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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우 최정원, 눈물로 말을 잇지 못해
지난 해 9월 태국에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려 심각한 수해를 입었다. 한 때 성인의 허리까지 가득 차올랐던 물은 이제 모두 빠졌지만,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수해의 악몽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 KBS2 드라마 ‘브레인’에서 ‘감성닥터’ 윤지혜 역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배우 최정원이 수해의 아픔을 겪은 태국 어린이들에게 그동안 받았던 사랑을 전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본지는 태국 우본라차타니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온 배우 최정원의 소감을 함께 나누기로 했다.(편집자 주)

# 최정원, 눈물로 말을 잇지 못해

최정원은 수깐야 짠험(엠)과 어라핀 짠험(언) 이야기를 할 때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다.

“엠과 언 이야기를 떠올리면 아직도 눈물이 나요. 동생인 언은 그래도 밝았는데, 언니 엠을 볼 때면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엄마를 잃고 실어증까지 앓게 돼 심각하다고 들었는데, 함께 다니면서 아이의 눈을 볼 때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겠어요.”


함께 게임을 하고 말을 걸면 잠시 웃다가도 슬퍼지는 두 자매의 눈빛에 조심스러웠던 최정원. 이 아이들이 가진 마음의 상처가 무엇인지, 무엇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았는지 처음에는 그저 막막하기만 했다.

최정원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벽돌을 쌓아 각자의 공간을 만들어 준 것이다. 여자 아이들인 만큼 마음껏 쉴 수 있는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말은 통하지 않았지만, 끊임없이 대화를 시도했어요. 함께 재래시장에서 장을 보기도 하고, 볶음밥을 만들었어요. 자매에게 위생습관을 길러주기 위해 설거지를 가르치며 잔소리 아닌 잔소리를 하기도 했어요. 그때마다 떠오른 생각은 ‘이 아이들의 외로움을 어떻게 하나’였어요.”

그가 고민 끝에 자매를 위해 작은 선물을 건넸다.

“아이들이 외로움을 글로 풀 수 있도록 일기를 쓰게 했어요. 그렇게 일기를 쓰고, 편지를 쓰면서 제가 한국에 있을 때에도 서로의 마음을 전하자고 약속하며 펜과 다이어리를 쥐어줬어요.”

자매에게 든든한 새 언니가 생기는 순간이었다.



# ‘헤어짐이 있기에 만남이 더욱 아름답다’

만남의 기쁨도 잠시, 이들에게도 헤어짐의 순간이 찾아왔다.

“처음 걱정했던 것처럼 마지막 날이 되자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됐어요. 제가 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예쁜 것도 같이 나눴지만, 저도 잠시 있다 가는 것이기 때문에 헤어지고 나서 말이 없어지고 더 심각해지면 어쩌나 그게 제일 마음에 걸립니다.”

최정원의 마음이 자매에게 전해진 탓일까? 좀처럼 마음을 열지 않았던 엠은 그에게 작별의 인사와 함께 미소를 선물했다.


“마지막 날 헤어지고 돌아오니 엠이 제가 돌아간 후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저도 헤어질 때 눈물을 겨우 참았던 터라 마음을 가라앉히고 일부러 더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인사하고 왔거든요. 다행인건 ‘언니 갈게, 편지 쓴 것 읽어봐. 밥 잘 챙겨먹어’라고 인사 할 때 엠이 웃으며 인사해서 마음이 조금 놓였어요.”

돌아서는 그의 마음이 편치 않다. 그는 가슴이 아팠지만 서로를 향해 조금이라도 더 웃어주려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며 애써 마음을 달랬다.

“남겨진 이 아이들에게 꾸준한 사랑과 관심이 가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어요. 감수성이 예민한 사춘기 아이들이기 때문에 계속적으로 편지를 쓰며, 위로도 해주고 고민도 들어주면서 지속적인 사랑을 줘야겠다고 다짐했어요.”


“말은 하지 않아도 속내는 깊은 아이들이에요. 이 아이들에게 제가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너는 소중하단다’라는 말이에요.”

서로를 위하는 이들의 마음이 사뭇 친자매 이상으로 애틋하다. 이들에게 있어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의 시작일 뿐이다.

최정원은 이번 봉사활동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다. 그는 글을 읽는 모두에게 어떤 말을 전하고 싶을까?


최정원이 전하는 태국 봉사활동 이야기 마지막 편은 다음 주에 공개됩니다.

조정원 이슈팀 기자 / chojw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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