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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튀기’라고 불리던 고등학교 1년생…그는 왜 연쇄방화범이 됐을까.
[헤럴드 경제= 박병국 기자] “‘러시아 러시아, 튀기 튀기’라고 놀림받는게 너무나 싫었어요.”

러시아인 어머니와 한국인 아버지 사에서 태어난 파란눈의 A(17)군.

A군은 아버지가 러시아에서 유학중일 때 만난 러시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A군이 두살 때 A군의 아버지는 불의의 사고로 갑작스레 사망했다. 이후 A군의 어머니는 A군과 동생을 버리고 도망쳤다.

두살배기 손자가 러시아에 남아 있다는 소식을 들은 A군의 할머니는 A군을 데려다 애지중지 키웠다.

마땅히 의지할 곳이 없던 그리고 남들, 한국인들과 다른 외모를 가진 A군은 결국 친구들에게 의지하려 했다. 친구들에게 자신의 성장과정을 털어 놓으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것 같았다.

하지만 A군의 성장과정을 들은 친구들은 A군의 편이 되지 않았다.

이 때부터 오히려 놀림이 시작됐다. A군의 이야기를 들은 친구들은 A군을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라 불렀다. A군의 이름은 그때부터 ‘러시아’가 됐다. 초등학교에 가도 러시아였고, 중학교에 가도 러시아였다.

학교에 적응할 수 없었다. 친구들과 싸움을 일삼았으며 절도로 경찰서 신세를 지기도 했다.

결국 중학교 2학년때는 정신과 치료까지 받아야 할만큼 심한 우울증을 앓았다.

결국 A군은 학교를 포기했다.

하지만 A군의 곁에는 할머니가 있었다. 할머니의 지극한 보살핌 덕에 2년의 방황을 끝으로 A군은 마음을 다잡았다. A군은 검정고시에 합격한 후 지난 2011년도에는 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다. A군은 당시 공부를 열심히 해 할머니에게 효도하려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새로 들어간 고등학교에서도 적응을 할 수 없었다.

또 놀림이 돌아왔다. A군의 성장과정을 알고 있던 친구들은 A군을 다시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라고 불렀다. 보이지 않는 왕따,소위 ‘은따’가 계속됐다. A군은 지난 2011년 5월에 고등학교를 그만 둬야 했다.

가출을 일삼는 등 A군의 방황이 다시 시작됐다.

이번에는 손자를 기다리던 A군의 할머니가 A군을 찾아나서다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죽음이 A군의 탓이라며 A군을 원망했다.

A군의 방황은 더 심해졌으며 결국 경찰서 신세를 지게 됐다.

서울 성동 경찰서는 왕따와 놀림을 견디지 못하고 이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고자 5차례에 걸쳐 광진구 일대의 주택 등에 불을 지른 혐의로 A군(17)을 구속하고 A군의 범행에 가담한 혐의로 동네친구인 B(17)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러시아’라 불리는게 너무나 싫었다고 경찰에 진술한 A군은 “불을 보면서 희열을 느꼈다”고 진술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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