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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유럽으로 눈 돌리다...원자바오와 바호주 EU집행위원장 오늘 회담
중국 기업들이 유럽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이나 지분투자를 늘리면서 유럽행(行) 발걸음을 부쩍 재촉하고 있다.

이런 추세는 재정 위기로 유럽기업의 자산가치가 떨어져 ‘저비용-고효율’투자를 할 수 있다는 기회주의적 판단이 일부 작용한 걸로 풀이된다. 이런 가운데 중국 해외투자의 성격 자체가 확 바뀌는 중이라는 행간도 읽힌다. 부문별 투자 패턴이 서서히 변하고 있다는 게 증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현지시간) 지난해 중국기업의 유럽기업에 대한 투자가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중국과 프랑스 파리에 거점을 둔 사모회사 A캐피털의 보고서를 인용한 것이다.

이에 따르면 중국의 작년 외국인 직접투자(FDI) 총액은 680억 달러로, 전년의 688억달러보다 약간 줄었고 특히 대(對) 미국 투자는 42억달러에서 32억달러로 크게 축소됐다.

전반적인 FDI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유럽 투자는 104억 달러로 전년의 41억달러보다 2.5배 가량이나 늘었다. 특히 중국 기업이 지난해 해외에서 추진한 M&A의 34%는 유럽기업에 대한 것이었다.

중국 해외투자의 질적 변화도 주목할만하다. 중국 FDI의 주력은 자원개발 분야였지만 그 비중은 하락세(61%→51%)다. 대신 화학(3%→22%), 산업(7%→12%) 관련 투자가 크게 늘었다.

WSJ는 “애초 중국의 해외투자는 호주, 남미 등에서 에너지ㆍ광산개발 분야에 초점을 맞췄지만 지난해엔 고급브랜드와 첨단 기술업체 투자 비중을 늘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중국의 재벌 푸싱(復星)그룹은 지난해 그리스에 본사를 둔 쥬얼리 업체 폴리폴리의 지분 10%를 사들였다. 또 란싱(藍星)그룹은 노르웨이의 태양광 발전용 실리콘을 생산하는 엘켐을 23억50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이는 지난해 중국이 유럽 기업을 M&A한 것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중국기업의 이런 움직임에 대해 A캐피털 관계자는 “중국의 해외투자는 이익을 내기 위한 생존전략의 하나”라며 “중국에선 인건비를 포함한 각종 투입비용이 늘어나면서 이익률이 줄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WSJ는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와 호세 마누엘 바호조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등이 14일 중국에서 갖는 연례 양자정상회담을 지적하며 이번 회담에서 유럽이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 대한 중국의 투자 확대를 요청할 것으로 봤다.

중국은 최근 유럽재정위기 지원 차원에서 EFSF 채권을 입찰을 통해 매입했다고 밝혔지만 액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WSJ는 A캐피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중국 경제 규모로 볼 때 중국의 해외투자는 그리 대단한 수준은 아니다”라며 “GDP 대비 중국의 해외지분투자 비율은 2001년 2.6%에서 작년엔 5.3%로 늘었지만, 이는 OECD 평균인 27.7%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사실상 중국이 유럽에 더 많은 돈을 풀어야 한다는 점을 우회적으로 밝힌 셈이다.

<홍성원 기자@sw927>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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