 지방과 서부해안 지방에 많이 퇴적되어 있다. 경주황토와 경남 고성 김해 산청, 전남 고흥 화순 무안 함평, 전북 고창 익산, 충남 부여 논산, 강원도 홍천의 황토가 우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토는 다량의 탄산칼슘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 탄산칼슘에 의해 다른 흙과 달리 쉽게 부서지지 않는 점력을 지니고 있으며, 물을 가하면 점성이 강한 찰흙 성분으로 변하는 성질이 있다.

또한 실리카, 알루미나, 철, 마그네슘, 나트륨, 칼리 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러한 성분비와 다양한 효소들로 조성된 황토는 동식물의 성장에 꼭 필요한 원적외선을 다량 방사한다. 황토 1g 속에는 약 2억~2억5천 마리의 유익한 미생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황토의 특성을 요약해 보면, 산소 대량 함유, 오염물질 제거, 냄새 제거 및 기름 흡수, 뛰어난 습도 조절력, 원적외선 다량 방출, 유익한 미생물, 유해 전자파 차단, 공기 순화 및 정화 등 이다.

이런 황토로 지은 집은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으며 자연을 활용하여 사람에게 가장 편안함을 주는 환경 친화적인 주거공간이다. 또한 황토는 단열재 역할 뿐 아니라, 축열 효과도 뛰어나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하다. 아울러 황토집은 노화방지, 혈액순환 촉진, 스트레스 해소, 피부미용, 신경통, 요통, 피로회복 등에 효과가 있는 건강한 집이다. 또한 습도가 높을 때 습기를 흡수하고, 건조할 때에는 습기를 발산함으로서 항상 쾌적한 습도를 유지시켜준다.

흙(황토)의 축열기능에 대해 좀 더 알아보자. 흙은 축열체인데, 이는 열을 받아들이는 값이 높다는 것이다. 그래서 흙집은 실내에 열을 계속 가열하지 않고 그대로 내버려 두면 벽의 두께와는 상관없이 춥다. 하지만 구들이나 벽난로를 통해 열을 공급해주면 실내의 온기가 밖으로 빠져 나가기 전에 벽에 저장되기 때문에 늘 실내가 훈훈하다.

#서민 신한옥은 자연미를 그대로 살린 건강한 집

2012년 강원도 인제에 완공한 서민 신한옥은 이런 황토와 통나무를 결합해 벽을 구성했다. 즉 통나무황토벽이다. 이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파생된 축조방식으로, 벽 단면을 가로질러 통나무 토막(통나무벽돌, 벽목)을 놓고 황토를 다지면서 벽체를 만든다. 이때 통나무는 일반적으로 전나무나 소나무, 잣나무를 주로 사용하지만, 서민 신한옥에서는 다양한 수종을 목재로 활용하고 있다.

친환경주택인 통나무집은 원목이 국산재이든 수입재이든 고가이면서 수량 또한 과도하게 많이 들어간다. 마찬가지로 친환경주택인 흙집은 재료(흙) 값은 저렴하지만 벽체가 구조적으로 약해서 규모가 큰 집을 만들기에는 부적합하다.

서민 신한옥은 수입목재처럼 굵고 똑바른 나무를 가지고 집을 짓자는 것이 아니다. 버려지는 국산 소경재를 가지고 시멘트 건축물의 철근과 같이 집의 골격을 세우고 시멘트 대신 황토를 사용하면 가격이 저렴하고 건강에 좋은 집을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버려지는 국산 간벌재를 가지고 골격 역할을 하도록 가로와 세로의 각재를 설치하고, 그 사이에 시멘트벽돌처럼 외벽을 지탱하는 벽목(통나무벽돌)을 설치한다. 이 때 벽목은 동일한 규격으로 대량생산해야 한다. 또 황토도 지금까지 발로 비비고 손으로 뭉쳐서 벽에 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커다란 흙통 속의 반죽된 흙을 치약튜브처럼 벽체에 밀어 넣는다. 이렇게 가격이 저렴한 국산 간벌재나 구부러진 곡재, 그리고 주변에 널린 황토만 가지고도 튼튼하면서 건강에 좋은 통나무황토집을 만들 수 있다.

물론 목재와 황토를 주재료로 하는 친환경 주택도 단점은 있다. 빗물에 특히 취약하다. 그렇기 때문에 통나무와 황토로 구성되는 집은 추녀가 최대한 길어야 한다. 목재의 특성상 빗물이 들어가면 단단한 낙엽송이라도 상하게 되는 것은 당연하다.

