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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 대선 D-2>푸틴 대선 성공은 곧 푸틴 시대 종말의 시작
블라디미르 푸틴 현 러시아 총리는 4일(현지시간) 치러지는 대선에서 무난히 대통령에 당선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러시아 국민들에게 압도적으로 인기가 높아서가 아니라, 대안이 없어서라는 게 러시아 전문가와 모든 외신들의 일관된 평가다. 그러나 2000~2008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했던 그가 이번에 또 크렘린(대통령궁)에 입성하면 ‘푸틴 시대의 종말’이 시작되는 것이라는 냉소적인 관측이 많다. 민심이 급속하게 등을 돌리는 상황에서 세번째로 대권을 잡을 게 확실시되는 ‘21세기판 차르(황제)’ 푸틴 앞엔 ‘불확실성’이라는 장애물이 버티고 있는 셈이다.

“푸틴의 시간이 다 돼 간다”=영국 유력잡지 이코노미스트는 2일 인터넷판에서 푸틴의 앞 날을 이 같은 문장으로 축약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60%가량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고, 실제로 1차 투표(후보자 중 과반 득표자 없으면 2차 투표 실시)에서 승리를 확정짓더라도 선거 이후 푸틴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그의 운명이 결정될 것이라는 의미다.

12년 전, 푸틴이 대통령에 당선됐을 때만 해도 러시아 국민들은 그를 찬양했다. 소비에트연방의 해체 이후 정치ㆍ경제적 혼란에 허덕일 때 안정과 번영을 가져다 줬기 때문이다.

그러나 러시아는 소리없이 변하고 있었다. 부자들과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푸틴 세력을 ‘도둑정치’를 일삼는 집단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 푸틴이 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와 ‘자리 맞바꾸기’를 통해 또 한 번 대통령을 해보겠다고 발표한 게 직격탄이었다. 국민들의 불만이 들끓는 와중에 푸틴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같은 해 12월 부정선거 의혹이 일어 대규모 반(反)푸틴 시위대에 맞딱뜨려야 했다. 지난달 4일엔 영하 22도의 매서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10만여명이 모여 시위를 벌였고, 이런 추세는 대선이 끝난 뒤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푸틴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도 ‘종이호랑이’가 될 공산이 큰 이유는 상류층ㆍ중산층 뿐만 아니라 빈곤층의 민심도 이탈 중이라는 데 있다. 푸틴은 틈날 때마다 개혁을 이행하겠다고 했지만, 그의 측근과 재벌들이 벌이는 부패는 잦아들지 않았다. 과거엔 부패가 발각됐어도 국민들이 눈감아주기도 했다. 러시아 수출의 3분의 2를 담당하는 석유산업이 경제를 든든하게 받쳐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버팀목마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원유ㆍ가스 개발은 러시아에서만이 아니라 전세계 여러 곳에서 추진되고 있어 이른바 ‘독점’체제가 깨진 데다 최근엔 재정위기를 맞은 유럽 쪽의 원유 수입량이 줄어 러시아로선 경제가 악화일로다.

그럼에도 푸틴은 최근 유화책을 내놓았다. 러시아인들의 평균임금을 2020년까지 현재의 약 1.6배 수준인 4만루블(한화 약 150만원)로 올리겠다고 약속한 것. 그는 “뜬구름 잡는 얘기가 아니라 최근 10년 동안 국민 소득 증가 속도를 볼 때 실현가능한 전망”이라며 “현재의 추세를 유지하면 그렇게 될 것”이라고 했다. 올해에만 국방비를 33% 증액시키겠다고 밝힌 것을 둘러싸고도 정책의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은 데도 푸틴은 ‘포퓰리즘’에 가까운 얘기를 하고 있는 셈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미만이었을 때엔 러시아가 균형재정을 달성할 수 있었지만, 현재 유가는 130달러에 근접하고 있다”며 푸틴 정책의 실현가능성에 의문을 나타냈다.

정치적 타협으로 민심 달래야=푸틴에 대한 피로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그의 앞에 놓인 선택지는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일단 푸틴이 이번에 대통령이 되더라도 6년 임기만 채우고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러시아는 2008년 헌법 개정으로, 대통령 임기를 기존 4년 연임에서 6년 연임으로 바꿨다.

중앙집권적인 통치스타일에도 변화를 줘 지방정부 선거를 새로 치르고, 정적(政適)으로 평가돼 현재 복역중인 미하일 코도르코프스키 전 유코스 오일 회장의 사면도 푸틴이 결정해야 한다는 제언도 있다.

코도르코프스키는 2003년 총선 전 푸틴 당시 대통령을 반대하는 야당에 재정지원을 해 푸틴에 밉보인 결과, 사기와 탈세혐의로 8년형을 받고 수감돼 있다.

이와 함께 총리직엔 애초 공언한대로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이 아닌 전 재정장관을 지낸 알렉세이 쿠드린을 기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쿠드린은 반 푸틴 시위대와 연결된 인물로 민심을 달랠 수 있는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여러 의견 속에서 푸틴이 어떤 결단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푸틴의 대선을 돕는 올가 크리시타노브스카야는 “푸틴의 이미지는 권위주의자에 가까워 자유주의 노선을 선택하면 상당한 압박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결국 푸틴 혼자서 선택해야 할 문제이고 우리는 기다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푸틴의 주요 직설화법>

*“내 머리 위에 밤낮으로 설사를 해댄다고 해도 불평하지 않겠다.”

-자신에게 비판적인 모스크바 에코 라디오의 에디터를 향해(2012년)

*“가끔 미국은 동맹이 아닌 속국을 원하는 것 같다. 사람들은 한 국가(미국)의 독재에 싫증 나 있다.”

-2011년 연설

*“카다피는 나폴레옹처럼 새로운 군주제를 개발했다. 비정상적이긴 하지만 그런 것이다. 우리가 왜 이런(리비아의) 투쟁에 개입해야 하나. 모든 국가의 내전에 개입해야 하나."

-리비아 카다피 정권에 대해(2011년)

*“나는 주방의 노예처럼 8년간 낮밤으로 끊임없이 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리고 그 결과에 만족한다.”

-연임 마지막날 기자회견서(2008년)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은 지난 세기에서 지리정치학적으로 가장 큰 재앙이었다.”

-2005년 연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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