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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명품 좋아하는 당신,"팸셀,프셀을 아세요?"
명품족들 사이에서 ‘팸셀’, ’프셀’의 인기가 뜨겁다. 눈에 불을 켜고 ‘팸셀’만 찾아다니는 ‘팸셀족(族)’이 급증하는가 하면, 팸셀 정보를 공유하는 온라인의 패밀리세일(www.famsale.com) 카페는 회원수가 20여만명을 넘어섰다. 유사한 카페와 블로그도 10여개나 생겨났다.

팸셀, 프셀이란 명품 패션업체가 직원과 VIP고객, 패션담당 언론매체를 대상으로 재고나 샘플을 싼 값에 판매하는 ‘패밀리세일’, ’프레스세일’을 줄인 말. 그러나 패밀리(famly)와 프레스(press)에 한해 이뤄지던 이 은밀했던 이벤트는 그 세일정보가 인터넷과 쇼설네트워크 등을 통해 일반에게 널리 공유되면서 대중화된지 오래다. 게다가 명품이 아닌 대다수 패션브랜드, 구두, 보석, 화장품은 물론 의료영역까지 팸셀이 확산되는 추세다.

업체들 또한 팸셀을 통해 ’브랜드 홍보’와 ’매출’의 두마리 토끼 잡기에 바쁘다. 팸셀 카페측과 손잡고 특별이벤트를 연 뒤 카페 회원들(소비자)로 하여금 개인블로그와 커뮤니티에 후기를 올리게 하는 온라인 마켓팅이 한창이다. 때문에 유력 카페는 업계의 ’권력’으로 부상 중이다.


강남 요지, 특히 서울 청담동의 프리마호텔, 리베라호텔은 팸셀의 주무대. 프리마호텔의 경우 연간 10~15회이상 팸셀이 열린다. 도산대로의 강남웨딩홀과 호림아트센터도 팸셀이 자주 열리는 곳. 물론 강남, 서초 일대에 주로 포진한 명품업체의 자체 사옥에서도 팸셀이 앞다퉈 열린다.

주부 김현정 씨(39)는 “한벌에 수백만원을 호가해 엄두를 못냈던 발렌티노의 반코트를 30만원에 ’득템’했다. 90%라는 기적적인 할인율에 놀랬다"고 반색했다. 이처럼 팸셀의 가장 큰 매력은 60~95%에 이르는 높은 할인율이다. 백화점세일, 아웃렛 할인율과는 비교가 안된다. 명품패션의 경우 소재가 고급이기 때문에 잘만 고를 경우 만족도가 높다.

현재 샤넬, 루이비통 등 일부 ‘슈퍼급 명품’을 제외하곤 대부분의 명품이 팸셀과 프셀을 시행 중이다. 단 프레스세일은 팸셀에 비해 규모도 작고, 비공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나 일부 극렬(?) 명품족은 이 프셀을 이잡듯 뒤져, 기어이 출몰(?)하기도 한다.


패밀리세일이 날로 확대되자 ‘팸셀족’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한지 오래지만 분위기에 휩쓸려 충동구매를 했다간 낭패를 당할 수도 있다. 싸다고 불필요한 물건을 잔뜩 사면 옷장만 터질 뿐이다. 교환·환불·AS가 되지 않으므로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 인기 팸셀은 인파가 장사진을 이루기 때문에 "점심무렵 가봐야지"했다간 허탕치기 십상이다.

최근들어 제품의 가격을 면밀히 비교검토하며 어떻게든 트레이딩 다운(Trading down 하향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성향 또한 팸셀을 더욱 확산시키는 요소다.
단 엄청난 할인율과 경쟁적 분위기에 휘말리다 보면 판단력을 잃을 수도 있다. 최근 한 선글라스 업체는 팸셀에서 고객마다 시간을 20분씩 주었다. 좁은 행사장에 비해 쇼핑객이 많았기도 했지만 “10분 남았습니다” “5분 남았습니다”라는 직원들의 ‘친절한’ 안내에 조급해져 꼭 필요하지도 않는 물건을 쓸어담은 이들이 적지않았다. 브랜드 측에서 고도의 마케팅 전략을 발휘한 셈이다.

그러자 요즘 인터넷에는 팸셀 때 샀다가 맘에 들지않거나 몸에 맞지않는 물건을 되파는 장터까지 생겨났다. ‘팸셀 고수’들은 “먼지가 풀풀 날리는 행사장에서 기를 쓰고 장만한 아이템이 인터넷 쇼핑몰보다 비싼 경우도 있었다”며 “싸다고 무조건 살 게 아니라 내게 꼭 필요한 ’정답’만 사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팸셀에서 할인율이 높다고 너무 지르다(?) 보면 그것도 거금이 된다는 것.


현재 국내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팸셀은 꼼데 갸르송, 니나리치, 10꼬르소꼬모, 토리버치 등을 판매하는 제일모직의 팸셀. 신사동 호림아트센터 지하홀에서 열리는 제일모직 팸셀은 인파로 장사진을 이룬다. 또 LG패션, SK네트웍스의 팸셀도 인기다. 폴로 랠프로렌과 게스 의류를 수입했던 두산의 팸셀도 호응이 뜨거웠다. 이밖에 제동물산, 웨어펀인터내셔널, 신화코리아 등 명품 직수입업체가 매년 여름 겨울로 여는 팸셀도 고정고객이 많다.

이같은 팸셀의 대 유행에 대해 패션마켓팅 전문가인 이미아 박사(서울대 경영연구소 연구원)는 "온라인 등을 통한 팸셀, 프셀의 확산은 세계적인 경영학자 필립 코틀러가 강조한 ‘마켓 3.0’시대(제품,고객만족을 넘어 고객의 영성(sprit)이 중시되는 마켓)에서 기업과 고객간 ‘1대 다(多)’ 소통이 아니라 ‘다(多) 대 다(多)’ 소통을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밝혔다. 즉 기업이 고객에게 정보를 제공해 제품을 일률적 가격에 판매하던 원웨이 방식이 아니라, 기업이 알린 세일정보가 대중에게 급속도로 퍼지며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의 열띤 반향을 일으키는 사례라는 것. 아울러 이제는 똑같은 브랜드의 동일한 제품이라도 언제 어디서 누가 어떤 방식으로 사느냐에 따라 값이 천양지차가 되는 시대인만큼 팸셀, 프셀은 앞으로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사진=박해묵 기자/m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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