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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0년 야학 교사의 아름다운 결실…2,000 여명의 제자 키워낸 박영도 교장
제 20회 눈높이교육상 수상자

배움의 기회는 두루 있어야 하지만 모두에게 찾아오지는 않는다. 오히려 어려운 환경에 처한 이들에게 현실은 더욱 냉엄할 뿐이다. 그런 이들에게 따듯한 손을 내밀어 꿈과 희망을 건넨 교육자가 있어 화제다.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30여 년간 어려운 학생들을 돕기 위해, 자신의 생을 아낌없이 바쳐온 수원제일평생학교 박영도 교장(53)이 그 주인공이다.

박교장이 배움을 갈구하지만 배울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이들에게 눈길을 돌린 것은 1982년, 군 복무를 마친 즈음이다. 아직 학생 신분이면서도 어려운 이들을 돕고자 하는 마음을 거둘 수가 없었다. 대구 효목동에 있던 대구효목성실고등공민학교에 야학교사로 활동하게 된 선생은 1985년부터 86년까지 같은 학교의 교장을 맡아 수업과 운영을 책임지기도 했다.
박교장은 “학교 운영비를 마련하려고 방학 때면 교사들이 포장마차, 공사장 등지에서 주로 일했습니다. 그때 열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같이 공부했던 학생들이 지금은 교사, 의사 등 어엿한 사회인이 되었죠” 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서울로 주거지를 옮긴 박영도 교장은 1988년, 서울YMCA청소년학교에서 다시 야학교사로 활동하게 된다. 이곳에서 교감으로 학교운영과 수업을 맡아 활동하면서 역시 학교 운영비 조달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학생의 대부분이 근로 청소년이었는데 선생은 직장알선과 경제적인 생활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며, 함께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200여 명의 졸업생을 배출해냈다.

1995년 직장을 옮기면서 수원에 정착한 박영도 교장은 야학교사 모집 공고문을 보고 이끌린 듯 찾아가 지금까지 몸담게 된 수원제일평생학교에서 교사로의 생활을 이어가게 된다. 하지만 이듬해인 1996년, 화재로 인해 학교가 전소되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임 교장 선생님에게 병환이 찾아왔다. 학교의 존폐를 논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생은 학교의 교장을 맡게 된다.
그는 “학교가 다 불에 타버려서 인근 성당과 교회 등지에서 공간을 빌려 떠돌며 수업을 진행했죠. 그 만큼 배우고자 하는 아이들의 의지가 강했습니다”라고 기억했다. 간신히 명맥을 유지해오던 학교는 전 현직 교사들과 졸업생 등의 모금 활동을 통해 마련된 기금 500만 원으로 폐자재를 사서 3칸의 교실을 마련한다.

박영도 교장은 학교의 운영을 책임진 이후 직장에 매인 몸으로는 활동이 어렵다고 판단, 1999년 15년간 몸담았던 제약회사 연구소의 수석 연구직을 사직하고 작은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이후 낮에는 회사를 운영하고 밤에는 야학을 이끄는 힘든 생활이 이어졌다.
비정규 학교를 무료로 운영하면서 이에 따른 부담을 기꺼이 떠안는 데 그치지 않고, 발로 뛰며 지원을 구한 결과 경기도의 도움을 얻고 여기에 자비를 보태, 2011년 3월 11일 마침내 수원시 팔달구청 주민체육시설 3층에 300㎡(제곱 미터) 크기의 공간에 이전 개교를 하게 된다. 학교가 전소된 지 15년만의 일이다.

현재 수원제일평생학교는 문해 교육뿐 아니라 컴퓨터 교육, 문화 교육, 체험 학습을 실행하여 배움이 사회와 연계되도록 하고 있다. 또한 새롭게 형성된 사회 계층인 다문화 가정과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단순한 한글 교육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이들을 이해하고 잘 가르칠 수 있는 민족별 외국인 지도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박영도 교장은 “많은 사람들이 고통스러운 시간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는 오히려 행복한 시간이 더 많았습니다. 제게 있는 배움이라는 작은 능력을 평생 나눌 수 있었으니까요. 아이들이 졸업해 사회에 나갈 때마다 벅찬 감동을 느낍니다” 라고 말했다.
그가 배움이 어려운 이들을 위해 살아온 30여 년간 2,000여 명 학생이 선생의 품을 거쳐 갔다. 하지만 선생은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하다고 말한다.

평생 내세움 없이 어려움에 처한 많은 이들에게 기회를 제공하고 그들의 의지를 북돋아 주던 박교장은 대교문화재단이 시행하는 제20회 눈높이 교육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눈높이교육상은 열악한 교육환경 속에서 묵묵히 교단을 지키며 교육에 힘쓰고 있는 교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대교문화재단이 1992년부터 제정해 올해 20주년을 맞은 교육상이다.


헤럴드생생뉴스/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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