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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로존 붕괴 현실화 대비…다국적기업 비상계획 마련
다국적기업들이 유로존 붕괴 현실화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 짜기에 속속 착수하고 있다. 이달 초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방아쇠를 당겼다. 사내유보금을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불필요한 지출 억제에 나섰다. 유로화 붕괴에 따른 피해가 불거질 경우 법적 조치를 저울질하는 곳도 있다.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내 10여개의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 인터뷰를 통해 이들이 유로화 붕괴에 대비해 비상계획 실행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주류업체 디아지오유럽의 앤드루 모건 대표는 “(유로존 붕괴가) 가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며 “유로화에 큰 변화가 생기면 전혀 다른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기업 대표들의 우려는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이 국제통화기금(IMF)을 동원해 역내 재정위기 국가에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한다는 소식이 들리면서 증폭됐다. 역내 위기가 ECB 등 유럽 자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수준에 왔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이는 셈이다.

완성차 업체, 에너지 기업 등은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현금을 안전자산에 투자하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독일 지멘스의 경우 자체적으로 은행을 만들기도 했다.

독일 여행사 투이는 그리스 호텔과 새로 계약을 맺을 때 새로운 드라쿠마(그리스의 옛 화폐단위)로 대금을 치르기로 했다. 그리스가 유로화를 포기하고, 어떤 형태든 자국 통화를 사용하게 되면 발생할 환율 리스크를 방지하겠다는 차원이다.

중소기업에 미칠 파장이 문제다. 아일랜드의 경우 이들 기업의 94%가 유로화 붕괴에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최근 나왔다고 FT는 설명했다. 폴크스바겐 같은 대기업은 환율 헤지를 통해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규모가 작은 업체들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막스 바르버튼 번슈타인연구소의 수석연구원은 “블랙 스완(검은 백조ㆍ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일)에 대비한 시나리오를 짜는 건 기업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고 했다.

‘플랜B’를 계획하면서도 유로화의 파국까지 사태가 악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는 기업들도 있다. 유로화 붕괴 뒤 불어닥칠 후폭풍을 EU 당국자들이 놔두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것이다.

이탈리아 업체 CIR의 로돌포 베네데티 최고경영자(CEO)는 “어떤 상황이 닥쳐도 잠재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시나리오를 갖고 있다”면서도 “유럽 지도자들이 유로존 붕괴를 막는 데 성공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했다.

기업들이 비상계획을 짜고 있지만 불안감은 확산일로다. 한스 뷔저스 전 네덜란드 재무장관은 “유로화의 종말이 어떤 차원의 것일지 정확히 가늠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처럼 기업들이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몇 개 실행하기도 했지만 효과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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