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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세기 초 한반도에 호랑이 ‘득실득실’
100년 전에만 하더라도 한반도 서남 끝에 위치한 섬 진도에까지 호랑이가 살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범보전기금(대표 이항 서울대 교수)은 과거 한반도에 서식했었던 호랑이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던 중, 20세기 초 한반도 서남 끝에 위치한 진도섬에까지 호랑이 여러 마리가 서식하고 있었다는 기록 및 사진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1915년 영국 런던에서 발간된 ‘아시아와 북미에서의 수렵(The Big Game of Asia and North America-The Gun at Home and Abroad)’이라는 책 중 포드 바클레이(Ford G. Barclay)가 쓴 ‘만주호랑이(The Manchurian Tiger)’라는 글에는 20세기 초 한반도 내 호랑이 분포상황과 수렵실태에 대해 상세히 기재하고 있다.

만주 호랑이에서 바클레이는 진도섬에 호랑이 4마리가 서식하는 것을 확인한 후 그 중 성숙한 암수 호랑이 각 1마리 씩을 포획하였다고 기록했다. 나머지 2마리를 좇아 10일간 섬을 헤매었지만 흔적을 찾지 못해 육지로 도망친 것으로 생각했으나, 3주일 뒤 다시 진도섬에서 호랑이 두 마리의 흔적을 발견했다는 내용도 추가하고 있다. 이는 100년 전만 하더라도 한반도 전역에 호랑이가 서식했고 기후와 서식 여건이 양호한 일부 지역은 서식 밀도가 매우 높아 섬에까지 호랑이가 진출하였으며, 섬에서의 서식 밀도도 높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바클레이의 기록은 과거 한반도 남해안의 여러 섬에 호랑이가 많이 서식하였다는 문헌 기록, 문화 유적 및 민간에 전승되는 이야기를 뒷받침해 준다. 진도에는 고군면 회동마을 주민들이 호랑이를 피해 그 앞 의신면 모도로 도망갔다가 마을에 혼자 남은 뽕할머니의 기도로 회동마을과 모도 사이의 바다가 갈라지는 바닷길이 생겨 돌아올 수 있었다는 전설이 전해오고 있다.

한국범보전기금 학술위원장 김동진 박사(서울대 연구교수)는 “한반도 연안과 여러 섬에 호랑이가 살았다는 역사적 기록은 손쉽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즉 ‘조선왕조실록’이나 ‘승정원일기’를 검색하면 경기의 강화도, 황해도의 철도와 강령, 전라도의 진도나 순천의 여러 섬에 설치된 국영목장에서 발생한 호환(虎患)에 관한 기록이나, 경기의 강화 매도나 길상, 전라의 백야도, 평안의 신미도 등에서 호랑이를 잡기 위해 나라의 군대를 동원하여 사냥했다는 기록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원래 이러한 호환을 피하기 위해 나라에서 국영 목장을 태안, 거제, 화원, 진도와 같은 연해의 반도와 섬 지역으로 옮긴 것이지만 호환이 완전히 그치지는 않았던 것이다. 호랑이가 사람이 적고 먹이감이 많은 섬의 목장 주변을 찾아 헤엄쳐 몰려들었던 탓이라고 한다.

현재 한국호랑이는 극동러시아에 약 400마리 정도 마지막으로 살아남아 한국호랑이의 명맥을 잇고 있는데, 이 호랑이들은 보통 아무르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로 알려져 있다. 최근 서울대학교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연구팀은 이 아무르호랑이의 유전자와 한국호랑이의 유전자가 일치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사단법인 한국범보전기금은 멸종위기에 처한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을 보전하기 위해 2004년에 결성한 일반 시민들의 모임이다. 한국범보전기금은 후원금을 모아 러시아에 있는 ‘피닉스기금’을 지원하고 있다. 피닉스기금을 비롯한 극동러시아의 호랑이ㆍ표범 보전단체와 기구들은 사라져 가는 한국호랑이(아무르호랑이 또는 시베리아호랑이)와 한국표범 보호와 보전을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한국범보전기금은 한반도에서 한민족과 오랫동안 함께 살아오는 과정에서 형성된 한국의 호랑이 문화를 보전하고 연구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다.

<박도제 기자>/pdj2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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