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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D-10 러시아 대선>“푸틴을 대통령 20년 하게 놔둘 순 없다”..시위 속 대항마 부재 결과 뻔할 듯
오는 3월 4일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 현지에선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60) 현 총리를 대통령으로 지지하는 세력과 변화를 갈망하는 야권이 주축인 반(反)정부 인사들이 대규모 시위 경쟁에 나선 것. 양측은 시위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목 좋은 곳’을 선점하려고 시위신청서 선(先)접수를 위해 국회의원마저 몸싸움을 벌인다. 친ㆍ반 정부 세력으로 나뉜 이들은 자동차 시위, 인간 띠 잇기 시위 등으로 서로 세(勢)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혼란은 과거와 미래를 통틀어 총 20년간 푸틴이 대통령을 해야 하느냐는 데서 비롯된다. 푸틴은 2000년~2008년까지 8년간 대통령을 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승리하면 향후 12년 동안 국가원수로 권력을 향유할 수 있다. 2008년까진 대통령 임기가 4년 연임제였지만, 이후 헌법개정으로 6년 연임이 가능해져서다.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시위는 더욱 극렬해질 전망이지만, 푸틴은 느긋하다. 23일 현지 여론조사 기관 ‘브치옴(VTSIOM)’이 발표한 결과를 보면, 푸틴은 이번 대선에서 58.6%의 득표율로 1차 투표에서 승리가 예상된다. 또 다른 여론조사 기관 ‘폼(FOM)’의 전망에서도 푸틴은 60%의 지지를 받았다. 러시아 대선은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 표를 얻으면 곧바로 당선이 확정된다. 그러나 어느 후보도 투표자 절반의 지지를 확보하지 못하면 결선투표에서 승자가 가려진다.

  
 


여론조사 결과, 푸틴으로선 지난해 12월 치러진 총선의 부정선거 의혹으로 휘청대던 여당 ‘러시아통합당’의 위기를 잘 헤쳐나온 셈이다. 지지부진한 경제 개혁에 대한 불만과 그의 권위주의적 통치스타일에 피로감이 확산되고 있지만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이 퍼진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야권 후보들의 면면과 지지율을 봐도 확연하다. 우선, 최대 야당인 ‘공산당’ 당수 겐나디 쥬가노프(68)의 지지율은 14~16%선이다. 이번이 네번째 대선 도전이다. 앞선 세차례 대선에서 매번 2위였다. 1996년엔 보리스 옐친 전 대통령과 2차 결선투표까지 갔지만 패배했다. 2000년엔 푸틴에게, 2008년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에게 무릎을 꿇었다. 구태의연한 공산당의 이데올로기가 자본주의에 적응한 유권자들을 끌어들이지 못한다는 약점이 있다.

다섯번째 대선에 출마한 극우 민족주의 성향의 ‘자유민주당’ 당수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66)는 ‘독설’을 쏟아내는 캐릭터로 각인돼 있을 뿐 매력적인 대통령 후보로서의 인상을 심어주진 못하고 있다. 9%대의 지지율에 그친다. 소련붕괴 직전인 1991년부터 총 네차례 출마한 대선 득표율도 현재 지지율과 별 차이가 없었다.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고, 러시아와 영국 관계가 악화한 2008년엔 대서양에 핵폭탄을 투하해 영국을 홍수에 빠뜨려야 한다는 발언 등을 쏟아낸 인물이다.

중도좌파 성향의‘정의러시아당’ 당수 세르게이 미로노프(59)는 애초 ‘푸틴 충성파’였다. 그러나 지난해 4월 푸틴의 통합러시아당을 비판한 뒤 10년간 역임했던 상원 의장 자리에서 쫓겨났다. 이후 같은해 9월, 대권 도전을 선언했다. 통합러시아당의 ‘2중대’로 불리던 정의러시아당의 이런 반란은 정계 이슈로 부각됐다. 하지만 미로노프의 지지율은 5%대로 최하위다.

무소속 미하일 프로호로프(47)는 재벌출신이다. 러시아 최대 금 채굴업체인 폴류스 졸로토의 주식 30%를 갖고 있다. 미국 프로농구팀 뉴저지 네츠의 구단주도 맡고 있다. 미 경제잡지 포브스의 지난해 발표엔 그가 러시아의 세번째 부자(개인재산 180억달러)로 돼 있다.‘러시아판 정주영’쯤 된다. 지난해 6월, 암묵적 금기로 여겨진 재벌의 정치참여 관행을 깨고 중도우파 성향의 정당 ‘올바른 일’대표를 맡아 정치에 뛰어 들었다. 그의 예상 득표율은 7~8%에 불과하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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