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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서민 삶 더 괴롭히는 엥겔계수 상승
글로벌 재정위기가 심화하면서 기업도 가계도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고 있다. 부유층마저 소비를 꺼려 백화점 매출 증가세가 급락하고, 결혼 시즌에 예복 찾는 손님을 구경하기 힘들다. 사정이 이러니 영세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저소득층의 엥겔계수(소비지출에서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가 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물가가 너무 올라 먹거리조차 제대로 구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엥겔계수는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수치가 높아진다. 지난 3분기 소득하위 20% 가구의 소비지출은 122만원을 넘는데 수입은 121만원에 그쳤다. 이 중 식료품과 비주류음료에 나간 돈이 27만원이나 돼 엥겔계수는 22.8%로 2004년 3분기 24.3% 이후 7년 만에 최고치다. 생활비 가운데 식료품비 지출 비중이 늘었다는 것은 그만큼 다른 씀씀이의 감소로 이어진다. 저소득층은 그저 먹고살기에도 바쁜 것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21일 이 때문에 한국은행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진작 금리인상으로 물가 예방정책을 취했더라면 유럽발 재정위기에도 거시정책을 운용할 여력을 확보하고 물가안정에 도움을 주었을 것인데 너무 태평했다는 것이다. 행여 금리인상이 정부가 목표한 성장정책에 지장을 줄까 봐 두려워 그럴 수도 있다. 이는 또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도 역행한다. 그러나 현실은 아무것도 된 게 없다. 급기야 가계부채가 이달 중 사상 첫 900조원대에 진입하고, 미 의회는 재정적자 감축방안 합의에 실패했다. 유럽의 재정위기가 10년은 더 지속되고, 중국 경제의 전망도 별로다. 이 때문에 심각해진 것은 불안한 우리 수출전선이다. 지금은 금리인상도 경기부양도 어렵다. 수출부진은 수요 위축을 부르고, 기업실적 부진으로 이어져 고용불안에 가계부실을 낳게 된다. 한은이 정부 눈치 보기를 하다가 금리정책의 적정 시기를 놓친 셈이다.

국제유가 등 수입물가가 심상찮은 가운데 전기료 등 공공요금까지 들썩인다. 지금이라도 한국은행은 할 일을 해야 한다. 물가안정 책임을 정부에 넘기려 하지 말고 한은법에 따른 통화정책으로 적정 수위 유지에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물가안정이 최고의 복지라는 자세로 임하겠다는 최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의 말이 싱겁고 우습게 들린다. 선거철에 또 돈이 풀리면 물가는 더 불안해진다. 선제 조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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