황토 역시 빗물에 약하다. 추녀의 길이를 길게 확보하면 빗물을 효과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하지만 추녀의 길이가 90㎝가 넘으면 건축 면적에 포함되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또한 황토는 건조 후 크랙이 많이 생긴다. 때문에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이루어져야한다.

국산 목재와 황토를 주재료로 하는 서민 신한옥은 우리 자연에서 자란 나무를 원목 그대로, 또한 건강에 좋은 황토를 사용함으로써 그 자체만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다. 마음이 평안해지고 긴장이 풀리며 부드러운 느낌이 들게 한다. 목재와 황토는 수분과 공기가 안팎으로 드나드는 성질을 갖고 있다. 실내 습도가 높을 때는 수분을 흡수하고, 반대로 건조할 때는 목재와 황토가 갖고 있는 습기를 실내로 방출하여 쾌적한 상태를 유지시킨다. 특히 통나무벽돌과 황토를 결합해 지은 집은 단열은 물론 통기와 습도조절이 뛰어나다.
 
서민 신한옥의 벽체 가운데 통나무와 통나무가 서로 맞닿는 부분의 결합된 모습.

#이질적인 나무와 흙의 결합은 ‘과학’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나무와 흙은 물리적으로 이질감이라 친화력이 없어 접합이 잘 안 된다. 서경석표 서민 신한옥은 지난 20여 년간 20여 채의 집을 지어오면서 과학적인 연구를 통해 이를 상당 부분 극복했다. 무게 5톤짜리 거대한 장부기를 사용해 2년 동안 자연건조를 한 국산 통나무를 벽체가 접합되는 부분만 깊게 파내고, 거기에 창틀이나 보가 들어가게 정교한 장부구멍을 만들어 준다.

나무를 쉽게 기계로 사각 또는 육각으로 제재를 하거나 원주가공을 하면 만들 당시는 깨끗하고 좋아 보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열화나 풍화에 약하다. 그래서 통나무를 햇볕과 바람이 닿는 부분의 겉껍질만 벗겨낸다. 이러면 햇빛이나 비바람에 훨씬 강하다.

대패질이나 샌딩을 하면 안 된다. 이는 나무의 피부를 제거하는 것이다. 사람이 피부가 없다고 생각해보라. 피부는 햇볕과 바람 그리고 세균으로 부터 속살을 보호해주는데, 맨 속살이 노출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당장 세균이 침투하고 엄청난 고통이 따른다. 나무와 흙이 살아 숨 쉬는 집이 바로 서민 신한옥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스한 집. 이를 누구나 저렴하게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게 바로 서민 신한옥의 목적이다.

단순하게 통나무와 황토만으로 높이 조적을 한다면 많은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시간이 흘러도 틈이 발생되지 않고 단열이 우수한 친환경 통나무황토집을 지으려면, 통나무를 40㎝ 길이로 자른 후에 2년 정도 건조를 하면 더 이상 줄거나 금이 가질 않는다. 40㎝ 두께의 통나무벽돌이다. 통나무는 함수율이 14% 이하가 되면 변형이 오기 시작한다. 가급적 비를 막아주는 시설 안에서 최대한 오래 건조하는 것이 좋다.

그런 다음 실제 벽체 시공시에는 황토의 수분이 통나무벽돌에 스며들지 않게 비닐로 감싸주어야 한다. 이게 포인트다. 그래야 시간이 지나도 변형이 안생기고, 나무에 새까만 곰팡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 할 수 있다. 마감 미장을 하고 난 뒤에 비늘을 벗겨 주면 통나무벽돌이 약간 부풀어 올라 황토와의 틈을 메워주는 효과가 있다. 강원도 인제군 미산리에 지어진 서민 신한옥에는 400개 정도의 통나무 벽돌이 사용되었다.

이 서민 신한옥은 통나무(벽돌)와 황토만 가지고서도 사각집, 육각집, 둥근집 등 다양한 형태의 집을 건축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통나무를 일정하게 가공을 해서 각재와 결합을 시켜서 강한 벽체를 만들면서, 황토가 갈라지거나 금이 가도 문제 없도록 했다.

강원도 인제의 서민 신한옥은 집 면적이 109㎡(33평)인데 전체 공사 기간은 두 달이 채 안 걸렸다. 뒷산의 나무 등 국산 목재와 주변의 황토로 집을 지었다. 우리 산과 들에 있는 무한 자원을 이용해 만든 싸고 건강한 집, 그게 바로 서민 신한옥이다.

(헤럴드경제 객원기자,전원&토지 칼럼리스트,cafe.naver.com/rmnews)

<도움말 주신 분:서경석 신한옥연구소장,부동산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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