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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툭하면 “기업 모여라” …지경부 ‘전시행정’ 눈총
하반기 30대 그룹 간담회 개최
대기업 고용·투자 확대 주문
잦은 만남 불구 실질해법 없어…
의례적 행사 ‘속빈 강정’ 지적도



홍석우 지식경제부 장관이 기업인들과 연이어 만나고 있지만 정작 기업에 도움이 될 만한 정책은 나오지 않아 ‘보여주기 식’ 만남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빨간불이 켜진 실물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는 전시성 행사가 아니라 실질적인 대책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홍 장관은 7월 이후 중소ㆍ중견기업 경영자, 경제연구소장등과 잇달아 만남을 가지고 있다. 5일 오전에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30대 그룹 사장단과 간담회를 가졌다.

홍 장관은 이 자리에서 “올 하반기 경제여건이 매우 어려워 우리 경제 성장 둔화가 우려된다”며 “관련 부처나 경제단체 등과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더 찾아내고 혼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가 해결되면 경제민주화 논란도 사라지고, 기업들이 협력업체와 공동체 의식을 갖고 동반성장하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당초 예고한 대로 대기업의 고용과 투자 확대를 주문했다. 지난 1월 13일 있었던 상반기 30대그룹 사장단회의 때 나온 이야기와 똑같은 말의 반복이다.
홍석우(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 지식경제부 장관이 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30대 그룹 간담회를 가진 후 참석자들과 파이팅을 외치며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홍 장관은 지난 4일 인천시 부평 소재 중견기업인 와이지원을 방문해 ‘중소·중견기업 업계와 수출 간담회’를 열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엔지니어링업계, 디스플레이업계, 자동차업계 등과 실물경제 간담회를 지속해 왔고, 7월에는 홍 장관이 국내 경제연구소장들을 만나 의견을 구했고 제주도까지 날아가 전경련 포럼에 참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만남을 가져도 뾰족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이날 ‘30대 그룹 사장단 간담회’에 참석한 한 대기업 사장은 “꼭 중요한 내용이 있어서 나오는 자리라기보다는 의례적인 행사이고 안 나오면 정부에 찍히는 분위기여서 참석은 꼭 하게 된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 1월 간담회에는 참석했던 한진그룹의 경우 이번 행사에는 아무도 보내지 않았고, 1월에는 부회장급을 보냈던 효성그룹도 이날 행사에는 박준형 사장으로 참석 임원의 급을 낮췄다. LG그룹과 금호아시아나그룹도 당초 사장급 참석자를 부사장급으로 낮췄다.

외형상으로는 26개 대기업 사장급과 5개 중견 기업 대표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연구원까지 가세하는 등 27개 대기업만 참석했던 1월 행사보다도 풍성해진 모습이지만 모임의 실상은 ‘속 빈 강정’이었다.

이날 토론 자리에서 대기업 사장단은 주로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다. 외국인 관광객을 늘리자면서도 호텔건축과 관련된 부처 간 중복규제가 너무 많다는 내용이나 고용을 늘리라면서도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는 강화되는 것이 불합리하다는 의견을 내놓았고 통신업계과 정유업계의 규제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나왔다. 거의 대부분이 지식경제부 소관이 아닌 기획재정부나 공정거래위원회, 국토해양부 혹은 국회 차원에서 해결해야 할 내용들이 주를 이뤘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기업 사장은 “하반기 실물경제가 어려운 것은 기업들이 더 잘 아는 바, 기업 입장에서는 이렇게 공개적으로 모여 신세한탄 식으로 업계의 이야기를 말하는 것보다는 대기업의 이해관계가 부딪히는 이슈들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혀주고 이에 대한 기업들의 대응방안을 가이드해주는 식의 모임이 훨씬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윤정식 기자>
/yj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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