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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외국인 성매매 여성은 근로자가 아니다?
‘눈빛 대화’라는 말이 있다.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생각을 이해하고 반응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할머니가 말 못하는 어린 손주의 불편한 곳을 신기하게 찾아내는 것도 눈빛 대화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인사이, 친구사이, 직장 선후배 사이에서 그런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사실 눈빛 대화는 의사 소통의 정도가 최고 수준에 이르는 단계이다. 통상적으로 자신의 의사를 상대방에게 전달할 때 각종 소음(노이즈)으로 전달률이 80% 정도에 그친다고 한다. 그리고 상대방의 피드백 전달률도 80%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평상시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 성공률은 약 64%라는 연구 보고가 있다. 여기에다 술한잔 마시게 되면 그 전달률은 훨씬 떨어지게 된다. 때문에 술먹고 한 약속은 심신미약, 상실상태에서 이뤄진 것이므로 법적 효력이 없다.

그만큼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구두를 통한 대화나 문자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모두 자신을 뜻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이 쉽지 않다.

얼마전 헤럴드경제 보도를 통해 알려진 여성가족부의 ‘외국인 성매매 여성 실태 보고서’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 또한 이와 다르지 않았다. 본지는 이들 외국인 여성들이 CCTV의 감시를 받고 하루에 1시간도 자유시간을 갖지 못하는 통제된 생활을 고발한 것인데, 네티즌들의 반응은 의외였다. 그 중에는 이들 외국인 성매매 여성들은 근로자가 아니며, 보호받을 가치가 없다는 지적이 많았다. 불법적인 외국인 매춘부들을 추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뒤따랐다.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감안할 때 이런 의외의 반응을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리고 성매매는 불법이며, 분명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야하는 그림자임은 맞다.

하지만 우리사회에는 성매매가 여전히 존재하며, 내국인이든, 외국인이든 성매매를 통해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불법이고 사회 통념상 인정되지 않는 이들이 근로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일까. 우리나라 근로기준법으로 보호할 필요성이 없는 것일까.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의 개념을 살펴보면 이들의 근로자성을 부인하기 어렵다. 근로기준법 2조 1항 1호에는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고 정의하어 있다. 성매매든 뭐든 하는 일의 종류와 상관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정신적ㆍ육체적 근로를 제공하고 있으면 모두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물론 성매매가 불법인 까닭에 우리나라에선 근로자로 인식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불법이라고 해서 모두가 근로자성이 부인되는 것은 아니다. 외국인 불법 체류자의 경우 근로자로 인정받는다. 대법원 판례(1995. 선고 94누 12067판결)에서도 사용종속 관계에서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왔다면 불법체류자도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로 인정하고 있다.

이렇듯 불법, 합법을 떠나 근로자 여부를 판단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종속관계’이다.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직업에 관계없이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아왔다면 불법 체류자든, 합법 체류자든, 외국인이든, 내국인이든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 근로기준법의 기본 정신이다.

외국인 성매매 여성도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근로자성을 완전히 부인하기 어렵다. 이들도 근로기준법에 따라 보호받을 만한 가치가 분명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명확한 실태 조사와 근로조건에 대한 분석도 필요한 것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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