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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 할수록 가난해지는 워킹푸어
일을 해도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워킹 푸어’. 과연 최저임금으로 온전한 생활이 가능할까? 통념처럼 가난은 게으름과 무능의 소치일까? 미국의 저널리스트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이런 질문의 구체적 현실과 맞닥뜨리기 위해 경험으로 온몸을 내던졌다. 식당 웨이트리스, 호텔 청소부, 월마트 직원 등으로 일한 3년간의 체험을 담은 ‘노동의 배신(최희봉 옮김/부키)’은 취재기를 넘어선 생존기라 할 만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워킹 푸어’의 삶은 결코 녹록지 않다. 허드렛일로 보이는 단순 노동에도 숙련이 필요하며 일은 끝도 없이 반복된다. 피로에 절고 설사 다쳐도 일터엔 ‘아무 문제 없다’며 등 떠미는 사장과 근로감독관의 따가운 눈길뿐이다. 육체보다 고달픈 건 정신이다. 청소부는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당하며 노동자들은 비인간적 관리 속에서 “감정, 생각, 존엄성마저 빈곤”해지고 만다. 저자는 이러한 노동현실에서 그들이 담배에 의존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결론 내린다. “왜냐하면 일은 남을 일해서 하는 거지만 흡연은 오로지 나를 위해 하는 거니까.” 그들에게 허락된 행복은 많지 않다.

이렇듯 술, 담배의 값싼 쾌락에 만족하거나 값싼 진통제로 견디는 인생은 쉽게 무너진다. 그들은 미국의 의료보험 울타리 밖에 놓여 있으며 적절한 치료는 언감생심이다. 일 하다 병을 얻고 일자릴 잃고 빈곤의 수렁으로 빠져드는 악순환의 굴레. 현상유지는커녕 일을 할수록 가난해지는 게 워킹 푸어의 현실이다.

덧붙여 저자는 말한다. “보라, 지금 당신이 부를 누린다면 그것은 ‘워킹 푸어’의 희생 위에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들의 실질임금은 늘 제자리거나 하락하고 있으며 치솟는 집값에 부자들이 희희낙락할 때 그들은 낡은 모텔을 떠돌다 도시 바깥으로 밀려난다. 그들의 빈곤이 곧 중산층의 안락함의 토대란 것이다.

양심을 일깨우고 행동을 촉구하면서도 허위의식과 부조리를 비트는 풍자가 통쾌하다. 조지 오웰의 ‘위건 부두로 가는 길’과 ‘파리와 런던의 밑바닥 생활’에 버금가는 르포르타주로 손색없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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