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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 - 정세창> 당신의 주머니에서 매년 7만원이 새고 있다
보험사기로 인해 가구당 20만원, 국민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연간 추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줄줄 새고 있는‘밑 빠진 독’을 하루빨리 수리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양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보험사기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면서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들고 보험제도의 건전 운영을 저해하고 있다. 최근 경찰 수사에 의해 드러난 이른바 ‘모텔병원’이라는 기형적 보험사기는 일반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모텔병원’은 지방 거주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퇴원 후에도 대형병원에서 계속적인 치료를 받기를 원하지만 마땅한 거주시설이 없는 현실을 악용한 보험사기의 신종 형태이다.

암 등 중증치료는 대형병원에서 받고 입원은 근처 개인의원에서 하면서 숙식을 제공받는 형태로 운영되는데, 개인의원이 의료 처치 없이 부당 보험금을 편취한 것이다. 그동안 과다입원이나 서류조작을 통한 허위입원 등의 사례는 많이 있었지만 이 같은 신종 수법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심지어 어떤 곳은 진료 부적격 의사를 명목상 원장으로 등록하고 자격 미소유 의사가 주 1회 진료하기도 했다. 의료법상 의사 1명에 29병상 이하의 입원실이면 신고만으로 쉽게 의원 설립이 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환자들에게 입원비를 받고 그 금액에 해당하는 만큼 입ㆍ퇴원확인서를 발급해 환자가 민영보험사에서 부당 보험금 30억원 상당을 편취하게 하였다. 또한 입원치료를 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허위로 작성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요양급여 20억원 상당을 가로챘다.

최근의 보험사기는 집단적이고 조직적으로 자행되어 그 규모가 날로 커지고 대담해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강원도 태백의 410명, 경남 창원의 1361명의 집단 보험사기 사건에서처럼 여러 당사자가 연합해 동일 범죄를 저지르는 도덕 불감증의 극단이 발생하고 있다.

보험사기는 종국적으로 ‘폭탄 건보료’나 ‘민영보험료 인상’과 같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그 짐을 부담하게 되어 전체 공익을 해치게 된다. 지금 이대로 방치한다면 깨진 유리창만 교체하면 될 것을 건물 전체를 수리해야 하는 큰 수고를 초래하게 될 것이다. 깨진 유리창의 사소함이 가져올 수 있는 위험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험사기도 엄연히 범죄라는 국민들의 인식 전환이 우선되어야 한다.

보험사기 수법이 교묘해짐에 따라 보험사의 예방 역할도 중요해지고 있다. 예전에는 보험사기자가 무조건 많은 보험에 가입하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특정 질병이나 재해를 집중 보상하는 상품에 가입한 후 악용하는 수법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보험회사는 보험사기를 유발하거나 악용할 수 있는 요인을 찾아내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또한 단기간 비슷한 성격의 보험을 집중 가입하려는 자가 있다면 인수하기 전에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아울러 보건복지부는 현 의료급여제도가 올바르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금융감독원은 보험사기로 인해 가구당 20만원, 국민 1인당 7만원의 보험료를 연간 추가 부담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줄줄 새고 있는 ‘밑 빠진 독’을 하루빨리 수리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양심에만 맡겨서는 안 된다. 보험회사, 정부당국, 수사기관 모두가 합심해 철저한 적발과 강력한 처벌, 동시에 사전 예방을 위해 힘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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