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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번호를 보면 선수가 보인다’
스타급 선수마다 유달리 집착하는 등번호가 있다.

등번호를 행운의 부적이나 자존심처럼 소중하게 여기곤 한다. 또 특정 숫자에 과거 초년병시절 땀과 노력이 담긴 가슴 뭉클한 사연이라도 있다면 애정은 더욱 깊다.

애꿎은 운명에 소속구단을 옮기게 됐다면 등번호를 놓고 또 한 번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올 겨울 유난히 거물급 스타들의 국내 복귀가 많고, FA시장이 요동쳤던 만큼 등번호의 운명도 크게 요동쳤다.

일본 오릭스로 둥지를 옮긴 이대호는 당초 10번 또는 52번을 희망했다. 그러나 10번이나 52번은 이미 주인이 따로 있어서 이대호는 25번을 받았다. 이대호에게 10번은 ‘친정’ 롯데에서 11년간 달았던 정든 번호다. 52번은 작고한 할머니 오분이 여사의 이름과 관련이 있다. 돌아온 코리안특급 박찬호도 거액연봉 전액을 기부했지만 등번호만큼은 양보를 못했다.

김동주 야구선수 두산 베어스 (내야수)

그는 20일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입단식에서 61번이 새겨진 유니폼을 받았다. 61번은 박찬호가 LA다저스에 입단하면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1994년부터 줄곧 달고 다녔다. 한양대 재학 시절 박찬호의 등번호는 16번이었으나 다저스에 입단을 하려니 코치가 이미 16번을 달고 있었다. 그래서 앞뒤를 바꾼 61번을 택했던 게 지금껏 인연이 됐다.

한화 김태균은 52번을 고집했다. 2009년 지바 롯데 입단 때도 52번이었다. 그는 당시 입단 10년차 선수가 주인이던 52번을 자신이 달면서 무척이나 미안하다고는 말했지만 번호는 양보를 못했다. 52번은 번호 모양이 모가 나지 않아 잘 풀린다고 추천해준 아버지의 조언으로 천안북중때부터 달고 다닌 등번호였다. 이승엽은 1995년 삼성 입단 당시 36번을 그대로 달고 친정에 복귀했다. 그만큼 정이 많이 들었다고 한다. 롯데로 간 정대현은 38번을 택했다. SK시절 21번을 줄곧 달았던 그가 간판을 바꾼 것이다. 38번은 김성근 감독의 등번호로도 유명했다. 화투에서 ‘광땡’을 뜻하는 행운의 번호다. 김 감독은 고양 원더스에서도 38번을 달고 있다. 정대현은 “원래 좋아했던 번호였을 뿐”이라고 했다. 불행하게 떠난 스승과는 관계가 없다고 했지만 김 감독만은 그 마음을 고맙게 생각할게 틀림 없어 보인다.

심형준 기자/cerj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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