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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빛이 내려앉은 화폭, 원문자의 깊어진 명상적 회화

  • 기사입력 2012-05-02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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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자(68)는 대학(이화여대) 재학시절부터 두각을 보였던 화가다. 꽃과 새를 그린 화조화로 대학 3학년시절 문화공부부 주최 신인예술상에서 수석상을 받았고, 1970년 국전에선 국회의장상을, 1976년에는 대통령상을 수상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그의 앞엔 안온하고 평탄한 길이 쫙 열려 있었다. 

이후 20년간 원문자는 연꽃과 새가 등장하는 부드럽고 격조있는 채색화를 그리며 전통 화조화 영역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굳혔다. 그러나 그는 1989년 돌연 익숙한 길을 미련없이 버렸다. 그리곤 새롭고 험난한 도전에 나섰다. 화려한 채색화 대신 한지 물성을 활용해 추상적 조형세계를 탐색하기 시작한 것. 한지 특유의 미감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현대한국화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준 그의 실험은 많은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가 시도했던 한지부조 작업은 한국화단의 표현방식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이같은 예술적 시도가 호평을 받아 지난 1997년에는 석주미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원문자는 내용적 실험에만 치우쳤던 한국화단의 풍토와는 달리 평면적 종이작업을 입체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실험적 방법론을 잇따라 제시했다. 초기 추상작품은 콜라주로 스티로폼을 조각한 뒤 그 위에 물에 불린 한지를 붓고, 떼어내 착색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2001년 들어서는 한지를 세워서 붙이고, 그 위에 착색하는 방식을 시도해 거의 조각에 가까운 부조작업이 탄생했다. 평면의 한지만 붙들고 있던 한국화단에 큰 파란을 일으킨 것.

2005년에는 한지 바탕 위에 먹을 입힌 순지를 입혀, 자르고 구기고 펴기를 거듭해 여러 겹 올리는 작업을 시도했다. 이는 순지를 가늘게 잘라 물을 묻혀, 형태에 따라 입체적으로 화폭에 부착해가는 작업으로 바뀌기도 했다. 


3년 전 오랫동안 몸담았던 모교(이화여대)를 정년퇴임한 원문자는 또다른 변화의 결과물을 들고 서울 인사동 선화랑(대표 원혜경)에서 미술팬과 만나고 있다. 개인전으로는 13회째인 이번 전시에 원문자는 구겨진 작은 순지 조각들을 일정한 평면 위에 몇 겹씩 쌓아올리는 릴리프 형식의 콜라주 작품을 출품했다.

농담의 차이를 보이는 무수한 순지조각들은 하나의 화폭에서 풍부한 양감과 집중도있는 화면을 선사한다. 장중한 검은색 순지 사이로 어슷어슷 드러나는 흰색의 추상적인 선들은 빛의 율동을 연상케 한다.


구겨진 순지의 형상에 따라 찬란한 빛이 반사되면 올록볼록한 입체의 형태가 더욱 오묘함을 드러낸다. 동시에 격조있는 조형과 구성이 드러나며 은근하고 여유로운 동양의 정신성을 느끼게 한다. 이는 평면과 입체, 추상과 형상적 요소들이 물 흐르듯 조화롭게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원문자의 신작 ‘사유공간’에 대해 미술평론가 오광수 씨(前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는 "마치 대양의 수면처럼 작은 물결들이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주는가 하면, 꽃밭에 모여드는 나비떼같이 파닥이는 작은 생명체의 황홀한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며 "부풀어 오르는 꽃봉오리가 일시에 만개한 것같다"고 평했다. 


작가는 "나의 작업은 화폭 위에 침묵을 끄집어내는 과정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어둠 속에서 빛을 보고, 빛에서도 어둠을 볼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작은 순지조각을 끝없이 이어붙이며 직조하고 있다"며 "영원한 침묵으로 이뤄진 정신세계의 깊이감이 느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에는 원통형의 순지 조각을 사람키 처럼 쌓아올려 독특하면서도 깊은 관조의 세계를 드러낸 입체설치작업도 출품됐다. 16일까지. 02)734-0458



이영란 선임기자/ 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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