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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니 스토리> 베어스턴스 몰락 4년…한국형 IB 현주소
글로벌 IB 육성 외치던 정부
베어스턴스·리먼 몰락 계기
투자자보호로 급선회

금융투자사 돈 버는 게 목적
IB에 대한 인식부터 바꿔야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이지만, 투자업계엔 4년 전 오늘부터가 ‘악몽의 날’이다.

미국의 5대 투자은행(IB)이던 베어스턴스는 꼭 4년 전 오늘 JP모건으로의 매각(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승인은 3월 16일)됐다. 물론 당시엔 몰랐지만 베어스턴스의 사망은 꼭 6개월 뒤 리먼브러더스 침몰로 이어졌고, 이후 중동과 동유럽을 거쳐 유럽 재정위기로 번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첫 도미노였던 셈이다.

베어스턴스가 JP모건으로 넘어간 이후 메릴린치는 BoA로, 리먼브러더스는 노무라와 바클레이스로 넘어가는 등 적잖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바뀌지 않은 것도 있다. 세계 금융시장을 주름잡는 미국 글로벌 IB들의 금융권력이다.

골드먼삭스, JP모건, BoA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 등 6개에서 베어스턴스와 리먼 두 곳이 줄었을 뿐, 이들 집단의 세계 경제에서의 영향력은 결코 줄어들지 않았다. 2007년 이후 미국 4대 IB의 경영 실적을 보면, 상업은행(CB) 부문이 큰 BoA메릴린치를 제외하면 2008년 한 해에만 어려웠고 2009~2010년이 되면 대부분 2007년 수준 이상의 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유를 간략하면 이들이 일으킨 파생상품 관련 문제를 국민세금, 즉 정부의 돈으로 메웠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실물경제의 불안은 더해졌고 경기는 나빠졌으며 금융투자에 대한 규제도 조금은 심해졌다. 하지만 이들 미국식 글로벌 IB 모델은 여전히 건재하다.

그럼 지난 4년 우리나라를 보자. 베어스턴스 전만 해도 업계는 물론 정부까지 나서 글로벌 IB 육성을 위한 새로운 제도 도입을 주장하던 때다. 자본시장 투자 활성화가 지상목표였다. 그런데 베어스턴스, 리먼브러더스를 거치며 자본시장의 화두는 ‘투자 활성화’에서 ‘투자자 보호’로 바뀐다. 미국과 달리 지난 4년간 우리나라의 경제 불안은 세계에서 가장 덜했고 경기는 덜 나빠졌으며 금융투자에 대한 규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2007년 대비 괄목상대할 이익 증가를 기록 중인 수출대기업과 달리 국내 금융투자회사들의 수익성은 2007년에 한참 못 미친 것은 이 탓이다.

미국 경제는 제조업보다 금융이 주력이다. 우리 경제는 금융보다는 수출대기업이 핵심이다. 위기가 한창일 때 미국 정부가 IB에 대해 때리는 시늉만 하고, 우리 정부가 말로만 재벌 개혁을 외쳤던 것은 불가피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그런데 위기가 진정된 요즘은 좀 달라졌다. 미국 정부는 금융보다 소외됐던 제조업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금융에 대한 쏠림이 주는 부작용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소외됐던 금융업종을 되레 더 닦달하고 있다. 왜 그럴까?

해묵은 사고다. ‘수출기업들은 고생하며 해외에서 돈 벌어오는데 가만 앉아서 국민에게 수수료나 받아먹고 있다니….’ 수출은 선(善)이고, 국민을 상대로 돈 버는 것은 악(惡)이라는 논리다.

물론 은행은 부실 대출로 공적자금을 받았고, 카드사는 무차별 카드 발급으로 신용대란을 일으킨 원죄(原罪)가 있다. 여기에 높은 진입 규제 장벽까지 있으니 유구무언일 법도 하다. 그런데 공적자금도 안 받고, 진입 규제의 보호도 얕은 금융투자업계는 무슨 죄일까?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폐기 직전이라고 한다. 정치권의 관심이 온통 총선뿐일 테니 그럴 수도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자본시장법 개정안 자체가 아니다. 아무리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훌륭해도 IB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빚 좋은 개살구다.

IB를 키우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키우자는 것이다. 제조업 편중의 폐해는 이미 외환위기 때 겪었다. 그러려면 금융투자회사가 돈을 벌어야 한다. 돈을 벌면 아무리 규제 장벽이 높아도 투자에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지금처럼 금융투자회사가 돈을 버는 것을 색안경을 끼고 본다면, 그리고 투자를 하기도 전에 잘못되면 어떡하나 걱정만 앞선다면 한국의 IB는 영원히 없다. 옛 현대그룹이 조선소를 짓고 자동차를 만들 때, 삼성전자가 반도체에 투자할 때 성공확률은 낮았지만 국민과 정부의 열렬한 지원이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꿨다. 당시의 열정을 금융투자업에서 되살려주길 바란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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