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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질 논란 설화에 일정 꼬투리잡기까지…김용 WB 총재 후보, 시작부터 쉽지 않네
미국이 세계은행(World Bankㆍ이하 WB) 총재 후보로 지명한 한국계 미국인 김용 다트머스대 총장이 자질논란에 휩싸였다.

보건정책 전문가인 건 인정하지만, 경제정책 전반을 아울러야 하는 WB 수장 자리에 적합한 인물인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일부 경제학자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는 것. 김용 총장의 저서 ‘성장을 위한 죽음(Dying for Growth)’이 빌미를 제공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6일(이하 현지시간) 김용 총장이 2000년, 조이스 밀렌 미국 윌라메트대 교수 등과 함께 펴낸 이 책이 문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FT는 이 책에 대해 “‘신자유주의’와‘기업 주도형 경제 성장’을 비판하면서 이런 것들이 개발도상국의 중산층과 빈곤층을 어렵게 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강조하고 있다”며 “비판론자들이 이를 지적하고 있다”고 했다.

책의 서문도 문제시됐다. FT는 “이 책은‘국내총생산(GDP)과 기업 수익 증가를 추구하는 게 현실적으로 몇 백 만 명의 삶을 어렵게 한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일부 경제학자는 이 책이 광범위한 성장과 관련해 보건정책에 너무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지적하고, 저자의 한 사람인 김 총장이 성장을 부추겨야하는 WB 총재 자격이 있느냐는 점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는 “김 총장이 (취임하면) 반(反) 성장 노선을 가진 첫 WB 총재가 되는 것”이라며 “WB의 노선을 가장 신랄하게 비판해 온 나 같은 사람조차 성장을 원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FT는 이와 함께 공동저자인 밀렌 교수는 “김 총장은 탁월한 학자이며 성장의 필요성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면서“우리는 이 책에서 성장이 그 자체로는 불충분하며 자동으로 모든 이의 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고 전했다.

FT는 김 총장이 보건 전문가이기 때문에 그의 경제학적 노선이 상대적으로 덜 노출됐었다며 성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으면 신흥국이 지명한 2명의 다른 후보에 유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WB는 김 총장과 함께 응고지 오콘조-이웨알라 나이지리아 재무장관과 콜롬비아 재무장관을 지낸 호세 안토니오 오캄포 미 컬럼비아대 교수를 3명의 후보로 공개했다.

한편 미 재무부는 27일 김 총장이 이날부터 4월 9일까지 에티오피아를 시작으로, 중국 일본 한국 인도 브라질 멕시코 등 7개국을 잇따라 방문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이와 관련, AFP통신은 김 총장이 미국의 지명으로 WB 총재가 될 가능성이 커진 데 대해 불만스러울 수 있는 신흥국을 달래기 위한 행보라고 풀이했다. AFP는 “미 재무부는 김 총장의 이번 일정을 ‘경청 투어(Listening Tour)’라고 칭했지만, 여행일정을 보면 1600년대 ‘그랜드 투어(영ㆍ미 부유층 젊은이가 교육을 위해 유럽 주요 도시를 둘러보는 여행)’의 반복으로 읽힌다”고 비꼬기도 했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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