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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국회는 아직도 사농공상(士農工商)인가?
조선시대의 신분제도는 반상(班常)제로 알려져있지만, 우리에게 더 잘 친숙한 구분은 사농공상(士農工商)이다. 직업에 따른 수평적인 계층 구분인 듯 보이지만, 사실은 성리학 철학에 기반한 강력한 계급구분이다. 그나마 ’사’와 ’농’은 서로 교류가 가능했다. 임금도 농사를 지엇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다. 반면 ’공’과 ’상’은 철저히 ’아랫것들’ 취급을 당했다.

20세기 들어 사농공상의 구분은 없어진 듯 보이지만, 아직도 대한민국에는 그 잔재가 남은 듯 하다. ‘고시(高試)’로 구성되는 행정부와 사법부는 어찌됐건 공부한 사람들, 즉 ‘사’의 영역이다. 애초에 공직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니 그런 게 당연하다.

그런데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도 온통 ‘사’ 투성이다. 온통 판ㆍ검사, 변호사 등 율사(律士)나 관료, 교수 출신만 그득하다. 기술을 배운, ‘공’에 해당되는 기업인 출신은 그래도 좀 있지만, ‘상’ 개념인 금융인, 또는 자본시장 출신 인사는 거의 없다.

대한민국 산업화 과정에서 ‘공’에 해당되는 제조업의 역할은 지대했다. 현재도 제조업 덕분에 나라가 먹고산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공’의 정점은 재벌인데, 정치 만큼이나 힘이 제일 세니 국회의원 수가 좀 적다한들 그리 억울하지는 않을 듯 싶다.

일반 근로자, 노동자 또는 직장인에 해당하는 ‘농’은 주로 ‘사’와 ‘공’의 호구(虎口)지만, 선거 때는 적어도 ‘농공사상(農工士商)’으로 떠받들어지니 위안거리는 있는 셈이다. 게다가 국회에서 노동계 출신은 꽤나 힘이 세다.

반면 금융ㆍ자본시장에 해당하는 ‘상’은 늘 말석이다. 권력은 ‘사’만 못하고, 금권에서는 ‘공’에 못미치며, 관련 유권자 수는 ‘농’에 밀린다. 심지어 ‘상’의 대표격인 은행이나 금융지주의 수장(長) 결정권도 ‘사’가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은행이나 금융그룹이 이정도니 덩치가 더 작은 금융투자업계의 위상은 굳이 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산업으로 축적한 자본을 국가와 국민에게 고루 돌아가게 하려면 ‘상’도 잘 돼야한다. 미국이나 서유럽 같은 선진국의 경우 금융이 주력사업으로 자리잡으면서 아예 ‘사상공농(士商工濃)‘의 서열이 정해진 듯하다. 물론 이 서열이 꼭 옳다는 뜻은 아니지만, 우리의 금융ㆍ자본시장의 위상은 너무 초라하다.

2월 임시국회가 열린다. 자본시장법 개정안 통과가 시급한데 논의가 미지근하다. 자본시장 뿐 아니라 일반기업인 ‘공’들의 원활한 자금조달을 위해서도, 자산관리와 노후대비가 시급한 ‘농’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법안이다. 일부 잘못된 종교적 편견을 가진 의원들 때문에 수쿠크(이슬람금융) 법안 재논의를 꺼리는 것도 도대체가 말이 안된다.

참신한 19대 국회의원 후보선출을 위한 정치권의 일정이 한창이다. 말로만 금융선진화, 자본시장발전 외치지 말고, 금융인이나 금융투자업계 출신 영입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 ‘상’들도 주눅들지 말고 적극 지원할 필요가 있다. ‘상’ 들은 자수성가한 ‘농’들이 대부분이다. 민생을 잘 알 뿐더러 공부도 많이 했고, 세상 돌아가는 데도 꽤 밝다.

정경유착(政經癒着)은 안되지만, 정경불리(政經 不離)는 진실이다. 사농불리(士農不離)보다는 사농공상 불리(不離)다.

<글로벌증권부 증권팀장 @TrueMoneystory>/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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