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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사 풍자 토크 개그 소비층이 왜 젊어질까?
올해 예능방송의 최대 콘텐츠는 크게 두가지다. 오디션 버라이어티와 시사 풍자 개그, 시사토크쇼다. 특히 올 하반기 예능계를 갑자기 뒤덮은 콘텐츠는 ‘풍자’와 ‘시사’다. 뉴스의 무한도전격인 인터넷방송 ‘나는 꼼수다’의 인기와 함께 시사풍자 코미디도 KBS ‘개그콘서트’의 ‘사마귀유치원’ ‘비상대책위원회’ ‘애정남’을 통해 활발히 시도되고 있다.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 폐지된 이후 1년 2개월만에 부활한 SBS ‘개그투나잇’도 풍자를 곁들이는 코너들을 속속 선보이고 있다. 시사풍자 코미디는 tvN ‘SNL코리아(Saturday Night Live Korea)’에 오며 케이블 채널이라는 장점을 십분 살려 좀 더 아슬아슬함과 재미발랄함이 가미돼 보는 재미를 더하고 있다. 최근 개국한 종합편성채널도 김병만과 이수근이 진행하는 JTBC ‘상류사회’, TV조선 ‘10PM’을 통해 시사풍자 코미디를 강화하고 있다.



▶시사 풍자 개그 소비층이 중장년에서 10~20대로

시사풍자 코미디는 이전에도 있었다. 선거철을 앞두거나 대형 정치 이슈가 있고, 정부에 대한 답답함이 가중될 때에는 어김없이 사회 풍자 코미디가 인기를 얻었다.1980년대 권위주의 체제하에서 크게 히트한 김형곤의 ‘회장님 우리 회장님’을 비롯해 시사풍자 개그는 간간히 있어왔다.

과거의 시사풍자 코미디 주소비층은 중장년이었다. 하지만 최근 봇물처럼 터져나오고 있는 시사풍자코미디는 20~30대가 가장 큰 소비층이라고 볼 수 있다. ‘SNL코리아’의 주시청층도 10~20대라고 한다. 여기에는 물론 풍자, 패러디, 욕설 등으로 정치풍자를 유희적으로 하는 ‘나꼼수’의 역할이 컸다.

20~30대가 과거에는 정치적인 관심이 적었지만 88만원 세대인 이들의 불만은 적극적으로 표출하기 시작했고 시사풍자 개그는 이들의 불만을 풍자의 형태로 수용한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무능한 정치 행태는 이 프로그램에 많은 소스와 내용물을 제공했다.

‘SNL 코리아’ 안상휘 CP는 “대선과 총선을 앞두고 너도나도 정치 이슈를 다루는 방송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장기적으로 끌고가기 위해서는 차별화가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과거는 막연히 풍자, 이제는 직설적 풍자

‘회장님 회장님’ ‘공자 가라사대’ 등 과거의 시사풍자 코미디는 뭔가를 빗대 막연히 비판하는 모양새였다. 누구를 딱 집어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시사풍자코미디는 보다 직설적이다. FTA 같은 구체적 사안과 구체적인 인물을 건드리는 경향이 있다. 특정인의 성대모사뿐만 아니라 직설적 비판도 많이 가미됐다.

‘개그콘서트’는 서수민 PD가 오랫동안 이어져온 ‘봉숭아학당’을 폐지한 후 깨알같은, 디테일이 있는 시사풍자와 생활개그를 선보여 호평을 받고 있다.

‘사마귀 유치원’은 처음에는 빨리 자라는 어린이들을 우회적으로 보여주려고 있지만 어린이에게 세상에 순응하는 법을 가르치며 부조리한 세태를 꼬집는 방식으로 바꾸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최효종은 ‘애정남’과 ‘사마귀 유치원’으로 올 최고의 개그맨으로 떠올랐다. 청년실업에서부터 전세대란, 조기교육뿐만 아니라 국회위원 되는 방법을 개그로 풀어내다가 강용석 국회위원에게 집단 모욕죄로 소송을 당하는 헤프닝까지 겪었다.

김원효에게 ‘안돼~’라는 유행어를 안겨준 ‘비상대책위원회’도 경찰과 군인 공무원들의 무능한 관료주의적 병폐를 꼬집어 인기를 얻고 있다.

