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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주택 권하는 사회’…부동산 시장 어디로?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약 5년 전 서울 강북에 한 신규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30대 중반의 직장인 이모씨. 그는 양도소득세가 비과세되는 3년 보유 여건을 맞추는 대로 집을 처분할 계획이다. 집을 팔고 그는 전세로 거주할 마음을 굳혔다.

전세살이가 싫어 2억 가까운 대출을 받아가면서까지 힘겹게 내 집을 마련했던 이씨가 다시 세입자를 자처하게 된 것이다. 매달 80만원 가량의 이자를 갚아 나가다 보니 삶의 질이 극도로 악화된 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전세난의 심화에 따라 무주택자에게 집중된 정책적 지원도 한 몫했다.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각종 헤택을 주는 마당에 굳이 은행에 ‘월세’를 내는 집주인으로 남아 있기보다는 전세로 살며 무주택자로서의 이점을 누리는 게보다 낫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주택 시장이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일제히 서민 주거 안정의 초점을 무주택자로 집중하면서 1가구 1주택자 등 유주택자들의 박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총선과 대선 등 두 차례의 대형 선거를 치르며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지는 추세다. ‘집 가진 게 죄냐’는 자조 섞인 목소리마저 흘러나오는 가운데 이씨처럼 집을 팔고 세입자를 자처하는 이들, 그리고 애초부터 세입자로 남아 집을 구매하지 않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인구ㆍ가구 구조와 주거특성 변화’ 자료에 따르면, 1995년에서 2010년까지 15년 동안 인구는 397만 명(8.9%), 가구는 438만 가구(33.8%) 증가했다. 이 기간 주택 증가율은 더욱 빨라 15년 동안 무려 511만 호(53.4%)가 늘어났다. 하지만 2010년에도 내 집이 없는 무주택 가구 수는 671만1000가구로 전체의 38.7%에 달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에도 주택 증가율이 11%에 달했지만, 무주택 가구는 1% 줄어드는데 그쳤다.

무주택자의 비중이 줄지 않는 데는 집값이 더는 오르지 않는 시장의 침체와 정부의 서민 주거 지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집값이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무주택자로서의 이점은 오히려 크게 늘면서 굳이 내 집을 마련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실제 무주택자로서의 이점은 집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여러 면에서 크다. 우선 보유 비용에서 자유롭다. 유주택자가 매년 내야하는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이 없다. 세제혜택에서도 유리하다. 청약통장의 소득공제 혜택은 무주택자에게만 주어진다. 임대보증금을 위해 받는 전세자금대출이나 월세 납입금에 대한 소득공제 요건 또한 대폭 확대됐고, 4.2%의 저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 또한 기본 요건은 무주택자다. 여기에 박원순 서울시장은 장기안심주택을 도입하고, 세대 월평균 소득이 도시 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70% 이하인 무주택 서민을 대상으로 전세 재계약시 전셋값이 연 5% 이상 상승하면 서울시가 상승분을 지원하도록 했다. 현재로선 무주택자가 겪는 불편은 2년마다 집주인과 재계약 여부를 따지는 것만이 유일해 보인다.

여기에 이번 양대 선거는 시장 불황기에 최고의 인기 상품으로 꼽히는 임대주택 입주 여건을 크게 개선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저렴한 임대료를 내면서 편리한 주거 여건을 누릴 수 있는 임대주택은 무주택자들 만이 입주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정책적 지원은 기본적으로 무주택자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는지금 1가구 1주택자 보다는 무주택자가 오히려 여러 이점을 누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 경기를 활성화 시키기 위해선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을 독려해야 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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