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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만호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이 아테네에 뜬 이유는
[헤럴드경제=신소연 기자]지난 12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테네 안젤리쿠시스 그룹 본사.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취임 후 첫 계약식이 진행됐다. 고 사장이 취임한 지 8일 만에 16만㎥급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2척을 수주하는 쾌거를 이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계약의 당사 안젤리쿠시스 그룹은 100여척의 선박을 보유하고 있는 그리스의 최대 선사로, 대우조선해양의 경영진이 대거 교체됐는데도 계약을 일정대로 진행해 대우조선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이 계약식의 또다른 관심거리는 바로 성만호 대우조선해양 노조위원장이 고 사장과 함께 계약식에 참석했다는 사실이다.

보통 해외에서 신조(新造) 계약식을 하면 계약 당사자인 최고경영자(CEO)와 지역 총괄 지사장 등이 참석한다. 하지만 고 사장은 이날 수행비서와 강성운 아테네 지사장 외에 성 위원장을 대동하고 안젤리쿠시스 그룹 본사에 나타났다. 자신의 첫 수주를 노조위원장과 함께 축하하기로 한 것이다. 노조위원장이 CEO와 함께 대규모 계약식에 참석하는 것은 조선업계는 물론 재계에서도 상당히 이례적이다.

사실 대우조선해양에서 노조위원장의 계약식 참석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05년 정성립 당시 대우조선해양 사장이 노르웨이 오슬로 베르게센사 본사에서 열린 LNG선 수주 계약식에 최종호 노조 수석부위원장과 함께 참석한 이후 여섯 번째다. 노조 관계자들은 계약식에 참석할 때 마다 선주를 직접 만나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성공적인 프로젝트 수행을 하겠다’는 약속했다는 게 대우 측 설명이다.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오른쪽)과 성만호 노조위원장(가운데) 지난 12일(현지시각) 그리스 아테네 안젤리쿠시스 그룹 본사에서 LNG운반선 계약식을 마친 후 존 안젤리쿠시스 회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사진제공=대우조선해양>

이와함께 노조위원장 명의의 서한(Letter)을 선주에게 발송하기도 했다. 지난 2004년 11월 45개 선주에게 서한을 보낸 것을 시작으로 2005년 12월 44개 선주, 2006년 12월 44개 선주 등에게 서한을 보냈다. 서한의 주요 내용 역시 ‘노사의 원활한 관계를 통해 고품질의 선박을 생산하고 납기 기간도 준수하겠다’는 내용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이처럼 노조까지 나서 선주들에게 노사화합을 강조하는 이유는 유럽 선주들이 아직도 한국 조선업계의 강성 노조에 대한 이미지를 깊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조선업체들의 노사 분규가 없어진 지 2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 지난해 무분규 21주년을 맞았으며, 올해도 노사분규 없이 넘어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하지만 1990년대 초반까지 이뤄졌던 대규모 파업의 이미지가 강렬히 남아있다 보니 ‘조선업=강성 노조’라는 등식이 여전하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노조 대표자가 계약식에 참여하는 것은 강성 노조에 대한 선주의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조선업계 전체적으로 상당히 의미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carri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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