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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구조 현대화’ 강력 드라이브…정치 민주화엔 비관적

  • 러시아 대선 푸틴 당선…사분오열된 러시아 정국 어디로
  • 기사입력 2012-03-05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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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선 개혁
全분야 국가관리·통제 우선
자원의존적 구조 변화 예고
反푸틴 야권과 충돌 불가피

밖으론 대결
“나토는 신뢰 저버리는 세력”
對서방 화해정책 포기 전망
美주도 국제질서 반기 예고


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모스크바 크렘린(대통령궁) 앞 마네슈 광장에 설치된 연단에 검은색 점퍼를 입고 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당선자(현 총리)의 오른쪽 뺨엔 한 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통령 3선 성공을 공식 발표한 뒤 보인 ‘강한 남자’의 예상 밖 눈물이었다. 반(反)푸틴 세력은 옛 소련 시절의 영화 ‘모스크바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를 들먹이며 평가절하했지만, 푸틴은 자신의 눈물은 ‘진짜’라고 받아쳤다. 오는 5월 크렘린으로 돌아가 집권 3기를 시작하는 푸틴을 두고 전 세계는 이 눈물의 의미를 해석하는 것 못지않게 그의 정책이 어떤 방향으로 펼쳐질지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구조개혁이 늦어져 침체된 경제, 사분오열된 국내정치 등 푸틴 앞에 놓은 과제가 산더미 같아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푸틴의 통치 스타일엔 변할 게 많지 않다는 데 모아진다.

▶‘박정희’식 정부주도 경제개혁 전망=푸틴의 집권 3기 국정운영은 앞서 2기(2005~2008년)의 핵심 통치철학인 ‘주권 민주주의’의 연장선 위에서 이뤄질 전망이다. 분야를 막론하고 국가의 관리와 통제가 우선한다는 것으로, 경제개혁도 이런 궤를 벗어나지 않을 것을 관측된다. 푸틴은 지난 1월 말 현지 언론 기고에서 의약, 화학, 합금, 항공, 나노기술, 원자력 등 분야에서 대규모 국영기업을 만들어 국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이 글에선 한국을 예로 들며 경제 현대화를 위해선 초기 단계엔 국가의 지원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으로 치면 개발연대(1960~1970년대)에 ‘박정희 식’경제모델을 러시아에 접목시키겠다는 것이다.

푸틴은 이런 국가주도 경제개발을 통해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 이상을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는 자원의존적 경제구조를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그러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주요 국영기업의 민영화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방침이다.

푸틴은 특히 러시아 경제의 가장 큰 문제를 공무원들의 투명성 부족으로 꼽고, 특정기업인ㆍ기업과 결탁한 관료들의 부정부패 고리 차단을 주문하고 있다. 러시아의 고질적 병폐가 무엇인지 푸틴 스스로 알고 있는 셈으로, 푸틴 측근들의 비리까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도려낼지도 관심거리다.

푸틴은 이와 함께 낙후된 국방, 보건, 교육 등의 공공분야 발전과 사회간접자본 구축 등을 위한 비용 마련을 위해 특별소비세를 부과하겠다고도 했다. 당분간 국가주도 경제정책을 유지하되 장기적으로는 민간 중심의 경제 현대화를 이끌겠다는 행간이 읽힌다. 개혁 추진을 통해 8년 안에 국민의 전반적인 월급 수준을 현재의 1.7배까지 올리겠다는 그의 선언이 현실화할지 주목된다. 

▶정치 민주화는 쉽지 않을 듯=푸틴은 그 어떤 국가지도자보다 ‘강한 자아’를 가진 인물로 평가된다. 때문에 그의 지론인 ‘주권 민주주의’측면에서 보면 줄기차게 민주주의를 요구하고 있는 야권의 입장은 타협 가능한 사안이 아니다. 민간부문이나 시민사회의 자율성보다 정부나 국가의 통제에 더 무게를 두는 게 푸틴의 스타일이다. 

푸틴은 그 동안 의식 있는 중산층과 시민사회의 역할을 수시로 강조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자유주의 성향의 중산층과 정치단체가 주도한 야권 시위에 대해선 극도의 반감을 표시했다. 푸틴은 이들을 러시아의 불안정을 꾀하는 서방의 지시와 자금 지원을 받아 활동하는 파괴적 세력이란 인식을 갖고 있다.

푸틴은 지난달 말 군 고위 지휘관들과 만난 자리에선 “우리나라에서 (아랍권에서와) 유사한 일(정권교체 혁명)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주권을 지킬 필요가 있으며 아무에게도 우리의 일에 코를 들이밀도록 허용해선 안 된다”며 “보안기관과 사법기관 등이 제대로 일을 해야 하며 군대도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그러면서 “소위 민주주의라고 하는 건 수출될 수 없으며 각국의 토양 위에서 스스로 자라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물론 정치개혁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야권의 주장을 어느 정도 수용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방정부 수장(주지사) 직선제 부활 등을 검토할 용의가 있다고 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이런 개혁 방안은 대선을 통해 선출된 자신과 정부의 합법성을 인정하는 기존 정치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지 않는 선에서만 실현할 수 있다는 게 푸틴의 생각이다. 푸틴 퇴진을 주장하는 야권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서방과 대결 불가피=푸틴은 서방 주도의 국제질서에 큰 반감을 갖고 있다. 전임인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추진했던 미국과의 ‘리셋(resetㆍ관계 재설정)정책’등 대(對)서방 화해 정책을 포기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푸틴은 지난달 말 현지신문인 ‘모스코프스키예 노보스티’에 게재한 외교정책 관련 기고문에서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를 신뢰를 저버리는 세력으로 규정하고 “이 국가들의 행동의 일부 측면은 동서냉전식 이분법적 사고에 기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푸틴은 최근 중동 및 북아프리카 지역의 ‘아랍의 봄’ 사태와 관련해서도 서방국가들이 (민간인 희생을 막고 민주주의를 확산한다는) ‘인도주의 작전’ 명목 아래 무력을 이용해 다른 나라의 내정에 무리하게 개입하고 있다면서 이를 ‘미사일과 폭탄 민주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 “(러시아는) 누군가의 결정에 의한 강요가 아니라 스스로의 이익과 목표에 근거해 행동할 것”이라며 “러시아가 강하고 제대로 서 있을 때야 우리를 존중하고 우리의 이익을 고려한다”고 역설했다.

푸틴은 앞서 국방력 강화를 위해 올해부터 2020년까지 23조루블(약 870조원)의 예산을 쏟아 붓겠다고 밝힌 바 있다. 푸틴은 지난달 말 ‘전(全) 러시아국민전선’ 회원 및 정치학자, 선거운동 대리인 등과 면담하는 자리에서 막대한 국방예산 투입 계획에 대해 비판이 일고 있는 것과 관련 “이런 비판은 ‘잠재적 적’에게 이로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푸틴의 눈물’은 감성적이었지만, 서방과의 외교ㆍ국방 문제에 관한 한 냉철한 자존심이 작동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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