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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IT공룡’ 일자리 제조기 vs 무례한 지배자
스마트기기·SNS 발달‘2차 IT붐’…앱경제 150만개 고용 창출 등 순기능 불구 저작권 위반·개인정보 침해 등 그늘도 공존
애플 17년만에 현금배당 발표
실적 탄탄·적정 밸류에이션
몽상에 머물던 1차 IT붐과 달라

미국내 억만장자 12%는 IT종사자
MBA 학생들 금융분야서 대이동

일부선 “평가가치 거품” 주장
경기 변동성 취약 우려 여전

잡스 생전엔 회사차원 기부 안해
“악덕 자본가 길 답습” 비판도


유럽발 세계 경제 위기에 아랑곳없이 얼마 전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이 약 11년 만에 3000고지를 밟았다.

특히 애플의 주가는 주당 600달러를 넘어서며 신기록 행진이다. 미국 정보기술(IT)의 요람 실리콘밸리를 필두로 2차 IT붐이 무르익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론 2차 IT붐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상존한다.

‘IT 제국주의’란 말이 나올 정도로 애플을 비롯한 실리콘밸리 업체들은 여기저기서 물의를 빚고 있다. 구글, 페이스북 등이 사용자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빅 브러더’가 될 것이란 우려도 크다.

경기 회복의 주역인가? 아니면 신종 제국주의의 원흉으로 절하될 것인가?

2012년 봄, 월가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2차 IT붐을 둘러싼 논란을 따라가 봤다. 


▶ “2차 IT붐은 계속된다”= 일단 전문가들의 의견은 스마트 기기와 소셜 네트워킹으로 요약되는 2차 IT붐이 좀 더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영국 신문 데일리 텔레그래프는 최근 애플이 17년 만에 현금 배당 계획을 발표한 것은 2차 IT붐의 지속력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보도했다.

오늘날의 선도 IT기업들은 실제 매출과 이익을 내 이를 주주들에게 돌려주고 있다는 점에서 미래 현금 창출의 헛된 꿈에 머물렀던 지난 1990년대 1차 IT붐 때와 다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 중 많은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돈과 시간을 쓰고 있어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의 펀더멘털(기업 가치) 매력은 상존한다고 분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탄탄한 실적과 적정 수준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지표를 감안할 때 1990~2000년대 초의 기술주 버블 당시와 상황이 다르다고 진단했다.

나스닥의 현 주가수익비율(PER)은 평균 12배를 나타내 1999년 당시의 약 178배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기관들도 미국 IT주식을 사들이고 있다.

물론 일각에선 거품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제임스 스택 인베스텍 리서치 사장은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링크드인, 그루폰 등과 같은 소셜커머스업체의 기업공개(IPO)와 관련해 “그들에 대한 평가 가격이 과장 광고와 기대에 기초하고 있을지 모른다”면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그는 애플에 대해서도 “월가의 총아이긴 하지만, 완벽한 것처럼 평가받고 있어 실망할 여지가 있다”고 우려했다. 현 기술 기업들이 예전보다 훨씬 탄탄한 실적을 내고 있지만, 경기 변동성에 취약하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IT산업은 일자리 제조기= 2차 IT붐의 순기능 가운데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 내 일자리 증대로 경기 회복에 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언론에 따르면 2007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와 시작된 이른바 ‘앱 경제(App Economy)’는 지난해 6월까지 총 1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워싱턴 소재 프로그레시브 정책연구소의 마이클 맨델 수석 경제 전략가는 “기술산업이 이끄는 일자리 붐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면서 “광범위한 커뮤니케이션 업종은 경기침체의 위험에도 꿋꿋이 버티면서 일자리 팽창의 선두주자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맨델 전략가는 이어 “앱 경제에서의 고용 성장이 보합세를 보일지라도 특히 빅 데이터(Big Data) 분야의 경우 성장세를 나타낼 공산이 크다”고 봤다.

매킨지 산하 매킨지글로벌인스티튜트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까지 빅 데이터 심층 분석 기술을 보유한 49만명의 근로자와 데이터에 능통한 150만명의 매니저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IT산업은 미국에서 억만장자가 되는 지름길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포브스가 최근 미국 내 억만장자 목록을 조사한 결과, 전체 425명 가운데 12%에 해당하는 51명이 IT업계 종사자였다.

이는 현재 억만장자 종사 업종 가운데 100명이 종사하는 헤지펀드 등의 투자업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것이다.

10년 전 IT업계 억만장자는 전체 243명 가운데 26명으로 업종별 3위였다.

전 세계적으로는 억만장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업종은 투자업(143명)이었으며, 이어 패션ㆍ소매업(123명), 부동산(102명) 등의 순이다. IT업계는 90명으로 5위에 그쳤다. IT업계 억만장자 가운데 57%는 미국인으로 조사됐다.

스티븐 캐플랜 시카고 경영대학원 교수는 “MBA 학생들이 최근에는 금융 분야가 아닌 IT 쪽으로 몰리고 있다”며 “금융 분야는 2007년 인기가 최고조로 오른 후 지금은 내리막”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IT붐을 업고 혁신의 상징 애플은 배론즈와 포브스, 포천 등 미국의 각종 경제 전문지로부터 ‘존경받는 기업’에 수년째 오르고 있다.

▶실리콘밸리는 신종 제국주의의 산실?= 하지만 2차 IT붐의 이면에는 어두운 그늘도 있다.

애플은 중국 공장의 열악한 노동 환경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최근 뉴욕타임스가 “아이패드에는 인간 비용이 포함돼 있다”고 보도한 게 발단이 됐다. 뉴욕타임스는 일부 근로자는 장시간 서서 일하다 다리가 부어서 걸을 수 없을 정도이고, 유독성 폐기물을 불법처리하거나 미성년자를 고용하는 등 인권 보호의 사각지대에 있다고 폭로했다.

결국 애플의 성공이 제3국 노동자들의 고혈과 희생으로 이룩된 것이란 지적이다. 더구나 고(故) 스티브잡스 창업주는 생전에 회사 차원의 기부는 단 한 푼도 하지 않았다.

뉴스위크도 ‘실리콘밸리의 무례한 지배자들(The Ruthless Overlords Of Silicon Valley)’이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기존 ‘악덕자본가’의 길을 답습하고 있다고 싸잡아 비난하기도 했다. 단적인 예로 미 법무부는 최근 애플과 일부 미국 출판업자를 전자책 가격 인상을 공모한 혐의로 고소하겠다고 경고했다.

애플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아이폰 등 모바일 기기의 조립을 중국의 팍스콘 등에 아웃소싱하는 행태도 질타를 받아온 기존 기업들의 관행과 다를 바 없다.

IT 대기업들은 음악, 영상 분야의 저작권법을 어기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아울러 구글, 페이스북 등은 온라인 개인정보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소셜네트워크 사이트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인정보를 복잡하게 설정해 이용자들이 모르는 사이 광고업자나 심지어 정부기관이 개인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는 눈총마저 받고 있다.

뉴스위크는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직원 동기 유발과 매출 증대 외에 소비자와 공익에 좀 더 신경써야 한다면서 IT업계의 자성을 촉구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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