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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간을 정화시키는 ‘활자의 힘’

  • 소설가 이정명이 재구성한 ‘윤동주 시인의 형무소 생애 마지막 1년’…추리기법으로 엮어낸 ‘별을 스치는 바람’
  • 기사입력 2012-06-28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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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주 시인을 얘기하려고 쓴 게 아니에요. 문학, 활자의 힘을 드러내고 싶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2006년) ‘바람의 화원’(2007년) 등 내놓은 소설마다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소설가 이정명(47)이 윤동주 시인의 후쿠오카 형무소에서의 생애 마지막 1년을 상상력으로 새롭게 구축해냈다. 전작 ‘뿌리깊은 나무’가 문자의 힘을 펼쳐보이고, ‘바람의 화원’이 예술혼의 아득한 경지를 그려냈다면, 이번 작품 ‘별을 스치는 바람’(전 2권)은 문학을 통한 인간의 구원을 얘기한다. 그의 화두는 ‘문장이 과연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가’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작가에겐 언젠가 써야 할 운명적인 작품이었다. 대학 1학년, 일본 교토 여행에서 그는 우연히 윤동주 시인의 먼 후배 격인 도샤시대학 영문과 학생을 만났다. 짧은 영어를 주고받다가 윤동주 시인이 화제로 등장했고 함께 교정을 찾았다. 거기서 만난 윤동주의 초라한 표지석, 도서관에서 매콤한 먼지 속에 넘겨본 윤동주 시집은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후 이 씨는 시인에 관한 기록과 자료, 책을 하나하나 모으기 시작했다.

이 씨는 소설이 굳이 “윤동주의 이야기가 아니다”고 말한다.

사실 소설은 포악한 한 마리 짐승과도 같은 간수 스기야마 도잔이 주인공처럼 보일 정도로 그를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르렁거리며 죄수들을 패고 으깨고 짓밟는 스기야마. 어느 날 그가 살해당한 채 벌거벗겨져 복도에 매달린 사건으로 소설은 시작된다. 스기야마와 교대조인 학도병 출신 간수 와타나베가 사건해결사로 떠밀린다. 와타나베는 글에 그 사람의 삶이 비친다고 믿는 인물. 그는 남겨진 기록들의 글씨와 행간을 파헤치며 실마리를 풀어간다. 단서는 스기야마의 윗주머니에 들어 있던 시를 적어놓은 종이 한 장. 조사를 해나가면서 와타나베는 자신이 알고 있던 스기야마와 전혀 다른, 또 다른 스기야마를 만난다.

이야기는 이 씨의 전작과 마찬가지로 특유의 추리기법으로 촘촘히 엮여나간다.

이 씨는 “추리기법은 하고 싶은 얘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데 유용하다”고 말한다. “잘 알려진 얘기, 평범한 얘기를 다른 방식으로 전하고 싶을 때, 잘 아는 인물을 새로운 시각으로 봐줬으면 할 때 효과적이지요.”

그가 말하는 추리기법의 최대 장점은 독자와 함께 교감하면서 사건을 끌고나가기 때문에 접점이 넓다는 점이다. 작가는 사건의 주변에 자신이 하고 싶은 얘기를 부려놓는다. 독자는 사건을 쫓아가기에 바빠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 사이, 종국엔 사건의 해결과 상관없이 작가의 의도와 만나게 되는 구조다. 
‘별을 스치는 바람’은 윤동주 시인의 이야기이자 문장의 힘을 얘기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많은 작가와 작품의 이름, 윤동주의 시는 그 위대한 유산이 어떻게 인간에게 작용하는지 실험보고서 같다. 이정명은 “개인적으론 서영은 선생님의 문장을 읽으면 정화되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이 씨는 소설 속에도 그런 장치를 넣었다. 형무소 안에 갇혀 있지만 먼 곳을 꿈꿨던 윤동주는 죄수들의 일본어 편지를 대신 써주며 스기야마를 염두에 둔 글을 숨겨 놓는다. 모든 편지는 검열관인 스기야마의 손을 거치므로 스기야마는 윤동주 글의 세례를 받을 수밖에 없다. 스기야마의 내적 변화는 부지불식간이다.

소설에는 ‘참회록’ ‘자화상’ 등 21편의 윤동주 시가 들어 있다. 독자들도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가면서 윤동주 시에서 단서를 찾으려 할 것이다.

정교한 플롯, 디테일한 묘사는 이정명 소설이 영상화되기 좋은 조건을 제공한다. 2008년 최대 화제의 드라마 ‘바람의 화원’, 2011년 안방극장을 사로잡은 한석규 주연의 ‘뿌리깊은 나무’의 성공의 절반은 원작에 빚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의 소설은 드라마 방영과 함께 재차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그의 이름 뒤에 ‘스크린셀러 작가’라는 별칭이 붙는 이유다.

이 씨는 영상과 활자의 영역이 다름을 전제하면서, 좀 더 활자를 옹호하는 편이다.

“영상은 바로 흡수되고 원하지 않아도 들어오고, 활자는 어렵고 딱딱하고 불편하죠. 영상의 장점이 있지만 활자가 줄 수 있는 뭔가 있는 게 아닌가, 그런 문자의 힘을 소설을 통해 들려드리고 싶었어요. 책도 영상의 지배를 받는 상황이 됐지만 양 매체가 균형을 맞춰가는 게 건강한 사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3년 전, 초고가 나온 ‘별을 스치는 바람’은 원고 상태로 영국의 유명 출판사인 팬맥밀란에 판권이 팔려 2014년 ‘The investigation(수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이번 판권계약은 신경숙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의 해외 판권을 맡았던 케이엘매니지먼트의 이구용 대표를 통해 이뤄졌다. 프랑스와 폴란드와도 계약을 앞두고 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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