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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길위의 詩, 삶을 꿰뚫어보다
조서희 시인이 ‘소금 꽃피다’(문학바탕)로 17년 만에 첫 시집을 냈다.

1994년 계간 시대시 신인상으로 등단, ‘시로 여는 세상’ 동인으로 시작활동을 해온 시인의 오랜 시적 성장과정을 오롯이 만나는 특별함이 있다.

‘내부에 웅크리고 있는/겨울의식들을 하나씩 풀어내어/불씨하나로 지펴본다./(…)내 몸의 싱싱한 상처를 본다./더러 아물지 않은 생채기/옷깃 속에 감추고 사는 이 있다면/언 가슴 한쪽을 녹여 줄 수 있을까.’는 ‘시인의 말’로 시문을 연 72편의 시들은 꿈과 상처들이 빚어낸 꽃들로 가득하다.

세상 속에 끄달리며 여기저기 생채기가 나지만 그 속에서 아름다움을 보고야 마는 타고난 시인의 천성이 읽힌다. 그래서 시들은 애초 외로움과 아픔, 고통을 태생으로 삼고 있지만 견딤과 인내를 자양분 삼아 화학적 변화, 질적변화를 겪는다.

“태양과 씨름해온/바닥을 싹싹 밀면/하얀 결정이 밀려온다/내일로 미루면 사라져버릴 소금꽃” ( ‘소금 꽃피다’)

“하얀 성에꽃 대보겠다고/꽃으로 피어보겠다고/뼈만 남은 수양버들/붙들고 늘어지는 겨울이 있다//하얀 서리꽃이 되어 보겠다고/늘어진 수양버들가지 붙잡고 저마다/단지, 이겨내야 하는 겨울이 있다” ( ‘서리꽃’)

꽃이 피기까지는 견딤의 시간이 필수. 시인은 길 위에서, 자연과의 만남 속에서 그걸 배운다. 내소사, 올레길, 우도, 모슬포, 백령도, 섬진강 등 길 위의 시들이 많은 까닭이다.

시인에게 내적 성숙, 초극적 삶은 단지 한줄기 머릿속 깨달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사유의 과정이 미적 승화를 거쳐야, 시로 열매를 맺어야 마침내 완성된다는 사실에 닿는다. 이는 시인의 정체성으로 통한다. 그러므로 “미처 보지 못하거나/알려고 하지 않았던 사물 뒤/마음결 속마음을 짚다”는 시, ‘詩人’이 마지막에 놓인 건 당연하다.

민용태 고려대 명예교수는 ”조서희 시인은 우리 삶의 실존의 현장을 꿰뚫어보고 이 고행에서 초월과 극복을 꿈꾸는 진지한 휴머니스트다”고 평가했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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