SBS ‘개그 투나잇’도 ‘한줄뉴스’ ‘적반하장’ ‘더 레드’ ‘한사장’ 등 풍자성이 강한 코너를 대거 출범시켰다. ‘한줄뉴스’는 한 주간의 뉴스를 박준형, 강성범이 2MC 체제로 재해석하며 풍자하는 코너다. ‘적반하장’에서는 지하철이나 영화관 등 일상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황당한 적반하장 상황들을 코믹하게 풀어낸다. ‘더 레드’는 자아도취에 빠진 여자가 사회고위층에게 응징을 가하는 모습을 통해 카타르시스와 웃음을 선사한다. ‘한사장’은 10년 전에 빌린 돈을 받으려는 남자가 겪는 에피소드를 통해 소통부재의 현실을 그리고 있다.



▶케이블의 새로운 시사풍자 코미디 실험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코리아’의 정치 풍자는 더 매섭다. 장진 영화감독이 진행하는 ‘위켄드 업데이트’ 코너는 현 정부와 정치권을 실랄하게 풍자해 벌써부터 인기코너로 자리잡았다. ‘SNL 코리아’는 미국 최고의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의 오리지널 한국 버전이다. 미국 지상파 NBC에서 지난 1975년 시작된 이래 무려 37년째 토요일 밤 생방송으로 진행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코미디 버라이어티 쇼다. 마돈나, 레이디 가가, 맷 데이먼, 조지 클루니 등 매회 톱스타가 호스트를 맡아 정치, 인물 풍자와 슬랩스틱, 패러디 등 다양한 장르를 통해 자신만의 쇼를 구성, 시청자들에 다양한 재미와 볼거리를 선사하며 최고의 코미디쇼로 자리매김해왔다. 지난 3일 첫방송된 ‘SNL 코리아’는 파격적인 변신과 날카롭고 유머러스한 시사 풍자로 시청자들의 통쾌한 공감과 웃음을 자아내며 화제를 낳고 있다.

장진 감독은 이명박 대통령이 전국 4만 5천여명의 집배원들에게 어려운 여건에도 묵묵히 소임을 다하는 여러분에게 감사한다는 문자 메시지를 보낸 것에 대해 “어려운 여건은 누가 만든 걸까요”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어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FTA 논란을 끝낼 수 있다면 나를 밟고 가도 좋다고 말한데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정확한 날짜와 장소를 알고 싶어한다”고 비꼬았다. 안철수 교수가 국회의원에 불출마 선언했다는 뉴스에 대해서는 “전혀 관계 없는 얘기 한마디 하겠다. 나도 조감독 안하고 곧장 감독으로 데뷔했다”고 응수했다. 또 김무성의원이 한나라당을 이 지경으로 만든 5명을 거론하자 “거대여당이 단지 5명만의 잘못으로 그 지경까지 갔겠습니까”라고 비꼬았고, 전방 부대를 방문한 김윤옥 여사가 병사들에게 군대에서 2년은 긴 것 같지만, 사회에서 2년은 금방 지나간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저도 병장 출신이지만 병사들에게 이런 소리는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런 소리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한다. ‘선관위 디도스 공격 단독범행 중간수사발표’에 대해서는 “한국전쟁이 김일성의 단독범행이라면 믿겠습니까”라고 강한 불신을 드러냈다.



▶정치풍자는 여전히 블루오션. 여기에 연기를 입히다

‘SNL 코리아’는 콩트 코미디도 큰 비중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개그맨보다는 김주혁, 공형진, 김인권 등 배우들을 호스트로 참여시켜 연기를 강화하면서 효과를 높이고 있다. 지난 17일 출현한 공형진은 격한 몸싸움이 벌어지는 국회를 풍자하기 위해 조지아대학 미식축구 스미스 코치(정웅인)를 초빙해 국회의원들에게 단상을 점령하는 작전을 가르치는 방식으로 풍자의 수위를 높였다. 김인권이 ‘안칠수’로 분해 참가한 대통령 선거 후보자 토론회 ‘가난해야 뜬다’도 연기력이 갖춘 배우들이라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는 평이다. 게다가 ‘SNL 코리아’는 라이브 방송이라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은 매우 중요하다.

‘SNL 코리아’ 안상휘 CP는 “지금은 너도나도 정치이슈를 방송에서 소재로 하지만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들어서면 시사풍자 코미디가 가라앉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그래서 ‘SNL 코리아’는 듣는 순간 빵 터지는 웃음보다는 하이코미디를 지향한다. 조금 더 생각하면서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시사개그에 연기를 접목시키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너무 직접적이고 자극적인 풍자는 시간이 지나면 싫증을 낼 수 있다. 장기적으로 살아남으려면 새로운 풍자 방식이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어쨌든 시사풍자 코미디, 시사 토크형 개그가 번창한다는 것은 정치권과 현 정부에 대한 불신이나 혐오가 있고 그 점과 관련된 소통이 잘 안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젊은 세대들의 상황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풍자의 수위가 더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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