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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토끼만 잡으면 쟁땡... 색깔론 점임가경될듯
한쪽은 “두고 보라”며 불을 붙였고, 다른 한 쪽은 “맞서겠다”며 대표 자리를 거머쥐었다. 자신들의 우군 ‘집토끼’를 결집시키는데 ‘색깔론’을 적극 활용하는 여ㆍ야 지도부의 모습이다. ‘색깔론’과 ‘신(新) 매카시즘’이 맞붙으면서 정작 국회 원구성은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따라 당초 20일경 열릴 것으로 예측됐던 국회 개원은 그 시기 조차 가늠할 수 없게 됐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이 문제는 정치 공학적으로만 생각할 일이 아니다”며 “차츰차츰 밝혀질 것이다. 실체없는데 이야기를 할 수 있겠는가”라고 ‘색깔론’ 공세가 계속될 것임을 예고했다. 지나친 색깔론이 중도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 있다는 당 내 일각의 우려에 대한 반박이자, 간첩ㆍ종북 출신이 국회의원이 되려 한다는 지난주 발언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다.

색깔론을 이용한 ‘집토끼 결집시키기‘는 야당에서도 현실화했다. 이해찬 민주당 신임 대표는 당선 직후 “종북주의가 너무 과도하게 됐다. 나까지 끌어들여 명분을 잃었다”며 색깔론 공세가 막판 반전의 계기였다고 밝혔다.

색깔론의 진앙지 통합진보당과 손 잡기에도 적극적이다. 이 대표는 통진당 의원 제명안에 대해 반대의 뜻을 밝히며 “정권 교체는 이를 염원하는 모든 국민들의 마음을 담아내야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에 연대를 할 때는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지지하는 마음을 얻어 와야 한다”며 친야 성향 유권자들에게는 종북 논란은 큰 변수가 아님을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색깔론을 활용한 우군 다지기가 여ㆍ야를 막론하고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본격적인 대선 경쟁이 시작된 만큼, 각각 30~40%로 추산되는 전통적인 지지세력, 즉 집토끼를 잡아두는데 ‘색깔론’만큼 확실한게 없기 때문이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경제나 복지 정책에서는 지난 몇 차례 선거를 거치며 여ㆍ야의 차이를 발견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며 “결국 대북관, 즉 색깔론에서 눈에 띄는 차이가 나는 만큼, 여ㆍ야 모두 이것을 적극 활용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정치권의 색깔론 공방은 원 구성 협상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미 법정 개원 시한을 넘긴 여ㆍ야는 ‘이석기-김재연 의원 재명안’을 포함한 개원 쟁점에 대해 전혀 양보할 뜻이 없음을 강조했다. “이중 플레이 하는 것 같다”, “원 구성을 빌미로 전리품을 얻으려 한다”며 서로의 협상 태도에 대한 비난에만 열을 올릴 뿐이다.

그러나 여ㆍ야 내부에서는 색깔론을 이용한 집토끼 잡기가 중도 성향 유권자, 즉 산토끼를 놓치는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의 한 전직 고위 관계자는 “흠결이 있는 진보가 물러나면, 건전한 진보를 건너편의 대상으로 인정하고 자리잡을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수권 보수정당의 책임”이라며 “이것을 잊고 있는 사람들이 요즘 많은 듯 하다”고 일방적인 색깔론 공세의 부작용을 우려했다.

색깔론에 대한 선명성 투쟁을 앞세운 대표를 맞이한 야권 일각에서도 “감정에 치우쳐 말려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며 걱정 섞인 목소리가 적지 않다.

최정호 기자 /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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