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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로는 모두 간 때문? 간은 억울하다
장기간 스트레스 노출땐 부신 이상
호르몬 분비 차질 여성들 만성피로
두통·근육통에 심하면 우울증 유발
카페인 피하고 채소·과일 섭취를


철없는 남편 걱정에 자식 뒷바라지는 끝이 없고, 집안일은 해도 해도 티가 나지 않는다. 눈치 챌 수 있는 건 보이지 않는 피로뿐이다. 우리나라 중년 여성에게 피로는 늘 그림자처럼 어둡게 딸려 있다. 그저 좀 쉬면 나으려니, 나이탓이려니 대수롭지 않게 넘기지만 지친 몸에선 한숨만 나오고 축 처진 어깨엔 도통 기운이 들지 않는다. 최근엔 ‘피로는 간 때문’이라는 노래 덕에 ‘피로=치료해야 할 병’이란 인식이 확산됐지만 여전히 피로 때문에 병의원을 찾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오히려 피로의 원인을 오로지 간에서 찾는 잘못된 인식이 굳어지는 부작용도 생기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당 광고에 제재를 가한 이유다.

간 기능 저하에 의한 피로가 주로 기름진 식사와 음주가 잦은 젊은 직장 남성들 사이에서 발견되는 데 비해 중년 여성이 만성피로에 시달린다면 부신 기능 저하에 따른 피로를 의심해봐야 한다. 겉으로 보이는 피로의 증상은 비슷할지 몰라도 부신 기능이 떨어져 생긴 피로라면 당연히 간 해독제를 써도 소용이 없다.

▶만성피로 부르는 부신은?= 특별한 이유 없이 피곤하고 두통과 근육통에 시달리며 감기나 목 통증이 잦은 경우가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만성피로일 가능성이 크다. 또한 기억력이 떨어지는 증상도 만성피로를 의심케 하는 증상이다. 만성피로는 잘못된 식습관과 스트레스, 호르몬 이상, 수면부족 등에 의해 세포 기능이 나빠져 발생하는데, 특히 3분의 1 정도는 부신 기능이 떨어져 발생한다.

부신은 신장 위를 모자처럼 덮고 있는 내분비기관으로 코르티솔 호르몬, 스테로이드 호르몬, 성 호르몬 등 다양한 부신피질호르몬을 분비한다. 이들 호르몬은 면역력, 혈압, 혈당을 조절하고 에너지를 만들 때 사용된다. 또 외부 침입자를 방어하는 면역기능을 조절하며 염증 제거에도 도움을 주는 등 여러가지 역할을 한다. 무엇보다 코르티솔 호르몬은 우리 몸이 신체적ㆍ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으면 분비돼 이를 극복하도록 돕는다. 그런데 감당하기 힘들 만큼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오랜 기간 받으면 부신이 지쳐 호르몬을 제대로 분비하지 못하면서 부신피로가 발생한다.

피로는 질병의 신호일 수 있어 그때 그때 풀어줘야 한다. 중년 여성이라면 부신 기능 저하에 따른 피로를 의심해봐야 한다.

▶간 때문인 피로와는 증상부터 다른 부신피로= 부신피로는 일상생활에서 어느 정도 스스로 짐작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몸이 천근만근이고 내내 기력이 없다면 부신피로일 가능성이 있다. 또 두통과 근육통에 시달리고 갑자기 허기가 지는 저혈당 증세가 심해지는 것도 문제다. 앉았다 일어날 때 눈앞이 어지러운 기립성 저혈압 증상이 더 심해진다든가 빈혈이 없는데도 어지러움을 느끼는 것도 부신피로 때문일 수 있다. 이는 간 기능 저하에 따른 피로에선 찾아볼 수 없는 증상이다. 월경 전에 더 심하게 긴장을 하거나 폐경기 동안에 불안과 우울이 따라 올 수 있다. 만성피로와 함께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병원에서 타액호르몬검사 등 정확한 검사를 받아 치료해야 한다.

만약 부신피로를 방치하게 되면 여러가지 질환으로 악화될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불면증과 우울증이다. 코르티솔 호르몬은 밤보다 아침에 많이 분비돼 일상생활에 활기를 불어넣고 밤에는 수치가 낮아지면서 숙면을 취하게 해준다. 그런데 부신피로에 의해 이 호르몬 분비가 불규칙적이 되면 밤에 불면증에 시달리고 낮에는 피로와 무기력감에 허덕이게 된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불안과 초조,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또 면역력 저하로 감기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해지고 아토피 같은 알레르기 질환도 우려된다. 기존에 앓던 질환이 악화되기도 하고, 특히 류머티즘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 질환이 더 심해질 수 있다. 이 외에 섬유근통증(오랫동안 지속되는 근육과 관절 통증)과 허혈성 심장질환, 만성적인 재발성 호흡기 감염은 모두 약화된 부신 기능과 관련이 있다.

남성의 경우 부신 기능이 저하되면 갑자기 스태미나 감퇴와 심한 피로를 호소하게 된다. 또 저혈당증은 술을 좋아하는 남성에게 더욱 알코올 욕구를 부채질해 알코올 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이는 부신을 더욱 약화시켜 피로를 쌓게 하고 다시 술을 찾게 하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피로에서 벗어나려면 부신부터 쉬게= 다행히 부신피로는 일상생활에서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치료를 받으면 벗어날 수 있다. 패스트푸드나 설탕, 카페인을 멀리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제철 채소와 과일을 섭취하면 좋다. 피로에 지친 주부들이 커피로 이를 해소하기도 하는데, 이는 카페인이 주는 일시적인 각성 효과일 뿐이다. 각성 효과가 사라지면 더 무기력해진다. 수면 시간을 규칙적으로 최소한 7시간 이상 갖는 것이 좋으며 운동은 산책이나 스트레칭 같은 이완운동이 바람직하다. 과격한 운동은 오히려 부신피로를 약화시킨다.

김우영 기자/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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