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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산지<위키리크스 설립자> 망명…英 탈출까진 ‘산넘어 산’
‘007 작전’사실상 불가능
대사관앞 CCTV·경찰 감시 철저
외교관·변장 등 실현가능성 낮아
런던서 장기간 체류 불가피 전망

에콰도르 말뿐인 신변보호
상징적 보호 ‘언론자유국가’ 명분
망명성공열쇠 결국 英이 쥐고있어
남미국가연합도 지지선언 가능성



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설립자가 에콰도르로부터 망명 허가를 받았지만 실제로 망명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어산지가 영국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을 빠져나와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에콰도르로 향하기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는 다수의 영국 경찰이 배치돼 있어 어산지가 건물 밖으로 나오는 것부터가 어렵다. 건물이 시내에 있어 외부인의 눈도 많을뿐더러 24시간 감시하는 순찰차와 폐쇄회로TV(CCTV)를 비켜가기도 쉽지 않다. 때문에 어산지가 대사관에서 장기간 체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어산지 지지자들과 일부 법률 전문가들 사이에선 어산지가 대사관 밖으로 빠져나와 망명길에 오를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실현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부 지지자는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에게 시민권을 주고 외교관 직원으로 임명하면 외교적 면책특권으로 보호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외교적 지위는 주둔국 정부(영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이 방안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에콰도르 정부가 어산지를 에콰도르 유엔 대사로 임명하는 방안도 나온다. 그렇게 되면 어산지는 체포되지 않고 세계 각국에서 열리는 유엔 회의에 참가할 수 있다. 어산지가 변장하고 대사관을 몰래 빠져나간 뒤 대사관 옆에 있는 해로드백화점 통로를 이용해 경찰을 따돌리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신원이 발각될 경우 어산지는 곧바로 체포될 수 있다.

대사관 화물용 가방을 이용해 어산지를 빼돌리자는 아이디어도 나왔다. 이 안은 설득력이 없어 보이기는 하지만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다. 1984년 영국이 나이지리아에서 부패 혐의로 기소된 우마르 디코 전 장관의 인도를 거부하자, 그는 런던에서 납치돼 라고스행 화물에 실렸다.

에콰도르가 서방 국가들과 외교적 마찰을 무릅쓰고 어산지의 망명을 허용한 표면적 이유는 ‘어산지의 신변 보호’지만 실질적 구제보다는 상징적 보호라는 해석이 많다. 미국의 비밀 외교문건들을 폭로한 이후 서방 국가의 탄압을 받아온 어산지에게 손을 내밂으로써 ‘언론 자유 국가’라는 명분을 얻으려는 노림수로 파악된다.

망명을 허용해도 실제로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건 영국이라는 계산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에콰도르가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상황에서 영국 경찰이 어산지의 신병을 확보하려고 대사관에 진입하거나 에콰도르행 비행기를 타러 대사관을 나온 그를 체포할 경우 세계의 여론은 영국을 비난하는 쪽으로 쏠릴 가능성이 있다. 에콰도르 정부로서는 망명을 허용하지 않아 잃을 것보다 망명을 허용해 얻을 정치적 이득이 많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에콰도르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남미국가연합은 긴급 외교장관 회의를 열기로 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어산지에게 망명을 허용한 에콰도르 정부를 지지하는 선언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포클랜드 영유권 분쟁에서 아르헨티나의 편을 들어준 남미국가연합은 어산지 문제로 또다시 영국과 외교적 마찰을 빚을 전망이다.

한편 어산지가 조만간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위키리크스는 이날 트위터에 “오는 19일 오후 2시(현지시간) 런던 주재 에콰도르 대사관 앞에서 어산지가 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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