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안철수 ‘지도자 히스토리’ 만들기
YSㆍDJ ‘양김’은 40대 기수론, 정치개혁, 군사정권 종식에 30여년을 바쳤고, 노무현은 인권변호사, 구태정치 청산, 탈권위 행보를 이어간 끝에 대통령이 됐다. 나라의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감동할 개인사(history)가 필요하다. 히스토리는 시대정신에 걸맞는 지지층의 요구를 잘 수행해 낼 것인가를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다.

나름의 정치적 히스토리를 가진 박근혜와 손학규가 기존 정치의 틀 속에서 ‘제한된’ 변화와 쇄신을 도모하느라 좌고우면 하는 사이, 안철수는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파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재 헌납은 그가 대권 도전이라는 속뜻을 갖고 있든 말든, 지도자가 되기 위한 히스토리를 더욱 빛나게 할 재료임은 분명하다.

그러면 안철수식 히스토리는 어떻게 구성될 것인가. 그에 앞서 히스토리를 받아들이는 국민의 자세와 관련한 변수부터 살펴봐야 한다. 민주화, 근대화, 반독재, 경제살리기, 탈권위, 인권옹호, 평화정착, 정치개혁, 역사바로세우기 등 기존의 대통령들이 걸어왔던 ‘정치적’ 히스토리와 정치판 이력서의 가치가 앞으로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냐는 점이다. 결론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SNS에 떠도는 민심은 “안철수가 큰 역할 했으면 좋겠다. 지금 정치판에 들어가지 말라”는 주문이 대세다. 구시대 ‘히스토리’를 갖출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이번 기부 발표가 안 원장에 대한 여당의 정치 진입 촉구 공세, 야당의 대통합 참여 요구를 일거에 쓰러뜨린 점도 장외의 실천이 정치적 히스토리보다 앞설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쌓은 히스토리는 노력하는 청년, 탐구하고 신기원을 개척한 기술자, 대박을 터뜨린 경영인, 청년에게 희망을 심은 이웃집 형이다. 주목되는 점은 그가 기부의 뜻을 밝히면서 중산층 붕괴와 비대칭 교육기회를 지적한 대목이다. 그의 키워드는 향후 쌓아나갈 히스토리의 재료가 될 것이다.

안 원장은 앞으로 소통 대상에 20대 청년층 외에 10대, 그리고 10대 자녀를 둔 40대, 20대의 아버지 50대까지 포함시킬 가능성이 높다. 역대 어느 세대보다 상대적으로 가난한 30대의 빠듯한 삶을 청춘콘서트3.0에 담을 만하고, ‘386 DNA’가 부활한 40대의 ‘신(新)민주주의’ 열망 등을 10~20대 자녀와 동행하는 부모와의 대화 속에서 공유할 수 있다.

기존 정치인ㆍ행정가들은 경기가 침체되면 사장과 노조를 만나고, 과외가 문제되면 선생님, 학부모를 만났다. 그러니 대책은 쪼개져 나오고 유기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우리사회의 병은 고쳐지질 않는다. 유기체를 쪼갤 수는 없다. 알고 보면 10~20대 청년의 교육과 진로는 40~50대 부모의 최대 관심사이고, 그들은 사장님 부장님 작업반장님, 선생님, 상인, 갑판장님이며, 우리 사회의 중간층, 중산층이다. 그들의 입에서 우리 사회가 가야할 방향이 일목요연하게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안 원장은 지난해 방송에 출연해 백지연과의 대담에서 “의식을 갖고 살고 있는 마당에서는 조금이라도 죽기 전에 제가 살았던 흔적을 남겨서, 그냥 있었다가 사라지고, 있으나 마나 한 존재가 되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그에게는 ‘뜻’이 있고, 장외의 흔적들을 정치적 히스토리로 질적 전환시킬, 질서정연한 소프트웨어를 가동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그러나 그 소프트웨어가 기존 정치판이라는 하드웨어 전체를 바꾸지 못할 경우, 기성정치의 협공을 받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abc@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