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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형님’ 구속에도 꿈쩍않던 靑…이번엔 왜?
‘대통령 그림자’ 김희중 제1부속실장 비리의혹에 패닉상태…검찰 수사 향방따라 대통령에도 충격파 가능성
장관급 대통령실장도 눈치보는 ‘문고리 권력’ 부속실
정치적 영향력·정책권력 없음에도 로비 검은손 침투
대통령 보좌 최측근…정권 도덕성에 치명타 불가피


“전에 보니까 부속실이 세더라. 이해 못하겠다. 부속실이 앞으로 유연해질 것이다. 권한 휘두르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와 오래 알았던 사람들이 더 조심해야 한다. 성공적인 이명박 정부가 되기 위해서 이 자리 멤버만 잘하면 된다.”

2008년 2월 29일 현 정부 출범 후 첫 청와대 확대비서관회의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한 말이다. 전 정권에서 부속실장이 호가호위(狐假虎威ㆍ여우가 호랑이의 위세를 빌려 호기를 부린다는 뜻, 남의 세력을 빌어 위세를 부림)하면서 권력을 농단한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이해 못할 일’은 MB 정부에서도 되풀이되고 말았다. 정치와 행정을 담당했던 측근들에 이어 사적(私的) 측근인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마저 저축은행 로비 청탁 의혹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내곡동 사저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대통령 친형인 이상득 전 의원이 구속 수감됐을 때도 청와대는 ‘당혹’스러워했지만, 이번 김 실장 사태가 터진 후 청와대 분위기는 거의 ‘공황’ 수준이다. 내곡동 문제야 실무자들의 일처리가 잘못됐었다고, 이 전 의원 구속이야 오랜 정치활동을 하는 과정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대통령과 선을 그을 수도 있지만 김 실장은 그렇지 못한 위치다. 김 실장은 이 대통령을 빼고는 상상할 수도, 존재할 수도 없는 인물이다.

청와대 부속실은 제1부속실과 제2부속실로 나뉜다. 제1부속실은 청와대 본관의 대통령집무실 바로 옆방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자리다. 영어 표현인 ‘Office of Private Secretary to the President’에 그 역할이 잘 드러난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일정을 챙기고, 대통령에게 올라가는 각종 보고서를 총괄 관리한다.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대통령을 면담하려면 부속실장을 거쳐야 한다. 이 때문에 ‘문고리 권력’으로도 불린다.


‘대통령과의 물리적 거리가 권력의 서열’이라는 정치권 속설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부속실, 특히 제1부속실은 막강 권력의 총합이다. 직급으로 부속실장은 비서관급인 1급이지만, 장관급인 대통령실장도 눈치를 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얼마 전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는 “김대중 정부 시절 김 대통령과의 독대를 원했는데 그만둘 때 딱 한 번 해주더라”면서 청와대 참모들의 문고리 권력을 우회적으로 꼬집기도 했다.

제2부속실은 영부인을 보좌하는 곳이다. 영어로도 ‘Office of the First Lady’다. 제1부속실이 문고리 권력이라면, 제2부속실은 문고리 안쪽, 이른바 ‘안방’ 권력이다. 사적 영역에서 대통령에게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영부인과 직계가족들과 직접 연결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부속실은 권력과 밀착돼 있다 보니 늘 로비의 손길이 향하는 곳이기도 하다. 실제로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장학로 부속실장은 기업인, 공무원, 정치인 등으로부터 20여억원을 받은 혐의로 사법 처리됐고, 노무현 대통령 때의 양길승 부속실장은 조직폭력배로부터 나이트클럽에서 향응을 제공받은 사실이 드러나면서 물러나야 했다. 


이 같은 과거 사례가 있지만, 이번 김희중 청와대 제1부속실장의 경우는 두 전임자보다 상황이 좀 더 엄중하다. 정치활동 경력이 있는 장 전 실장이나 정권 초기 물러난 양 전 실장과 달리 김 실장의 경우 1997년 이 대통령이 초선 의원 시절부터 ‘왕비서’를 맡아왔다. 서울시장 시절엔 의전비서관을 역임했고, 대선 캠프와 인수위원회 시절엔 일정을 담당했으며,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제1부속실장에 임명돼 4년여 넘게 이 대통령을 곁에서 보좌했다. 그만큼 ‘검은 로비’의 손길이 치밀하고, 오랜 기간 권력의 깊숙한 곳까지 침투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김 실장 이전에 수뢰 사실이 들통난 김세욱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경우에서도 뒷받침된다. 김 전 행정관에게 1억2000만원 상당의 금괴 두 덩이를 건넨 게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이다. 김 회장은 김 실장에게 돈을 건넸다는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과 함께 최근 저축은행 비리 의혹의 양대 축이다. 대통령을 가까이에서 보좌한다는 이유 외에는 아무런 정치적 영향력이나 정책결정권이 없는 총무비서관실과 부속실 등 청와대 내에 깊숙한 곳까지 광범위한 로비가 있었음을 추정하게 한다. 정권의 도덕성에는 이만한 치명타가 없는 셈이다.

한편 현재 저축은행 비리와 연루된 청와대, 또는 청와대 출신 인사들은 윤진식 전 정책실장, 김두우 전 홍보수석, 김해수 전 정무비서관,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을 포함해 6명이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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