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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동반성장 2.0시대’ 준비하자
최근 56개 대기업에 대한 동반성장지수가 발표되면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과 더불어 2010년 ‘9.29대책’에서 언급된 대표적인 동반성장정책은 한 고비를 넘겼다. 지난해 시작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평적 관계, 즉 대기업에 의한 중소기업 사업영역에 진출하는 문제를 다루고 있다. 반면, 동반성장지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수직적 관계 즉, 거래조건의 투명성과 공정성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려가 없진 않았으나 적합업종 선정과 동반성장지수가 발표된 것은 그만큼 동반성장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현재와 같은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격차 확대가 우리 사회의 양극화를 촉진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동시에 지속적인 경제성장에도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절박한 인식이 바탕이다.

대ㆍ중소기업간 수평적 관계는 양자가 역동적인 기업생태계를 이뤄 생존의 방법을 모색하므로 바람직한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의 사업영역 확대는 더 이상 자율에 의존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게 돼 적합업종제도를 도입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우선 제조업을 대상으로 지난해 5월 234개 품목의 신청을 받아 82개 품목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했다. 또한 대ㆍ중소기업간 수직적 관계는 교섭력의 쏠림현상으로 거래조건의 불균형, 거래관계의 불공정 행위에 대한 불만이 누적돼 왔다. 이를 방치할 경우 대기업의 경쟁력은 물론 산업생태계를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동반성장지수를 산정ㆍ발표하게 된 것이다.

적합업종 선정과 동반성장지수를 통해 대ㆍ중기간 해묵은 난제가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시장개입의 의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대ㆍ중기 거래관계에서 자유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이 존중돼야 하지만 시장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할 경우 정부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 결국 이 문제를 푸는 열쇠는 대기업이 쥐고 있다. 동반성장에 대한 합의와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천하는데 있어 대ㆍ중기간 현격한 입장 차이를 보이고 있다. 대기업은 글로벌 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납품단가 인하는 불가피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중소기업들은 대기업들이 숨 쉴 틈조차 주지 않고 납품단가 인하와 불공정행위를 일삼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년간의 동반성장 추진과정을 되짚어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 양자의 간극을 좁히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거래관계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게 공정거래와 동반성장이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다. 현재 민간자율로 추진되고 있는 적합업종제도와 동반성장지수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역할 분담에 대한 믿음이 전제돼야 한다. 역할 분담을 통해 관련 산업생태계가 건전해지면 대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결과적으로 우리 경제가 건실해진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기업의 팔목을 비틀어서는 진정한 의미의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는 없다.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외부의 힘에 의존하는 현재의 동반성장 정책을 대ㆍ중기간 거래에서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고 새로운 기업문화로 개선하려는 ‘동반성장 2.0시대’를 준비해야 할 것이다.

오늘날 경쟁의 형태가 기업간 경쟁에서 네트워크간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 이 때문에 대ㆍ중기 관계구조 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앞서 현재 추진되고 있는 동반성장 정책이 기업간 거래의 새로운 관행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교섭력에서 절대적 우위에 있는 대기업의 자발적인 합의준수 노력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김동선 중소기업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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