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유로존 파국저지 행동을” 연일 압박…여전히 꿈쩍않는 獨·EU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의 붕괴 초읽기로 위기감이 증폭되자 마침내 유럽의 ‘점잖은’ 외교관과 ‘냉철한’ 금융 전문가들이 나서기 시작했다. 공격적인 언어를 구사하는가 하면 집단행동을 통해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정치 지도자들이 파국 저지를 위해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CED)도 내년 세계 경제전망을 낮추면서 이런 흐름에 힘을 보탰다. 안팎의 압박과 우려는 심해지는데 정작 키를 쥐고 있는 독일과 EU 정상은 “시간이 필요하다”며 신중론만 펴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영국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라도슬라프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은 OECD 회의 참석을 위해 찾은 독일 브랜덴부르크에서 “폴란드 안보에 최대 위협은 테러리즘도, 독일의 탱크도, 러시아의 미사일도 아닌 유로존의 붕괴”라며 위기를 해결할 유일한 국가인 독일이 적극 나설 것을 촉구했다.

그는 “폴란드 외무장관으로서 이런 말을 하는 건 사상 처음일 것”이라며 “나는 독일이 무섭지만, (재정 위기에도) 움직이지 않는 독일이 더 두려워지고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시코르스키 장관의 이 같은 이례적인 발언은 전날 독일의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유럽중앙은행(ECB)도 유로존의 부실 국가 채권을 매입할 여력이 없고, EU조약의 개정없이 각국의 예산안 통제권이 강화된 안정협약만이 시장의 믿음을 회복할 수 있는 길이라고 밝힌 데 따른 것이다.

유럽의 금융전문가들은 각국 재무장관에게 서한을 발송하는 것으로 집단행동에 들어갔다. 다니엘 그로스 유럽 정책연구센터 소장 등 6명의 저명한 교수ㆍ싱크탱크 멤버들이 서명한 이 서한은 “유럽은행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숨통을 틔우려면 범유럽적 보증 계획을 각국 정부가 긴급하게 채택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이는 29일 브뤼셀에서 열리는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이 채권 공동 보증안을 거부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작성됐다.

OCED도 가담했다. 피에르 파도안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이날 내놓은 세계 경제 전망보고서에서 “EU 정치인들이 세계 경제에 실질적이고 점증하는 위기를 막기 위해 결정적인 행동을 하는 데 꾸물거리고 있어 우려된다”고 했다. 이어 ECB가 유로 위기국 채권 매입을 대거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미ㆍEU 정상회담에선 ‘세계 경제가 새롭고 어려운 국면에 빠졌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유럽의 위기 해결에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미국은 유럽 재정 위기는 ‘유럽의 이슈’라고 선을 긋고 재정적 지원을 고려하지 않는다는 입장이어서 지원 약속이 구두선에 그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아울러 회담에 참여한 조제 마누엘 바호주 EU 집행위원장은 “어떻게 경제 문제를 해결할지 결정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즉각적인 조치를 원하는 시장과는 반대로 가고 있는 셈이어서 유로존 붕괴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깊어만 간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