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서병기 기자]배우 박하선(25)의 기존 이미지는 단아함과 성숙함이었다. 사극 ‘동이'에서 인현왕후를 연기했기 때문이다. 실제 나이를 더 많게 보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 완전히 다른 이미지의 많은 표정을 보여주었다. 예쁘고, 귀엽고, 밝고, 망가지고, 현실적이고, 심각하고, 장난끼 있고, 깨는 모습까지 매우 다양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대본을 받고 나면 제 한계가 어디까지일까 하면서 부딪친 것 같아요. 주변에서는 못할 거라고 하기도 하고, 너무 망가진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나도 할 수 있어라며 한풀이한 것 같아요.”

박하선은 “이렇게 많은 인기를 끌지 알았는가요”라는 질문에 “옆집 사람 같이 편한 여자, 멀리 있는 여자가 아니라, 언제나 만날 수 있고 위안이 될 수 있고, 그래서 좀 더 웃어주고, 편안하게 해주면서 애교도 떠는 그런 여자를 연기했다”고 답했다.

 
박하선은 주변의 지적이 연기의 원동력이 된 것 같다. “‘동이'때 관계자분이 제가 표정이 하나도 없다고 했대요. 왕비라 눈썹 움직임도 최소화하고 고갯짓도 할 수 없었어요. 캐릭터 때문에 안한 건데, 그래서 이번에는 하고싶은 대로 모든 표정을 다 지어봤어요.”

박하선은 “친구들이 제 표정을 재미있어하기도 했지만 모니터 해 보면서 그렇게 이상할 줄 몰랐어요. 개선해보려 했지만 잘 안됐어요”라면서 “누굴 웃겨본 적이 없는데 ‘개콘' 가라는 말도 들었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박하선은 롤리폴리춤, 고양이 캐롤, 강아지 소리 등 개인기 3종세트를 선보였다. 후반부에는 개인기 퍼레이드를 보여주며 시청자의 인기를 한 몸에 받았다. 그녀는 망가질수록 인기는 상승했다. 극중 애인인 서지석에게 아이유의 ‘좋은 날'을 음치 수순으로 불렀지만 반응은 기대 이상이었다.

“3단 삑사리라고 하시더라고요. 그 정도로 못부르지는 않는데 감독님께서 생목으로 불러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영화 ‘내 남자 친구의 결혼식'에서 카메론 디아즈가 예비신랑을 위해 노래를 부르는 느낌으로 러블리 했으면 하면서 불렀어요.”

이밖에도 박하선은 줄리엔의 팬티를 입고 중심을 완전히 잃고 넘어지기도 하고 배가 아파 화장실을 찾는데 서지석이 더 급해 소화기로 사무실 문을 부수는 에피소드 등은 명장면으로 남아있다.

“화장실 신을 촬영할 때는 이상하게도 진짜로 배가 아팠어요. 그래서 더 리얼하게 연기할 수 있었어요. 그리고 저는 생각보다 운동신경이 좋아요. 운동을 좋아해 클라이밍이 들어간 거예요. 스트레스를 받으면 실제로 실내야구도 해요.”

박하선은 중반 이후 힘들었지만 치열하게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팬들에게 편지도 많이 받아 보람도 느낀다고 했다.

“편지에 일상 생활의 활력소가 된다고 쓰여있더라고요. 평소 연기대상 수상소감때 남을 위해 연기합니다라고 말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는데, 그 의미를 알게 됐어요. 정작 나는 힘들었는데, 나를 보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면서, 그걸로 힘을 얻었어요.”

박하선은 언제쯤 반응이 왔다는 걸 느꼈는지를 묻는 질문에 “웃기려고 욕심을 내면 안 웃었어요. 힘들게 찍으면 웃더라고요. 코미디는 욕심내면 안되는구나, 욕심 없이 편하게, 고통스럽게 찍으면 되는구나”라면서 “어떤 날은 주인공인데, 어떤 날은 한 신밖에 나오지 않았어요. 그러나 신 스틸러가 되고 싶어 모든 걸 다 시도해봤어요”라고 말했다.

박하선은 서지석이 멋있는 남자로 느껴진 건 “처음 운전대를 잡아 도로주행에 나섰다 사고가 나 정주리에게 혼나는데, 서지석 씨가 나타나 ‘내가 다 혼내줄께'라고 말할 때였어요”라면서 “지석과 붙는 신이 하도 많아 정분이 안날 수 없을 것 같았어요. 제 연애도 이와 비슷해요. 조금씩 스며드는 스타일이죠. 1년 정도 만나면서 이 사람이 편하고 좋은 사람이구나 하고 느끼는 스타일이죠”라고 말했다.

박하선은 서지석과의 달달한 데이트는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했다. 고영욱에게는 ‘어장관리녀'라는 소리를 들을까봐 잘 못해줘 미안하다고 했다.

박하선은 “과분하게 사랑을 많이 받아 시청자께 감사합니다”라며 “다음 작품은 로맨틱 코미디나 퓨전멜로사극을 해보고 싶어요. 예뻐보이는 누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어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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