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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이 웨이’의 히든 카드 김인권
포커로 말하자면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는 ‘마이 웨이’가 이미 꺼내들어 뒤집어 놓은 패다. 이 정도로도 ‘와~’ 소리가 날테지만, 강제규 감독이 손에 움켜쥐고 다른 이들이 베팅하기만 바라는 강력한 히든 카드가 있다. 김인권(33)이다.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가 거함 ‘마이 웨이’의 엔진이라면 김인권은 가속페달이다. 사람좋은 웃음과 수줍은 짝사랑의 마음을 가졌던 순박한 청년이 처절한 생존 본능과 전쟁의 광기에 사로잡혀갈수록 드라마는 강력한 추진력을 얻는다. 완주의 특명을 받은 장동건과 오다기리 조가 앞으로 질주할 때 때로 이완과 완급조절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도 김인권이었다. 페이스 메이커.

“처음에는 엄두가 안 났죠. 시나리오를 받고는 종대가 정말 괜찮은 역할이다. 이 역을 맡은 배우는 좋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뿐이죠. 그런데 강제규 감독님이 저를 종대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는 영화사에 가면서도 ‘정말이야, 아냐 바뀔 수도 있어, 김칫국부터 마시지 말아야지’ 했어요. 매달리는 배우들도 많았고 물망에 올랐던 쟁쟁한 배우들도 많았다고 들었죠. 제가 역을 맡게 될 거라는 생각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원래 좋은 캐릭터였어요.”

일제 강점기 조선과 일본을 대표하는 마라토너로 만나 운명의 경쟁자가 됐지만 2차 대전의 격랑 속에 휩쓸려 들어가며 일본군과 러시아, 독일군의 옷을 입어야 했던 비극적인 두 청년. 준식(장동건)과 타츠오(오다기리 조)의 이야기를 그린 ‘마이 웨이’에서 김인권은 준식의 친구 종대 역을 맡았다. 친구의 여동생을 짝사랑하던 순수하고 쾌활했던 종대는 준식의 긴 여정을 동행하는 가운데 오로지 살아남고자 동료에게마저 총칼을 들이대는 비열하고 악마적인 인물로 변해간다. 김인권 특유의 능청스럽고 코믹한 모습에서 출발해 머리를 박박 깎고 눈을 번득이며 위악의 절정으로 치닫는 연기는 기괴함마저 내뿜는다. “누가 해도 돋보일 수 밖에 없는 캐릭터”라는 게 김인권의 겸손이지만, 종대 속엔 조연이라는 틀에 매여 풀지 못했던 연기에 대한 갈증과 단 한 장면에도 상상과 계산을 거듭하는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인권은 인물의 성격을 부각시키기 위해 촬영장에 있던 ‘막가위’를 들고 제 머리를 듬성듬성 깎았다. 



“원없이 연기를 했습니다. 많은 에너지를 쏟아부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군생활 끝나고 나온 기분이에요. ”

김인권은 장동건과 함께 지난해 10월 촬영이 시작되기 전 4개월 동안 일본어, 러시아어 교습에 일본문화의 이해 강의, 군사훈련을 하루 대여섯시간씩 받았다. 김인권은 “4~5가지 커리큘럼으로 대학의 한 학기를 다니는 것처럼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인권의 배우 경력은 ‘해운대’ 이후 가파른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주연작 ‘방가 방가’로 기대 이상의 흥행을 일궜고, ‘퀵’과 ‘마이 웨이’ 등 대작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으며 화재를 다룬 재난영화 ‘타워’ 촬영도 마쳤다. 90년대말 영화 ‘송어’로 데뷔한 후 ‘말죽거리 잔혹사’ ‘조폭마누라’ 등에서 주목받았지만 군 복무 공백 후에는 재기에 어려움을 겪었던 김인권이었다. 갓 제대 후 1년여를 그냥 쉬다시피하면서 “말이 영화배우고 연예인이지 주변에서 안 찾아 줄 때는 백수”라고 떠올리기도 했다. “우울한 마음에 산이나 다니면서 계단 하나씩 오를 때마다 ‘영화출연하게 해주세요’라고 되뇌이며 기도했다”고 할 정도였다. 마침 둘째아이 출산을 앞두고 밥벌이가 급했을 때 손을 뻗어준 이가 바로 윤제균 감독이었다. “저는 인권씨의 연기를 봐 왔습니다. 대성을 할 거라고 생각합니다”며 출연제의를 받았다. “그 말을 듣고는 눈물이 핑 돌았다”는 김인권은 지금 누리는 배우로서의 호기를 윤제균 감독의 덕으로 돌린다. 



김인권의 차기작은 ‘구국의 강철대오’다. ‘방가, 방가’의 육상효 감독과 다시 호흡을 맞추는 작품으로 1985년 미국 문화원 점거농성사건을 다룬 코미디다. 주연인 김인권은 뜻하지 않게 시위의 현장에 휩쓸려 들어간 짜장면 배달부 역을 맡았다.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인권은 “최근 투자배급사가 확정돼 내달부터 촬영에 들어간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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