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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권파 ‘행동대원’ 으로 전락…부끄러운 20대의 진보
선배당원 머리채 쥐고…당 지휘부에도 주먹질
윗선 지휘자 있었는지…조직적 폭력·회의 방해

반독재·민주화 외치던 30년전 20대 청춘과 너무도 다른 편협함



지난 12일 통합진보당 폭력사태의 한가운데는 아이패드를 들고 반값등록금을 외치던 20대 대학생들이 있었다. 야구방망이를 든 ‘용팔이’는 없었지만, 행동은 1980년대 조직폭력배와 다를 게 없었다.

청바지 차림의 20대 초반 여학생은 머리가 희끗희끗한 40대 당원의 머리채를 휘어잡았다. 수능문제집을 가방에 넣은 10대 학생도 폭력사태 한켠에서 ‘조준호는 물러가라’는 구호를 외쳤다. 1980년대 반독재ㆍ민주화투쟁 선봉에 섰던 대학생, 그 대학의 문화 중 일부는 강산이 세 번 변하는 30년 후 수구진보의 ‘주먹질’로 변질됐다.

이날 폭력사태에는 일부 대학 총학생회 연합체인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한대련)’ 소속 학생 100여명, 통합진보당 학생위원회 소속 학생 200여명이 참여했다. 이 중에는 경희대 국제캠퍼스 출신의 정용필 한대련 의장과 한대련 집행위의장, 정수연 통합진보당 서울시당 학생위원장도 있었다.

중앙위원회에서 이정희 대표가 사퇴 후 물러서자 회의장은 지옥으로 변했다. 민주주의의 원리ㆍ원칙은 사라졌고, 200여명의 당권파가 일제히 고성을 지르며 단상을 향해 달려들었다. 윗선의 지시를 받은 듯 일사불란한 모습이었다. 그 중 절반 이상이 대학생 당원이었고, 몇몇은 “다 죽자고, 다 죽어”라며 이성을 잃고 폭력을 행사했다.

이들은 중심부로 진입해 심상정, 유시민, 조준호 공동대표를 에워싸고, 머리채를 잡고 옷을 찢었다. 그 중 20대 대학생은 조준호 공동대표의 머리채를 잡고 흔들었다. 당권파의 수장 이정희 대표는 손에 피 한방울 묻히지 않고 유유히 사라졌고, 칼부림은 당권파의 대학생 당원들이 도맡았다.

한대련 집행위의장 출신인 김재연 당선자는 중앙위 회의장 한켠에 서서 폭력사태를 묵묵히 지켜보고 있었다. 취재진이 김 당선자 쪽으로 몰리자 학생들 사이로 몸을 피하기도 했다.

20대 대학생들은 그동안 통합진보당 갈등사태의 한 축을 담당해왔다. 한대련 소속 학생들은 지난 4일과 10일 열린 전국운영위원회에도 30여명이 집단으로 참석, 당 진상조사위의 조사결과 무효를 주장하며 시위를 벌인 바 있다. 유시민 의원은 14일 “매우 잘 준비하고 현장에서 조직적으로 지휘해서 폭력사태가 일어났다고 느꼈다”며 당권파의 조직동원을 시사했다. 물론 대학생들은 이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정태호 통합진보당 고려대 학생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학생위원회원들 중 이 문제가 날치기로 강행통과돼선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상의를 했다. 당의 지침에 따라 (학생들이) 행동했다고 보는 건 이 사람들을 비주류로 모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형태로든 폭력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합의가 대학생 사회에서 조성되고 있다. 한대련 게시판에는 “경기동부연합의 졸개, 이석기 키즈, 통진당 당권파 행동대원으로 활약한 사람들을 한대련에서 제명해야 한다”, “이런 사람들 때문에 그동안 ‘반값등록금 운동’ 등 한대련이 해온 일이 무너지고 있다”는 의견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한대련은 14일 오전 성명을 내고 “한대련 회원 몇몇이 개인의지로 참가한 것을 한대련 조직으로 확대해 해석하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한다”고 밝혔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진보조직이 축소되면서 대학생들도 정예화ㆍ조직화됐다. 이들은 좁고 편협한 교육을 받고, 시대착오적 시각을 가진 학생들”이라면서 “사회가 민주화ㆍ선진화되면서 소수 과격파가 나오는데, 이들이 바로 그 5%”라고 설명했다. 민노당 정책위의장을 지낸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과거에도 폭력사태가 있었지만, 21세기에 그것도 진보정당에서 그런 일이 일어났다는 데 놀라움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윤희ㆍ조민선 기자>
/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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